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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미술의 가치를 발견하면 새로운 비즈니스가 보인다 PART1 미술 생태계, 대전환의 시기를 맞다 - 미술 생태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다른 차원으로 진화하는 21세기 미술|시카고의 랜드마크가 말해주는 것|물질과 공간으로 관람객을 압도하다|‘보는 미술’에서 ‘경험하는 미술’로|신기술의 등장과 미디어아트 - 순수한 미술은 애초에 없었다 매버릭 아티스트의 등장|미술 생태계의 허리를 받치고 있는 것들|언제, 누가, 무엇을 그렸는가| 미술시장에 정답은 없다|‘시대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미술 생태계 PART2 미술은 그 시대의 산물이다 - 초기 르네상스, 작품을 주문한 사람들 화가의 이름이 남기 시작하다|르네상스 걸작의 주문자들|작품 속 군인은 소실점을 향해 죽는다|작품 속 오브제에 숨겨진 작가의 메시지 - 시대의 철학과 가치를 반영하는 미술 보티첼리의 유일한 비너스, 시모네타|신화의 이름으로 그린 ‘합법적’ 누드화|왕에게 보낸 그림에 숨은 경고|400년 뒤에야 비로소 재조명된 화가|룰을 파괴할 때, 시대를 뛰어넘는다|터너, 자연 자체를 주제로 삼은 미술|시대, 권력과 돈 그리고 미술 PART3 예술적 가치와 시장의 가치는 일치하지 않는다 - 상품으로 거래되기 시작한 미술 최초의 화상, 프란체스코 다티니|팬데믹이 오면 미술시장을 주목하라|어떤 그림이 잘 팔렸을까 - 시대가 작품의 값을 매긴다 그랜드 투어가 낳은 포스트카드 화가|최고의 프로듀서 루벤스, 공장형 미술의 탄생|국가와 컬렉터의 손에 작품은 재평가된다|렘브란트의 자화상은 포트폴리오?|현대미술로 이어진 ‘스틸 라이프’|전통과 혁신,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PART4 뮤지엄, 국가의 전략이 되다 - 과거와 현재, 미래를 창조하는 공간 곰브리치의 책이 살아 있는 박물관|영국박물관의 무료화 정책|그레이트 코트, 박물관의 심장을 열다 - 영국박물관에는 영국이 없다 엘긴 마블, 약탈인가 보존인가|이집트에서 아프리카까지, 문명을 모으다|영국박물관에 한국관이 생기기까지|영국은 어떻게 디자인 강국이 되었나|복제품이 컬렉션이 되기까지|감옥과 사창가 자리에 들어선 미술관|미술을 국가 전략으로 수립하다 PART5 미술 생태계를 움직이는 사람들 - 경매, 미술시장의 꽃 경매사와 경매회사는 무슨 일을 할까?|코로나가 연 온라인 경매 시대|소더비와 크리스티의 등장|엘리자베스 여왕이 참석한 역사적인 경매|현대미술 컬렉션에 주목하는 이유 - 세기의 컬렉터들 프랑스 부르봉 가문의 보물이 런던에 있는 이유|앙브루아즈 볼라르, 위대한 현대미술 딜러|새뮤얼 코톨드, 인상파를 만든 컬렉터|거트루드 스타인, 전설의 현대미술 살롱|“나의 모토는 매일 하나의 그림을 사는 것” PART6 미술은 어떻게 자산이 되는가 - 미술, 주목자본이 되다 더 이상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다|광고판이 전시장이 된 사연|아트 마케팅의 문을 연 BMW 아트카|루이비통은 왜 일본 작가를 택했나|사회적 책임이 된 아트 컬래버레이션|비즈니스 리더는 미술을 주목한다 - 미술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1차 시장과 2차 시장의 구분|데이미언 허스트의 역사적인 경매 프로젝트|작품의 가격은 어떻게 정해질까?|공식을 깨는 매버릭 작가들 - 한국미술의 화려한 막이 오르다 한국 미술시장의 고질적 문제|MZ세대가 연 새로운 미술시장|과연 좋은 작품이란 무엇일까?|서울, 세계 미술의 무대가 되다|K-아트, 미술사의 새 장을 열다 에필로그 데이터가 붓을 쥐는 시대, 미술 생태계의 다음 장 도판 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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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에서 스타작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이런 일은 현재 이 작가에게만 적용되는 일일까?”, “미술관 작가, 비엔날레 작가와 경매 작가, 소위 상업 작가는 누가 결정하는가?”, “과거에는 어떻게 작가들이 발굴되고 시장이 만들어졌을까?”
당시 저는 여러 유럽 미술관으로부터 한국 현대미술 전시 기획을 의뢰받고 있었습니다. 글로벌 미술시장이라는 현장에서 이머징 마켓이 지닌 공통점은 무엇인지, 이것이 단지 한국 시장에서만 나타난 사례인지 특히 궁금했지요. 연구를 이어가던 중, 한 명의 작가를 지원하는 사람과 컬렉터가 일정하게(대략 200명 정도) 확보되면 그 작가가 살아 있는 한, 그 시대의 미술시장에서 살아남는다는 평균적 추세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작가를 다룬 비평이 없고, 미술관이나 유명 컬렉터가 소장하지 않았다고 해도 일정한 사람들이 지지한다면 그 작가는 성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미술 비평가나 큐레이터만 미술을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이야기죠. 