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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권 길_위의 삼보일배

책을 펴내며
추천의 글_법륜 스님
격려의 글_김경일 교무
삼보일배는?
삼보일배 순례단 대열도
삼보일배 지도
진행 일정 개요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며
새만금 간척 사업은?

갯벌은 은혜로운 땅입니다
뭇 생명과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생명·평화의 여정 65일

순례, 그 후…
서록 제작 과정
삼보일배·오체투지의 현재적 의미_이문재 시인
인용·출전
삼보일배 순례단 진행팀
2003 삼보일배 참여자 명단

저자 소개 1

편저(사)세상과함께

 
생명의 소중함을 바탕으로 어려운 이웃들의 삶의 질 향상과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입니다. 특히 국내외 아동과 청소년의 교육 및 복지 향상,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노력하며 생태계 보존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존재가 존엄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 그리고 아름다운 지구를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건강한 활동을 하며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갑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94g | 152*200*20mm
ISBN13
9791156122838

책 속으로

갯벌은 갯지렁이가 꼬물대고, 망둥어가 설쳐 대고, 농게가 어기적거리고, 수백만 마리 찔룩이와 저어새가 끼룩거리는 경이로운 생명의 땅입니다. 또한 해일과 태풍이 오기 전에 모든 생명체에게 재해를 예감하게 하고 자연의 파괴력을 완화하는 은혜로운 땅입니다.
--- p.35쪽

우리는 정말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고 오로지 바다에 나가 조개 잡아먹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하는데 새만금 공사 소리가 조개 잡는 곳에서 들리는데 그 소리를 듣기만 해도 죽을 것 같습니다. 바닷사람은 바닷가에 살아야 하고 농사짓는 사람은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이순덕)
--- p.40

새만금 갯벌에서 십여 년이 넘게 벌어지는 저 소리 없는 총성과 떼죽음, 그리고 제발 전쟁을 중단해 달라는 이라크 양민들의 피어린 호소를 함께 가슴속 깊이 품고 이 길을 떠나겠습니다. 우리가 새만금 갯벌을 살릴 수 있다면, 소리 내지도 못하고 보이지도 않는 것들의 소중함과 귀함도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다면, 그 어떤 참혹한 전쟁도, 저 터무니없는 죽음과 공포의 행진도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문규현 신부)
--- p.43

어느새 삼보일배 닷새째. 세계 3대 환경 단체인 ‘지구의 벗’ 국제 본부Friends of the Earth International 리카르도 나바로 의장이 왔습니다. 이전에도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 스님을 만난 적 있는 나바로 의장은 성직자들의 초인적인 삼보일배에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고행은 너무나 놀랍고 경이로운 행동입니다. 참여하는 모든 분이 환경 보전을 위해 이토록 헌신하니, 새만금 갯벌은 반드시 지켜지리라 믿습니다. 오늘 순례에 참여하면서 제가 큰 힘을 얻은 느낌입니다. 이것은 국제적으로도 매우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새만금 갯벌은 국제적으로도 중요하기 때문에 국제적인 캠페인으로 함께 지켜 나갈 것입니다.”
--- p.50

현대를 사는 우리는 경제가 전부인 줄 착각하며 너무 각박하고, 너무 들떠 있고, 쫓고 쫓기느라 긴장과 불안을 잔뜩 품고 삽니다. 그게 고통인 건데, 고통을 받는 줄도 모르니 고통이 반복됩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 문제가 해결되는 줄 아는데, 아닙니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사람은 좀처럼 바뀌지 않아요. 그렇지만 내가 바뀌면 세상은 분명히 달라져요.(수경 스님)
--- p.60

정치인들, 권력자들, 건설업자들, 언론들과 권력 주변의 온갖 탐욕들의 희생양이 되는 새만금 생명과 어민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쓰려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 3보1도(배)의 길에 나서게 됐습니다. …… 목사의 한 사람인 저는 이 생명 죽임과 어촌 공동체의 파괴를 그냥 두고 볼 수 없기에 하나님께 간절히 새만금 갯벌에 사는 생명들을 위해 기도합니다.(이희운 목사)
--- p.66

새만금은 전형적인 개발 성장 논리에 기초한 생태계 파괴의 전형입니다. ‘갯벌은 버려진 땅’이라는 그릇된 인식의 소산입니다. 내륙과 갯벌과 바다가 서로 유기적으로 생명 활동을 하면서 하나의 거대한 지구 생명 이룸을 알지 못하는 무명과 무지의 산물입니다. 새만금 갯벌은 이미 다 훼손돼 버린 한반도의 가장 크고 잘 발달된 생명의 보고입니다. 유일한 희망입니다. 그래서 목숨 걸고 호소하는 것입니다.(김경일 교무)
--- p.71

