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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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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3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34쪽 | 450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7515082

책 속으로

노란 계화꽃 문양이 그려져 있는 마차의 행차에, 곁을 지나고 있던 백성들은 보자마자 놀란 기색으로 물러나 얼른 고개를 숙이며 몸을 낮췄다. 그 모습이 처음인 외인들은 이상하다는 듯이 응시했다. 진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다지 고급의 마차도 아니었고, 화려하게 꾸며진 높은 권세가의 귀부인들이 타는 마차로 보이지도 않았다. 당연 뒤따라야 할 특별한 호위 같은 것도 없이 억지로 백성들을 무릎 꿇려 예를 표하도록 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백성들이 스스로 그 마차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이고, 길을 비켜 그들이 지나치도록 하는 것이다. 진위는 그것들이 상당히 이상하게 보였다.
“계화택주께서 어인 일로 저택 밖까지 걸음을 하셨다지?”
“정말 저 안에 그 소문의 계화택주께서 타고 계신 것인가?”
“안 그렇겠나? 저 확연한 휘장 위의 문장은 그분께서 궁 안을 나온 이후로 줄곧 써오신 문장이신데!”
“허어, 그렇군. 그런데 정말 어쩐 일이시지. 그분은 궁을 나온 이후로 손에 꼽힐 정도로밖엔 저택 밖으로 걸음을 하시던 분이신데.”
“그러게 말이야. 신기한 일이로군.”
진위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힐끗 등 뒤의 객잔 건물을 응시했다. 2층으로 이루어진 목조 가옥에서 음식을 먹다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서로 떠들고 있었다. 진위는 입가에 드리운 서늘한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더욱 알 수 없다는 시선을 마차를 향해 던졌다. 천천히 대로를 지나고 있던 마차는 이제 말을 멈추고 서 있는 자신의 곁을 지나고 있었다. 그것을 묵묵히 응시하고 있던 진위는 흠칫 기이한 웃음을 머금었다.
휘장 밖으로 뻗어 나온 손 하나가 자신의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다. 작고 가녀린 여인의 손이었다. 하얗고 가지런히 뻗은 가는 손가락은 그 손만으로도 상대가 상당한 미인일 것이라는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진위는 휘장을 거둬내지도 않은 채 그냥 바깥의 차가운 바람을 느끼고 싶어 내민 것으로 보이는 그 하얀 손을 조금은 굳은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손이 자신에게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흡사 바람을 느끼며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그 손길이 자신을 유혹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가자.”
마차가 아직 다 지나간 것도 아닌데 그는 몸을 돌려 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낮은 음성에 역시 홀린 것처럼 마차를 보고 있던 노복이 놀라 말을 몰아 뒤따랐다.
진위는 한참이나 마차에서 떨어져 나오다가 힐끗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느긋한 속도로 움직이는 마차는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을 가득 받으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진위는 알 수 없다는 얼굴로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다시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급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오늘 중에는 내성으로 돌아가 오랜 여행에 지친 몸을 쉬면서 앞으로의 할 일을 미리 짚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안은 자신의 곁을 지나며 들려온 낮은 음성에 흠칫하며 쿠션에 기대어 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휘장 밖으로 내밀어 바람을 느끼고 있던 손길을 거둬내고 뒤쪽으로 몸을 비틀었다. 곁에 앉아 모친의 명령으로 놓고 있던 수틀을 쥐고 다른 한 손으로 바늘을 쥐고 씩씩거리고 있던 시비는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왜 그러세요, 공주님?”
“응?”
보일 리도 없는 수안이 마차 뒤쪽을 향해 몸을 돌리고 아련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에 애란은 다시 물었다.
“어디 몸이 불편하기라도 하신가요?”
“아니, 아니야.”
수안은 쓴웃음을 지으며 몸을 바로 했다. 조금 전 자신의 곁에서 울려 퍼진 남자의 음성에 저도 모르게 놀라 취했던 행동이었다.
‘상냥하고 포근하지만 그 안에 힘을 지니고 있는 남자다운 음성이었어. 짧은 순간 지나친 목소리인데도 어째서인지 마음에 남는구나.’
수안은 곧이어 조금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참, 나답지도 않게. 평생 듣도 보도 못한 알지 못하는 외간 남성의 짧은 목소리에 왜 이리 동요를 하고 있는 것인지. 한심스러울 정도로구나.’
짧은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내저은 그녀는 몸을 바르게 세워 옷차림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정면을 향했다.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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