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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먼 길 돌아
장작 타는 날 15 바람난 가족 16 지평선 17 벚꽃 유감 18 삼겹살 해변 19 폭설의 상처 20 노량진블루스 21 카톡 22 고난 23 외로움이 또 다른 외로움을 밀치다 24 대리운전 기사 25 알파고,인간에게 말을 걸다 26 첫눈 28 시창작교실 29 애가 다섯이나 되는 여자 30 혼밥 32 7학년 할머니 34 종이컵 36 제2부 세상에 한 발 딛고 30년 후 봄날 39 점순이 누나 40 혈전血戰 42 천변 갈대 44 12월이 되면 45 열반涅槃 46 적록赤綠의 명암 47 늦가을 스케치 48 질긴, 그 질긴 50 존재의 무게 51 원 플러스 원 52 또와식당에서 54 오래된 골목 56 거리의 여자 57 공존의 그늘 58 바람의 언덕 60 폭염―2018년 여름 61 귀경歸京 62 제3부 일하며 생각하며 개성공단·1―비무장지대 철마 65 개성공단·2―선죽교의 아침 67 개성공단·3―말과 행간에 강이 흐른다 68 개성공단·4―지금, 기업 나가셨습니다 70 개성공단·5―또다시 강을 건너다 71 개성공단·6―서로 다른 십자가 73 개성공단·7―어떤 의문 74 개성공단·8―개성에서의 뜻밖의 일 75 개성공단·9―평양, 묘향산에서 77 일터에서·1―무연분묘無緣墳墓 79 일터에서·2―풍선 81 일터에서·3―공사장의 오리 83 일터에서·4―술 익는 계절 84 일터에서·5―그 사람·1 86 우연 87 거미 사냥 88 침묵 89 칠갑산 여인상 90 문 여는 소리 92 엄마의 하나 둘 셋 93 달팽이 94 제4부 이제는 침묵이 너무 길지 않았으면 해거름 97 목포역에서 98 어떤 동거―자동차 운반차 99 나비 위패 100 손톱, 그 가장자리 101 안부 102 산촌 103 눈높이 104 개가 짖는 이유 105 동행同行 106 학교 가기 싫은 날 107 공회전空回轉 108 어느 래퍼의 가을 109 비 오는 날 영화관에서 110 망주석 111 2018년, K고시원 112 초급반 기타교실 113 그 사람·2 114 해설/유강희 일상의 풍경, 시의 풍경 ―이강길 시의 의미 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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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가 슬며시 담장을 넘는다.
밥 한 술 뜨는 둥 마는 둥 대문을 밀친다. 뒷짐을 지고 느린 걸음으로 걷는다. 산 입구 국수집 아궁이에서는 장작이 타닥타닥 터진다. 달짝지근한 냄새가 졸음에 겨운 강아지를 깨운다. 지구대에서 출동한 경찰관이 개나리를 긴급체포했다. 무단으로 담을 넘은 혐의라고 한다. --- 「장작 타는 날」 중에서 겨울 동안의 권태와 고요가 나뭇가지 끝에서 깨어날 무렵, 바람이 섬진강 주변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나옵니다, 그러면 벌들은 윙윙거리고요, 꽃들은 여기저기서 들썩거리기 시작합니다. 마을 초입에 사는 김 씨 아저씨는 딸이 다섯인데요, 그때부터 안절부절 못 합니다. 큰딸 동백은 붉은 립스틱 바르고 바닷가에서 끼를 발산하고요, 둘째 산수유는 하이힐 싣고 꽃몽오리 스친 바람처럼 읍내를 서성거리고요, 셋째 매화는 빨간 속눈썹 군데군데 붙이고 길 가는 남자들에게 윙크하고요, 기미 낀 얼굴에 잔뜩 분칠한 넷째 개나리는 끼를 못 참고 며칠 전 가출했고요, 골반바지 너머로 분홍팬티가 언뜻 보이는 막내 벚꽃은 꽃축제 가서 아직 안 돌아오고 있어요, 이장님은 이들이 걱정되는지 아침부터 방송하고 있고요, 부녀회장님은 오토바이 타고 읍내를 찾아다니고 있어요, 바람난 이 가족 좀 찾아주세요! 누가 좀 말려 주세요. --- 「바람난 가족」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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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길 시인은 일상에 매몰되지 않고 일상을 되짚는 방식으로 시를 일구어 낸다. 시인은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일상을 집요하리만치 파고든다. 시인은 왜 이렇게 일상을 붙들고 일상 속에서 시를 길어 올리는 일에 열심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의 타고난 성정이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세상에 두루 간섭하려는 마음. 타자를 성가시게 하는 것이 아닌, 안고, 어루만지고, 다독이려는 따스하고 다정한 간섭. 그 간섭이 일상을 언어의 조각도로 아로새길 때 일상은 우리 앞에 새뜻한 얼굴로 파드닥 솟구쳐 오르는 게 아닐까. 그의 시는 일반적 의미의 일상의 재해석이 아닌 일상의 ‘날 드러냄’에 가깝다. 그러기 위해선 시인 자신 날 몸, 날 시선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에겐 이런 몸바꿈이 천성처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런 점에서 그의 시는 일상의 일상을 복원하는 시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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