경기도 여주 신륵사에서 세영 주지 스님과 동자승 일곱 명과 신도들이 왔습니다. 가슴에 ‘갯지렁이가 집을 잃어버렸어요’, ‘오리가 먹을 게 없어요’, ‘갯벌이 썩어 가고 있어요’, ‘게가 울고 있어요’라고 예쁜 글과 그림을 달고 온 동자승들은 순례자들을 보자 합장합니다.
--- p.130

경기도 이천에서 한 가족이 왔습니다. 지난해에는 새만금 갯벌에도 가 보았답니다. 길가에 잔뜩 핀 민들레 씨앗을 호 불어 날리며 즐거워하는 열살배기 한빛이는 “조금 덥지만 걸어 다니는 게 재미있어요”라며 할아버지 댁 가는 길에 새만금을 살리려고 왔다고 합니다. “환경을 살리려면 쓰레기도 안 버리고, 합성 세제도 많이 쓰지 말고, 물건도 아껴 쓰고, 책도 찢어 버리지 않아야 해요”라고 의젓하게 이야기합니다.
--- p.136

“만화가도 만화만 그리지 말고 이런 문제에 참여해야 합니다.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해 이 순례가 새로운 생명의 축제가 되도록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신영식 화백)
--- p.165

“요리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에게 요리만 가르치지 않습니다. 식탁에서 지녀야 할 예절과 음식물 버리지 않고 절제하기부터 먼저 가르칩니다. 자연과 인간은 하나입니다. 몸에 약이 되는 좋은 먹을거리를 위해서는 환경이 좋아야 합니다. 환경이 오염되면 내가 병들게 됩니다.”(선재 스님)
--- p.176

오늘 순례에 참여한 조옥진 씨는 “바다를 막아 육지를 만들 정도의 힘과 능력이 있다면, 자연 그대로 두고도 다른 땅을 사용할 능력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며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변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 p.177

“이 문제는 생명에 대한 존중이냐, 돈에 대한 존중이냐가 본질입니다. 새만금 갯벌은 세계적으로도 유일하게 남은 하구 갯벌로서 많은 생물이 사는 희귀한 생태계이며 귀중한 자원입니다. 위정자들이 끝내 막는다 해도 새만금 방조제는 언젠가는 뚫어지게 돼 있습니다. 방조제 건설을 계속하더라도 방조제가 뚫어질 때까지 계속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을 것입니다.”(김정욱 교수)
--- p.183

조그만 갯벌도 몇만 년 동안 쌓여서 만들어진 엄청난 것 아닌가요. 인간은 끝내 자신들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조차 알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이면서도 가끔 모든 걸 다 안다는 듯 함부로 행동합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해 겸손하려는 동료 인류에게도 인간은 자주 무례합니다.(홍승희 동화 작가)
--- p.208

“나는 부처님, 예수님 말씀은 믿지만, 성직자에게는 불신이 있었습니다. 기대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텔레비전에서 삼보일배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그래. 저것이 불교의 자비지, 하느님의 사랑이지, 희망이지’ 하면서 울었습니다. 그래서 나왔습니다. 삼보일배는 이 시대의 보살행입니다.”(리영희 교수)
--- p.190

새만금 갯벌을 보존하자는 소리는 단지 환경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생명 존중과 평화의 가치관을 심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채우지 못하면 불안에 떨고, 불편을 참아 내지 못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버리지 않는 한 온 세상을 모두 파헤쳐도 인간의 욕망은 채울 수 없습니다. 이제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개발과 발전이 아니라 욕망을 참고 비워 내는 버림으로 모든 갈등을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불교신문 사설)
--- p.209

한국에서 8년을 살았다는 프랑스인 패트릭 주닐론 씨는 한국의 동서 해안은 매우 아름다워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새만금 갯벌을 매립한다니 매우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건설construction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파괴destruction라고 말한다”고 했습니다. 순례단 소식을 고국의 친구들에게 알리겠다며 사진기 누름단추를 연신 눌러 댔습니다.
--- p.214

모든 생명이 환경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새만금을 살리고 자연 환경을 살리는 일은 결국 그 속에서 사는 우리 자신을 위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생명들이 서로 같이 살 수 있는 상생의 환경을 만들려면 생명 하나하나를 내 생명처럼 생각해야 합니다. 이 세상은 모두 함께 살아가야 할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자연은 누가 만드는 것이 아니기에, 인간의 욕망을 위해서 함부로 손대서도 안 되며 파괴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첫 번째 규범인 불살생계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아끼며 보호하라는 경계의 뜻입니다. 이 마음을 바탕으로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은 다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바라는 마음, 고통과 질곡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자비심입니다. 삼보일배 행렬을 이끌어 온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님, 김경일 교무님, 이희운 목사님 외 수많은 순례자분이 이러한 자비심을 몸으로 직접 보여 주며, 인간다움의 진정한 의미를 우리 모두에게 거듭 일깨워 주었습니다. (법장 스님)
--- p.220

