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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약술한 것처럼 조선의 유학은 학설사의 관점에서 본다면 지극히 간이하고 또 단조롭다. 고려 말부터 천편일률적으로 주자학에만 골몰하여 학자의 학설도 반드시 주희의 진의에 부합하였는가 여부를 논의하는 양상에 불과하다. 따라서 조선 유학의 가치는 학설보다 오히려 사회적, 정치적으로 국가와 사회에 끼친 영향에서 보아야 하리라. 다시 말해 그것은 인심을 지배하는 힘에 있어서 위대한 것이었으며, 정당과 학맥으로 결합하는 데 이르러 가장 두드러졌다. 그렇기는 하나 조선은 전후 640여년 동안 주자학이 한 차례 수용된 이후 끝내 다른 학파의 흥기를 보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그 선택이 옳았는가의 여부는 또 다른 문제라 하더라도 그와 동시에 사상은 더욱 고착되고 진보나 발전을 잃어버렸다. 아무리 유학의 여러 학파 가운데 가장 온건하고 중정(中正)한 것이 주자학이라고 하더라도 이렇듯 단일 사상으로 만족한 조선인은 여기에서 그 국민성의 특색을 유력하게 보여 준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95-96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