실제로 커팅 에지 마켓 외에 비평적 수사나 거대한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지역과 취향, 커뮤니티에 따라 다원화된 미술시장도 두터운 중간층을 이루며 미술 생태계의 허리를 받치고 있습니다. 〈PART1. 미술 생태계, 대전환의 시기를 맞다〉 --- pp. 041-042 보티첼리의 〈비너스와 마르스〉입니다. 여인은 비너스고 옆의 남자는 마르스가 틀림없습니다. 마르스는 비너스의 연인이니까요. 그런데 말을 탄 군인처럼 그려져야 할 마르스가 어찌된 일인지 갑옷을 베고 늘어져 자고 있어요. 꼬마 사티로스들이 와서 “일어나, 일어나.”라고 말하는 것 같지 않나요? 전쟁에 나갈 준비라고는 전혀 갖추지 못한, 사랑에 취한 마르스입니다. 이 그림은 왜 그려졌을까요? 이 작품은 당시 이탈리아 귀족들의 침실을 장식하기 위해 만들어진 ‘스팔리에라’ 그림입니다. 스팔리에라는 이탈리아어로 ‘어깨’를 뜻하는 스팔라Spalla에서 유래한 용어로, 주로 침대 헤드보드나 벽면 하부의 나무 패널 등 어깨 높이에 맞추어 설치되었던 장식화를 일컫습니다. 우리가 미술관에서 가로로 긴 형태의 르네상스 회화를 본다면, 그건 원래 누군가의 방 안 가구의 일부였던 스팔리에라일 확률이 높습니다. 피렌체의 어느 귀족이 딸의 결혼 선물로 침실을 장식하는 그림을 주문 제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작가는 비너스와의 행복한 결혼에 취해 잠든 전쟁의 신 마르스를 은유적으로 그려주었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이 담긴 훌륭한 선물이었네요. 당시 사람들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 감상은 “나는 라틴어를 읽을 줄 알아.” 하는 자랑거리이기도 했습니다. 〈PART2. 미술은 그 시대의 산물이다〉 --- pp. 066-067 프란체스코 디 마르코 다티니는 르네상스 미술시장을 화려하게 엽니다. 이탈리아의 프라토와 피렌체를 중심으로 활동한 다티니는 서구 역사상 가장 유능한 상인으로 평가받는 거상입니다. 최초의 기업인으로 거론되는 인물이기도 하죠. 다티니가 활동하던 시절, 미술이 비로소 상업적 상품으로 인정받으면서 다른 사치품과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합니다. 기존의 방식이었던 선주문 후제작에서 벗어나 오늘날과 같은 선제작 후판매 방식의 미술품 거래가 새롭게 일어납니다. 다티니는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했는데, 결과적으로 일종의 화상 역할을 합니다. 시장 거래의 메커니즘에 따라 화가와 구매자 양쪽을 이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죠. 〈PART3. 예술적 가치와 시장의 가치는 일치하지 않는다〉 ---pp. 090-091 나아가 사치는 “영국 작가를 키워야 합니다. 프랑스에 퐁피두 미술관이 개관했습니다. 영국도 미래의 미술관을 준비하고 영국 작가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미국은 1929년 뉴욕에서 뉴욕 현대미술관이 개관하면서 현대미술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1959년 10월에 현재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완공된 후 뉴욕은 두말할 나위 없는 현대미술의 메카가 되죠. 이 시기에 쿠사마 야요이를 비롯해 중요한 작가들은 모두 뉴욕에 있었습니다. 1977년 퐁피두 미술관 개관을 필두로 프랑스에도 새로운 현대미술의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이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추진한 대형 국가 프로젝트 ‘그랑 프로제’가 이어집니다. 파리 오페라 하우스, 루브르 피라미드, 오르세 미술관, 라 빌레트 공원, 라데팡스 지구의 신개선문 등 현대 파리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기관과 랜드마크는 거의 모두 이 프로젝트의 성과입니다. 〈PART4. 뮤지엄, 국가의 전략이 되다〉 ---pp. 142-143 현시점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현대미술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에 가보면 낯선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컬렉터들이 전용기를 타고 와서는 으리으리한 호텔의 펜트하우스에 머물다가 작품을 대량으로 사서 비행기에 싣고 떠나요. 아트 바젤을 오픈하고 이틀이면 중요한 세일즈는 다 끝납니다. 흥미로운 점은 때로 거대한 대작보다 작은 그림이 더 비싸게 거래되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언제든 캐리어에 넣어서 가져가 팔면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앤디 워홀이 그린 마오 주석의 초상화가 이런 경우입니다. 