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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중고-중] 상의원
왕실의 옷을 만드는 사람들, 아름다움을 향한 최고의 대결!
남도현
이숲 2014.12.24.
판매자
탱자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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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곤룡포의 두 남자
2. 취향루의 밤과 낮
3. 면복을 구하라
4. 가슴 속의 봉잠
5. 경마장에 간 왕
6. 침선장 공진
7. 어침장 돌석
8. 왕비는 누구의 여자인가
9. 물 밑 소용돌이
10. 두 사람의 외출
11. 나 홀로 가례식
12. 왕비의 의대
13. 소의의 반격
14. 붉은 눈물
15. 왕의 눈길을 잡아라
16. 불타는 의복
17. 수직으로 떨어진 화살
18. 중전을 둘러싼 음모
19. 돌석과 공진의 대결
20. 진연에 나서다
21. 질투의 회오리
22. 폭풍전야
23. 폭풍의 눈
24. 남몰래 흐르는 눈물

저자 소개

저자 : 남도현
성균관대학교와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중국철학을 공부했고, 일본 도쿄 외국어대학을 거쳐 성균관대학교 예술철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장편소설 『Y를 찾아서』로 1998년 하반기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았다. 한국과 일본에서 편집자 생활을 했으며 현재는 출판 기획, 콘텐츠 기획, 번역 및 집필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저서로 『아비시엔의 문』, 『드라마 서울을 헌팅하다』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그림으로 이해하는 현대 사상』, 『미야자키 하야오론』 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269g | 130*190*20mm
ISBN13
9791185967042

책 속으로

왕비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대는 꿈이 있소?”
왕비의 난데없는 물음에 공진은 말문이 막혔다. 순간, 왕비의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 촉촉하게 눈물을 머금은 왕비의 눈에서 작은 물결이 일렁이고 있었다. 공진은 노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갑자기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정지한 시간 속에 멈춰 있는 두 사람 사이에 영원히 끝나지 않을 찰나의 순간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왕비는 애써 눈물을 참느라 눈가에 가느다란 름이 잡혔다. 왕비의 눈두덩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공진은 잠시 손에서 노를 놓고 품속에서 하얀 손수건을 꺼내 왕비에게 건넸다. 왕비는 말없이 손수건을 받았다. 왕비가 손수건을 펴자 아름답게 수놓은 제비꽃이 보였다. 왕비는 왈칵 눈물을 쏟더니 수건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공진은 왕비의 흔들리는 어깨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때 부용지의 잔잔한 수면에 갑자기 작은 파문들이 여기저기 일기 시작하더니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135-136쪽

왕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내 것은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중전조차도 말이다.” 왕의 입술이 실룩거렸다. “내게 중전은… 형님이 남겨주신 고기 한 점 같았다.”
순간, 돌석은 중전을 멀리하는 왕의 태도가 선왕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내 그 많은 문무백관을 갈아치웠지만 너만은 남겨둔 이유를 아느냐?”
“……”
돌석도 왕의 속내가 궁금했다. 선왕이 승하하고 나서 궐내 많은 사람이 숙청되고 축출되었지만, 실제로 돌석 자신만은 살아남았다.
“너는 내게 처음으로 내 것을 만들어준 자이기 때문이다. 알겠는냐?”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고개를 숙이는 돌석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제야 돌석은 자신이 궐 안에서 살아남은 이유를 알았다. 돌석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딱히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였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조선의 왕이, 돌석 자신을 의미 있는 존재라 말하고 있었다. 돌석은 너무 큰 감동으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왕을 위해서라면 당장 죽어도 후회 없었다. 161쪽

공진의 말에 깜짝 놀라 왕비는 팔과 다리에 힘을 주었다. 공진은 권척을 풀어 치수를 재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이 닿을 듯 말듯 왕비의 속저고리를 스쳤다. 손가락 끝이 몸에 가까워질 때마다 왕비의 가슴에 파문이 일었다. 공진의 손길은 어느새 목덜미를 따라 허리로 내려왔다. 왕비는 강한 전율이 온몸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이 강렬하면서도 두렵고, 위험하면서도 달콤한 감각은 대체 무엇인가. 왕비는 가벼운 어지럼증을 느끼며 공진의 손길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공진의 손길은 발끝에서 허벅지로, 허리에서 배꼽으로, 겨드랑이를 지나 가슴을 감싼 치맛말기까지 구석구석 스쳐갔다. 왕비는 머릿속이 아뜩해져 눈을 질끈 감았다. 169쪽

