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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고양이
너머의 땅 세계의 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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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는 악몽이 살지. 널 홀리고 괴롭게 할 꿈.”
“악마는 꿈을 꾸지 않잖아.” “그래. 너희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그 꿈이 숲에는 가득해. 숲의 악몽은 널 골짜기로 인도할 거야. 한없이 깊은 절벽 너머로.” 심기가 불편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뜬 꼬마가 악마를 향해 울었다. “먀옹.” - 〈악마와 고양이〉 중에서 반짝이는 눈이 별처럼 숲을 환하게 밝혔다. 악마는 꼬마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게 너희의 꿈이구나.” 하얀 눈송이 하나가 악마의 어깨에 떨어졌다. 꼬마의 등에도 소복이 쌓였다. 악마는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검은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 눈은 악마의 얼굴에 안착했다 소리 없이 사라졌다. - 〈악마와 고양이〉 중에서 마녀는 다른 물건들도 무엇에 쓰이는지 알려주었다. 금방 배부르게 만드는 은 숟가락, 한 방울로 목마름을 없애는 물병, 술이 줄지 않는 컵, 시간이 빨리 가는 시계, 그리운 목소리가 담긴 소라 껍데기. 이런 물건들을 쓸 때 필요한 건 하나뿐이라고 마녀는 말했다. “바라는 마음. 그거면 된단다.” - 〈너머의 땅〉 중에서 아이는 동생의 손을 잡고 흔들며 동생이 빨리 자신만큼 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숲을 뛰어다니고, 나무 위에 올라가고, 절벽 아래로 내려가 밤하늘 같은 물가를 헤매고, 또 검은 고양이를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동생이 그만큼 자라면, 아이의 몸은 더 커질 것이었다. 절벽으로 내려가는 길은 어른이 통과하기엔 좁았다. 아이는 자신만은 자라지 않기를 바랐다. - 〈너머의 땅〉 중에서 작고 검은 털뭉치는 까마귀에게 물었다. “내가 얼마나 오래 잠들었는지 알아?” “그걸 아는 건 천사밖에 없을걸. 세상 제일가는 잠꾸러기 고양이야.” 앞발로 얼굴을 문지르며 세수하던 고양이가 물었다. “천사가 뭐야?” “뒤집는 존재들이지.” “무엇을?” “모든 것을.” - 〈세계의 틈〉 중에서 ‘틈을 찾아.’ 검은 고양이는 틈으로 온 세상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틈을 찾아낸 적은 없었다. 틈이 항상 고양이를 찾아냈다. 그리고 목소리를 흘려보냈다. 그것이 누구의 것이든, 고양이를 부르는 자라면 어김없이. 고양이는 자신을 부르는 틈으로 또다시 뛰어들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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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꾸 뒤를 돌아본다. 나의 선택이 정말 옳았는지, 더 나은 길이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하면서.
『검은 고양이 우화집』 속 인물들 역시 오래 망설인다. 밤의 땅에서, 절벽 앞에서, 무너지는 세계를 바라보면서도 쉽게 발을 내딛지 못한다. 망설이는 마음들은 저마다의 소리를 낸다. 어딘가로 퍼져 나간다. 이 목소리를 듣는 건 검은 고양이다. 검은 고양이는 틈을 걸어 이들에게 고요히 찾아온다. 고양이는 이들에게 답을 알려주지도, 누군가를 구원하지도 않는다. 고양이는 단지 그들 곁에 머문다. 세계를 마주하는 것, 문제를 붙잡는 것, 고민하는 것, 불안해하는 행위는 그들의 몫이다. 검은 고양이를 만난 인물들은 조용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글 속에서 종종 모습을 드러내는 흑백의 삽화들은 우화의 순간들을 조용히 붙잡고 있다. 『검은 고양이 우화집』은 위로보다는 불안과 망설임 속에서도 한 걸음을 내딛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을 덮고 나면 검은 고양이가 정말 어디엔가 존재할 것만 같다. 내 마음의 틈에 머무르며, 조용히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