실제로 2010년대 중반, 워홀이 그린 마오 주석의 초상화 중 하나가 경매 시장에서 약 4,750만 달러에 낙찰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미술계에는 한 자산가가 이 작품을 가방에 넣어 뉴욕 경매장에 직접 가져와 판매한 뒤, 곧바로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쥐고 빌딩을 구입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회자되곤 합니다. 사람이 직접 가져오니 특수 운송비도 안 들고, 보험료도 안 듭니다. 일본 은행의 지하 수장고에 가면 인상파 작품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어요. 이걸 미술품이라고 봐야 할까요? 금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PART5. 미술 생태계를 움직이는 사람들〉 ---pp. 155-156 사실 세계 온라인 미술시장이 커지면서 미술품 가격에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에 따라 가격의 ‘객관성’과 ‘투명성’이 개선되었습니다. 특히, 현금 거래가 많던 시절에는 탈세 의혹이나 이슈가 당연시되었으나, 이제는 금융 시스템과 세무 시스템의 전산화로 이런 문제가 정리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 갤러리나 옥션의 문턱이 없는 온라인 거래 시스템이 등장하며 밀레니얼 세대가 새로운 컬렉터로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동안 소더비가 진행한 약 250건의 온라인 경매에서 30퍼센트가 넘는 낙찰자들이 신규 고객이었으며, 전체 낙찰자 중 30퍼센트 이상이 40세 이하인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매우 놀랄 만한 변화죠. MZ세대 컬렉터의 비중이 대폭 늘었습니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이나 방식에 대한 적응력이 높고 이미 활발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어 새로운 방식의 미술품 거래에 준비된 고객 집단입니다. 〈PART6. 미술은 어떻게 자산이 되는가〉 ---pp. 204-205 저는 미술 작품이 세 번 태어난다는 말로 이 책을 열었습니다.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시장에서 그리고 컬렉션이 된 자리에서 말이죠. 이제 거기에 네 번째 탄생을 더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데이터셋과 알고리즘 안에서, 그리고 화면 너머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컬렉터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나는 순간 말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손이 사람이든 알고리즘이든, 작품을 평가하는 일이 전문가의 직관이든 모델의 연산이든, 그 모든 것에 최종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가격에 합의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그리고 저는 바로 이 지점에서 낙관합니다. 기술이 줄여주는 것은 정보의 격차이지, 안목과 감동, 그리고 한 작품을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어 하는 마음까지 대신해주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진위와 가격을 따지느라 쓰던 시간을 더 많은 사람이 작품 자체와 마주하는 데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저는 지금의 변화가 미술을 더 메마르게 하기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열어주는 쪽에 가깝다고 믿습니다. 〈에필로그 데이터가 붓을 쥐는 시대, 미술 생태계의 다음 장〉 ---pp. 221-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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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년 전 그 그림은