공진과 영의정은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꿈꾸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다른 것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 그러하듯 그들도 지금 변화를 원치 않는 세상에 보복당하고 있었다. 지키는 사람에게는 안온한 현실이 있었고, 바꾸려던 사람에게는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다. 꿈은 달콤했지만 현실은 차가웠다. 돌석은 지금까지 자신이 무언가를 바꾸려고 해본 적이 있었는지를 새삼 돌아보았다. 저들은 설령 달라진 세상이 지금보다 못한 것이 되더라도, 달라지기를 꿈꾸었던 사람들이었다. 돌석은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는 목을 타고 뜨겁게 올라오는 울음을 삼켰다. 그리고 고개를 높이 들어 멀리 우뚝 선 북악산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고인 두 눈에 산봉우리가 일그러져 보였다. 저 산 봉우리처럼 달라지지 않으리라, 흔들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돌석은 입술을 깨물었다. 218쪽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화제의 영화 「상의원」의 동명 소설

조선시대 궁에서 왕의 의복을 만들던 기관인 상의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랑과 욕망, 질투와 대결을 그린 스크린셀러. 당대 최고의 침선장이자 왕실의 옷을 만드는 어침장 돌석, 조선의 복식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천재적 바느질꾼 공진, 왕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비운의 왕비, 조선의 군주이면서도 자기 것을 가져본 적이 없는 왕, 이들이 펼치는 드라마가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 「상의원」의 동명 소설로 한석규, 고수, 박신혜, 유연석 등이 역을 맡고 신예 이원석 감독이 연출해 화제를 모았다.

아름다움을 향한 대결,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열망

삼십 년간 묵묵히 상의원에서 왕실의 의대를 지으며 오로지 양반이 될 날만을 기다리는 조선 최고의 침선장 돌석과 우연한 계기로 상의원을 드나들며 궁중 복식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천재적인 젊은 침선장 공진의 사이는 점차 애증의 관계로 발전한다. 예의와 법도와 계급을 중시하는 돌석과 아름다움, 자연스러움, 편안함을 추구하는 자유로운 영혼 공진은 대립과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고, 살리에르와 모차르트를 연상시키는 이들의 관계는 끝내 파국으로 치닫는다.
한편, 왕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데다가 후궁 소의의 등장으로 더욱 슬픈 나날을 보내던 왕비는 공진이 지어준 옷 덕분에 아름다운 여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왕권을 위협하는 신권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왕은 공진을 이용해 강성한 신권을 제압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세자 시절 부왕과 왕세자에게 눌려 살면서 한 번도 자기 것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왕은 왕비가 호감을 드러내는 공진을 그대로 둘 수 없는데….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의 대결

계급적 차별의 쓰라림을 처절하게 겪은 천민 출신 돌석에게 질서와 계급은 넘어서야 할 평생의 벽이면서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야 할 존재 이유다. 그러나 같은 천민이면서도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공진은 격식과 법도보다는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움을 좇고, 낡은 것을 지키기보다는 새로운 변화를 꿈꾼다. 또한 전제 군주가 전횡하는 세상이 아니라 영민한 관료들이 이끄는 세상을 꿈꾸는 영의정의 무리는 조선의 왕과 피할 수 없이 벌여야 할 대결을 준비한다. 비록 왕에게 사랑을 받지는 못하지만 국모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왕비 역시 후궁으로 들어앉은 소의의 야심에 맞서 싸워야 한다. 이처럼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의 대결은 혼란한 국면으로 접어드는데….

역사소설의 새로운 공간과 주제, 상의원과 의상

영화 「상의원」을 연출한 감독 이원석은 “조선시대 왕의 옷은 누가 만들었을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소설과 영화에서 조선시대 왕실 이야기나 음식, 의학, 교육, 미술 등 다양한 주제가 다루어졌으나 의상이 중심 주제로 등장한 적은 없었다. 오늘날 일반인에게 낯선 공간인 상의원은 그 성격상 매우 극적이고 문제적인 장소였다. 철저한 계급 사회였던 조선에서 세종 대에 천민 출신이었던 장영실도 바로 여기서 최고의 과학자로 변신했듯이 상의원은 최하 계층의 천민이 왕과 직접 대면할 수도 있고, 신분 상승을 통해 양반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었다. 또한 상의원은 왕실의 복식이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내 서민들의 의복에 영향을 미치는 아름다움과 유행의 첨단에 서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아울러 왕과 왕비의 의복만이 아니라 금은보화와 같은 재화도 직접 관리했으므로 권력과 긴밀한 관련이 있는 영역이기도 했다. 이처럼 낯설고 독특한 공간을 배경으로 심도 있는 인간적 드라마가 펼쳐지는 이 소설에서는 복식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과거 인물들의 미적 의식과 삶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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