삼보일배는 단순히 새만금 간척 사업을 반대하려고가 아니라 오늘날의 환경 위기를 초래한 물질 위주의 삶, 개발과 성장 위주의 정책을 우리 모두 한번쯤 돌아보자는 뜻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환경 운동에 참여하면서 우리의 삶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설사 새만금을 중단하고 그 돈을 다른 개발 사업으로 돌려도 다시 제2, 제3의 새만금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수경 스님)
--- p.231

삼보일배. 차로 단 몇 시간이면 그냥 달려갈 길을, 계절이 갈리고 65일, 36만여 걸음, 12만여 번을 절하며 갔습니다. 눈물과 땀, 고난과 인내로 뒤범벅이 된 채 함께 사랑하고 함께 걸으며 함께 기도해 주신 모든 분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눈앞의 결과로만 따지자면 허망하기 그지없는 일, 하지만 보이지 않게 또 길게 보면 우리는 어쩌면 얻을 것을 다 얻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생명과 평화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기로 작정한 여러분 덕입니다. (문규현 신부)

--- p.233

출판사 리뷰

배경_“성찰하고 표현하라. 공감하고 연대하라”

새만금은 전북 부안에서 군산에 이르는 우리나라 최대 하구 갯벌 지역이다. 1991년부터 이 갯벌을 농지로 만들겠다는 사업이 진행됐다. 매립에 쓰기 위해 서울 남산 크기 150개에 이르는 산이 사라지는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환경 파괴 사업이었다. 이로 인해 보금자리를 빼앗기고 쫓겨나야 하는 어부와 주민의 수는 2만 5,000명이 넘었다.

2003년 3월 더는 두고 볼 수 없던 성직자들이 앞장서며 수많은 환경·시민 사회단체, 그리고 주민과 시민이 새만금갯벌생명평화연대(36개 환경·종교·시민 단체 참여)로 모였다. 삼보일배의 시작이었다.

이 책은 지네처럼 기어 오체투지 순례를 이어 나가며 자벌레와 갯지렁이와 눈을 마주치는 길을 걸었던 이들의 이야기이다. ‘너는 나의 뿌리이며, 나 또한 너의 뿌리’라는 평등과 공동체 정신을 갖고 나부터 돌아보는 성찰의 자세로 상생의 길을 걸었던 많은 분의 발자취이다.

모든 생명체 간 용서와 공존을 기도하고, 지구와 인간과 자연이 하나라는 큰 연민을 가졌던 열린 마음들, 생명 존중의 정신을 실천하려 했던 이야기들이다.

과정_1킬로미터 가는 데 두 시간 이상 걸린 ‘고행’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삼보일배’는 불가의 수행법으로, 걸음마다 내 안의 탐욕을 응시하고 내 진심(분노·화)을 성찰하고 내 어리석음을 돌아보는 불가의 수행법이다. ‘오체투지’는 양 팔꿈치와 무릎, 이마를 땅에 대어 사람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낮아지는 자세로, 더불어 살아가는 겸손을 배우며, 자기 안의 탐진치貪瞋癡(욕심과 성냄, 어리석음)를 비우는 수행이다.

당연히 1킬로미터를 가는 데 두 시간 넘게 걸리는, 세상에서 가장 느린 길을 걸어야 했다. 하루에 4킬로미터 이상을 갈 수 없는 고행이었다. 그래도 밤마다 망가진 무릎에서 물을 빼내고, 다시 못 일어날 듯 끙끙 앓아도 동이 틀 무렵이면 기도로 하루를 열었다. 순례단 일지에는 “어느 날은 새벽에 밥하러 나왔는데 차(숙소) 안에서 ‘내 다리 잘라 줘’, ‘내 팔 잘라 줘’ 하면서 앓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성직자들이) 너무 아프니까 자면서 비명 소리를 내는 거예요. 눈물이 벌컥 솟았어요”란 기록이 남아 있다. 전종훈 신부는 순례 전 수술한 오른팔에 통증이 여전했고, 수경 스님은 무릎 연골이 다 닳았으며, 문규현 신부 또한 극도로 쇠약한 상태였지만 마지막까지 함께했다.