누구의 부탁으로 그려졌을까 파도바의 스크로베니 예배당은 조토 디 본도네의 프레스코화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예배당을 지은 엔리코 스크로베니의 아버지는 파도바에서 악명 높은 고리대금업자였다. 고리대금업자는 천국에 갈 수 없다는 세간의 인식 탓에, 그들 사이에서 예배당을 짓는 일은 일종의 유행이었다. 미술사에서 ‘조토의 걸작’이라 부르는 그 벽화는, 천국에 이르는 길을 돈으로 사려 한 어느 집안의 주문서에서 시작된 셈이다. 이런 사연을 알고 나면 그림이 다르게 보인다. 이 책의 축이 되는 개념은 미술사학자 마이클 백샌달이 제시한 ‘시대의 눈period eye’이다. 우리는 작품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문화와 교육, 종교, 경제, 사회적 경험을 통해 해석한다는 관점이다. 15세기 피렌체 사람과 오늘의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같은 눈을 가졌지만, 인지적 도구로서의 눈은 전혀 다르다. 그 눈으로 다시 보면 익숙한 그림들이 낯설어진다. 우첼로의 전투 그림에서는 쓰러진 군인조차 소실점을 향해 죽어야 했다. 크라나흐는 옆에 큐피드 하나를 그려 넣는 것만으로 ‘합법적인’ 누드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18세기 꽃 정물화에 시들고 꺾인 꽃이 섞여 있는 것은 화가의 실수가 아니라 “죽음을 기억하라.”는 시대의 주문이었다. 렘브란트가 평생 유화로만 40점 넘게 남긴 자화상은 내면의 기록인 동시에, 스튜디오를 찾아온 고객 앞에 펼쳐 보이는 포트폴리오이기도 했다. 핵심은 개별 작품의 뒷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사연들이 우연히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반복되어왔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아트 디렉터이자 이 책의 저자 이지윤은 그 시스템을 ‘미술 생태계art ecology’라 부른다. 시장과 미술관, 컬렉터와 국가 작품의 운명을 바꾼 ‘작품 밖의 사람들’ 미술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은 14세기다. 흑사병이 유럽을 휩쓴 직후 그림값은 최대 8배 가까이 치솟았고, 부를 과시하려는 신흥 상인과 죽은 이를 추모하려는 수요가 시장을 만들었다. 주문을 받아 만들던 ‘선주문 후제작’이 먼저 만들어 파는 ‘선제작 후판매’로 넘어가면서, 미술품은 비로소 상품이 되었다. 이 구조는 이후 700년 동안 정교해진다. 18세기 런던에서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문을 열고, 프랑스 혁명으로 쏟아져 나온 귀족의 재산이 영국으로 흘러들며 경매는 산업이 되었다. 세잔의 작품 150여 점을 싹쓸이해 잊힌 화가를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세운 딜러 볼라르, 마음에 드는 그림을 몇 달씩 거실에 걸어두고 확신이 서야 사들인 컬렉터 코톨드, 마티스와 세잔을 나란히 걸어두었던 거트루드 스타인의 살롱까지. 작품의 운명을 바꾼 것은 언제나 ‘작품 밖의 사람들’이었다. 여기서 저자는 시장의 작동 원리를 냉정하게 정리한다. 작품 가격은 1차 시장인 갤러리에서 형성되기 시작하고, 학력과 전시 이력, 비영리기관 초대전 횟수, 공신력 있는 미술관의 소장 여부가 차곡차곡 값을 쌓아 올린다. 그리고 한 작가를 꾸준히 지켜보며 작품을 사들이는 컬렉터가 200명쯤 확보되면, 비평이 없고 미술관이 소장하지 않아도 그 작가는 살아남는다. 한편, 미술관 전시도 수상도 거치지 않은 작가가 경매에서 벼락처럼 떠오르는 ‘매버릭’의 사례도 나란히 놓는다. 공식은 존재하지만, 공식만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 구조가 개인의 안목이 쌓인 결과이면서, 동시에 국가가 설계할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영국은 2001년 공공 미술관 입장료를 전면 폐지했다. 연 600만 명이 찾는 박물관에서 1인당 1만 원씩만 받아도 연 600억 원인 수입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1851년 만국박람회에서 공산품 디자인이 조악하다는 비판을 받자 박물관과 디자인 학교를 나란히 세웠던 나라, 광고 전략가 찰스 사치가 총리에게 “영국 작가를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던 나라의 선택이었다. 그 결과가 터너상이고 테이트 모던이고 YBA이며, 현대미술의 무게중심을 뉴욕에서 런던으로 끌어온 힘이었다. 오늘날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카타르가 미술에 국부를 쏟아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알고리즘이 값을 매기기 시작한 지금, 미술의 가치는 다시 쓰이고 있다 그리고 지금, 700년 만에 이 생태계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2025년 초 크리스티는 주요 경매회사로는 처음으로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만으로 채운 경매를 열었다. 6,500명에 가까운 작가가 반대 서명에 나섰지만 경매는 예정대로 진행되었고, 총액은 추정가를 훌쩍 넘겼다. 입찰자의 절반 가까이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였다. 더 근본적인 변화는 AI가 무엇을 그리느냐가 아니라, AI가 모든 미술품의 가격을 어떻게 들여다보느냐에서 일어난다. 작품 사진만 올리면 추정가를 산출하는 플랫폼이 등장했고, 시장을 24시간 감시하다 저평가된 출품작을 먼저 알아채는 ‘에이전틱 AI’까지 나왔다. 갤러리스트와 평생 친분을 쌓아야 겨우 들을 수 있던 귀띔이 이제, 질문 하나로 호출되는 데이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 변화를 낙관하되 무비판적으로 반기지는 않는다. 전 세계 경매 데이터의 70퍼센트 이상이 서구 백인 남성 작가에 관한 것이라는 분석을 인용하며, 알고리즘이 김환기의 저평가를 교정하기는커녕 통계적으로 ‘정당화’해버릴 위험을 지적한다. 기술이 공정한 가격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에 어떤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누가 그 결과를 비판적으로 읽어낼 것인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저자는 한국 미술시장을 두고 “지금이야말로 체질을 바꿀 기회”라고 말한다. 2024년 전 세계 미술시장의 총 거래액은 12퍼센트 줄었지만 거래 건수는 오히려 3퍼센트 늘어 4,000만 건을 넘어섰다. 흔들린 쪽은 초고가 시장의 ‘꼭대기’였고, 두꺼워진 쪽은 여러 작가의 여러 작품이 꾸준히 거래되는 ‘허리’였다. 더불어 서울은 지금, ‘프리즈 서울’에 매년 7만 명이 모여들고 세계 3대 경매사가 격전을 벌이는 도시가 되었다. 블루칩 작가의 화려한 수치에 가려져 있던 미술의 진짜 가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라는 뜻이다. 결국 이 책이 독자에게 건네는 것은 미술사 지식도, 투자 정보도 아니다. 한 작품 앞에서 “누가, 왜, 무엇을 위해 이것을 만들게 했는가?”를 묻는 습관이다. 그 질문을 익히고 나면 미술관의 그림이 달리 보이고, 브랜드의 아트 컬래버레이션이 왜 그 작가였는지 읽히며, 한 나라가 문화에 돈을 쓰는 이유가 보인다. 이 책의 제목처럼 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 그러나 그 불순함의 지도를 손에 쥔 사람에게 미술은 비로소 온전한 얼굴을 드러내고, 새로운 세계의 비즈니스를 열어주기도 한다. 이 책은 그 지도를 독자에게 건넬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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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오랜 공부 끝에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해외 문물을 한국 시장에 접목해온 사람. ‘숨 프로젝트’ 대표이자 미술사학자, 큐레이터, 미술경영 전문가인 이지윤의 업력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예술 생태계의 개념부터 미술사와 미술시장, 세기의 컬렉션까지 신나게 따라 걷다 보면 어느덧 한국 미술계에 던져진 숙제를 건네받는 기분이다.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 미술과 상관있고 싶은 사람 모두 이 초대에 어서 응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 김희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나무포럼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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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서울에 몰려든 인파에서 알 수 있듯이 오늘날 예술은 감상의 대상을 넘어 자본과 도시, 브랜드와 시장을 움직이는 거대한 생태계다. 이 책은 르네상스부터 현대미술까지 종교와 권력, 전쟁과 시장을 넘나들며 700년 미술 생태계의 작동 원리를 한 편의 이야기처럼 풀어낸다. 현장과 학문을 두루 갖춘 이지윤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작품만 보이던 사람은 시장을, 시장만 보이던 사람은 비로소 예술을 보게 될 것이다. - 홍성태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명예교수,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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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술계의 속사정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화가에게는 생존 노트, 미술 애호가에게는 냉정한 가이드북, 문화예술 기획자에게는 아이디어 백서가 되어줄 것이다. 수십 년간 국내외 미술 현장을 쉴 새 없이 누빈 저자의 생생한 목격담이니, 살아 있는 미술 생태계를 담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라 부를 만하다. -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 ≪난처한 미술 이야기≫ 시리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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