반응_멀리 내다보는 시민들의 비폭력 불복종 운동

이 역사적 ‘사건’은 앞장선 성직자들이 있어 가능했지만 이 어림없는 길에 수많은 사람이 따라나섰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결코 외롭지 않았다. 많은 이가 삼보일배가 진행되는 ‘느린 길’을 찾았다. 뉴스를 보고 달려온 학생들, 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동참한 중학생, 평범한 가정주부, 시민 단체 활동가, 노동자, 연예인, 작가, 학자, 외국인 등 실로 다양했다.

누구는 죽비를 들고, 누구는 깃발을 들고, 누구는 냄비와 솥단지며 찬거리, 잠자리 천막을 차에 싣고서……. 연도에서 지켜보던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고 수건을 들고 와 땀을 닦아 주는가 하면, 음료수를 건네고 성금을 내기도 했다. 그리고 아침이면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이 전날 순례를 마치고 오늘 순례를 시작할 곳에 먼저 와서 기다려주었다. 골골샅샅 아이부터 어른까지, 일주일 노동을 마치고 쉬는 주말마다 꼬박꼬박 오고, 시간을 만들어 며칠씩 다녀가기도 했다. 모두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함께 열어 간 순례자들이다.

그러기에 삼보일배-오체투지는 불합리와 모순에 항거하는 시민들의 ‘새로운 표현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비폭력은 무기력이 아니라 ‘폭력이 아닌 힘’이며 불복종은 ‘불의에 대한 불복종’임을 일깨워준 것이다. 또한 주권자 시민의 탄생에만 기여한 것이 아니라 ‘종교 간 화해와 실천’의 모범을 보여주며 이 시대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제시했다.

이후_다시 돌아보는 ‘져서 이기는 싸움’

우리 사회는 여전히 ‘힘의 논리’ ‘돈의 논리’가 판치고 있고 자연을 착취하고 인간의 내면을 황폐화하는 개발 만능주의와 성장 제일주의의 목소리가 크다. 서울시의 3분의 2 크기인 새만금 매립지는 대부분 폐허 상태로 버려져 썩어 가는 매립지를 정화하는 비용만 늘어간다. 수만 마리 도요새 떼를 비롯해 그곳에 서식하던 온갖 동식물의 안부는 이제 알 수 없다. 2023년에는 이곳에서 세계잼버리대회를 졸속으로 개최했다가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보일배-오체투지에 함께했던 이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세종 정부청사 환경부 앞에서는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의 시민들이 수백 일에 걸쳐 천막 농성을 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멀리 내다보는 시민들이 비폭력 불복종 운동을 통해 ‘져서 이기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삼보일배 당시 순례자로 참가했던 수경스님은 (사)세상과함께와 환경보존 및 나눔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사)세상과함께는 2020년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을 제정해 환경 보호 운동가들을 응원하고 있다. 문정현 신부, 문규현 신부 등 평화바람 사람들은 전북 지역 환경·시민 사회단체 등과 함께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며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 문화제’를 축으로 운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희운 목사와 김경일 교무 역시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한길에 여전히 서 있다.

왜, 지금_이 책이 나오기까지

“경제는 10년 전으로, 정치는 20년 전으로, 이념은 30년 전으로 후퇴한 상황”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20년 안팎이 흐른 지금 삼보일배-오체투지를 다시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은 어떤 이의 위업을 기리기 위한 의도가 아니다. 한 사람의 작품도 아니다. 공멸 위기에 놓인 현대 문명의 문제를 고민하고, 우리의 가치관과 사회 구조를 반성적으로 성찰하기 위해, 그리고 개인과 공동체가 변화하고, 대립이 아닌 협력과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가 발전해 나가기 위해 삼보일배 오체투지 정신이 내포한 사람·생명·평화의 길을 되새겨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엮어낸 것이다.

한의사 공부모임 ‘지금여기’의 2021년 4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한의사 50여 명이 1차로 신문 기사와 글, 사진과 영상 등 삼보일배·오체투지 순례 자료를 모았다. 이어 (사)세상과함께는 편집팀을 구성해 각종 자료 수집과 인터뷰를 진행한 끝에 그해 12월에 약 1만 페이지 분량의 12권 자료집을 완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사람·생명·평화’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은 이웃과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 책을 출판하기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는 삼보일배-오체투지에 참여했던 성직자들과 참여 시민들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그러나 담백하게 실렸다. 전쟁과 기후 위기, 환경 파괴로 미래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는 이 시대에 삼보일배와 오체투지의 정신은 절실하게만 느껴진다.

책 내용이 비록 고매하고 심원하지 않다고 느낄지 몰라도 생생하고도 진솔한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왜, 지금?’이 아니라 ‘왜, 이제야’라는 물음이 절로 떠오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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