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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차별어의 형성
1장. 슬픈 차별의 기억 01.배 한 쪽과 썰매 02.혼나는 아이 03.달무리 진 여름밤 2장. 나는 차별어 사용자가 아닐까 01.차이와 차별 02.어리다고 차별하고 03.늙었다고 차별하고 04.모르며 차별하고 05.알아도 차별하고 06.다르다고 차별하고 07.못산다고 차별하고 08.못한다고 차별하고 09.맘에 안 든다고 차별하고 10.자조적으로 차별하고 11.대조하며 차별하고 12.신성한 직업을 차별하고 13.우리는 왜 차별하며 살았을까 3장. 차별어의 기준과 영역 01.의미성 02.의도성 03.맥락 04.차별의 영역과 내용 4장. 차별을 넘어서 01.세상에 제일 예쁜 사과는 없다 02.착각과 상상력 03.작은 것 하나도 소중하다 04.없앨 말과 고친 말 맺는말|우리에게 필요한 섬세한 인식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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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린이, 부린이, 요린이는 주식의 ‘주’, 부동산의 ‘부’, 요리의 ‘요’에 어린이의 ‘린이’를 합친 단어이다. 잘 속고 요령이 없으며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괴로움에 빠져 있어서 좀 더 배워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누군가는 일이 서툰 초보를 어린이에 빗대는 말이 뭐가 어떠냐고, 더 배워야 하니 그렇게 부르는 것이 어떠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처럼 비유하는 말과 생각에는 어린이가 약하고 미숙하며 부족하다고 깔보는 아동 차별적 인식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저 주식 초보, 부동산 초보, 요리 초보라고 부르면 된다.
--- p.50, 「어리다고 차별하고」 중에서 ‘틀딱’이라는 말에는 참으로 비인격적인 사고가 개입되어 있다. 이 말은 주로 노년층을 차별하는 상황에 쓰인다. 치아가 망가지고 성치 않아서 틀니를 착용하는 사람은 그것만으로도 불편하고 서러운데 왜 남에게 그처럼 험한 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비하의 대상이 자기 어머니나 아버지가 될 수도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부모에게 틀딱이라며 못 할 말을 할 것인가. 틀니 때문에 식사할 때 딱딱 소리가 나는 것이 그리도 싫은가. 좀 듣기 불편하더라도 그 고충의 당사자는 어떻겠나 생각하며 참을 수는 없는가. --- p.59~60, 「늙었다고 차별하고」 중에서 ‘미망인(未亡人)’은 ‘아닐 미, 죽을 망, 사람 인’으로, 죽지 않은 사람이란 뜻이다. 남편과 달리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니, 여필종부라는 유교식 사고의 영향으로 남편이 죽으면 아내도 따라 죽어야 한다는 생각이 서려 있는 것이다. 과부라는 표현 대신 사용한 말이라고는 하나 높이는 말은 전혀 아니다. ‘죽어야 할 사람이 살아 있다’는 말도 안 되는 뜻을 표현한 것뿐이다. --- p.69, 「모르며 차별하고」 중에서 흔히 ‘성차별!’ 하면 여성 차별을 많이 떠올리지만 남성도 차별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 한 남학생은 고등학생 때부터 옷차림에 관심이 많아서 어떻게 하면 옷을 멋있게 입을까 신경 쓰곤 했다. 한번은 인터넷에서 본 대로 티셔츠 앞쪽을 바지 안에 넣고 뒤쪽은 빼서 입고 교회에 갔다. 그러자 어른들이 티셔츠 앞부분만 넣어 입는 것은 “여자애들이나 하는 것 아니냐”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 말에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학생은 부끄러운 마음에 얼른 티셔츠 앞쪽을 바지 밖으로 꺼냈다. --- p.77~78, 「알아도 차별하고」 중에서 ‘국평오’는 ‘국민 평균 수능 등급 9등급 중 5등급’을 줄인 말로, 우리가 우리나라 국민을 자조적으로 지시할 때 쓰인다. 국민이란 나 자신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사는 다른 모두를 포함하는데, 자신만 지시하는지, 남을 지시하는지, 아니면 모두를 지시하는지가 문맥에 따라 모호하다. 9단계 중 5등급이면 중간 정도인데 중간이 왜 나쁜가, 그리고 왜 등급을 운운할까 하는 의문이 드는 말이기도 하다 --- p.132~133, 「자조적으로 차별하고」 중에서 우리는 ‘결정 장애’라는 말도 많이 쓴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주저하며 시간을 끄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이 들으면 매우 적절치 않은 말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결정을 제대로 못 하는 것이 장애라면, 장애를 부족하고 열등하다고 인식하는 셈이다. 그러나 장애는 부족하고 열등한 것이 결코 아니다. “인생의 장애물을 극복하자” 같은 표현도 “인생의 걸림돌을 극복하자”로 바꾸면 좋을 것이다. --- p.165~166, 「우리는 왜 차별하며 살았을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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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독자가 ‘다른 이들을 차별하면 안 되지’, ‘차별어 쓰지는 말아야지’라는 생각만 하며 가벼이 지나치지 않고 차별하는 사회의 인간답지 못한 비정함을 깨달으면 좋겠다. 차별받는 사람의 아픔과 슬픔이 우리 안에 스며들어 차별의 정체를 뼈저리게 느끼면 좋겠다.”
- 작가의 말 무심코 사용한 언어에 담긴 차별의 의미 이 책의 제목을 ‘차별어의 발견’이라 정한 이유는 차별어의 목록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차별 행위를 분석하여 원인을 밝히고 가능하다면 대안을 찾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발견이란 미처 알지 못했거나 숨어 있는 것을 찾아내는 행위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으로 복잡 미묘한 인간의 언행과 그 안의 요소를 켜켜이 캐내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차근차근 캐내며 사람의 마음에 공감해야 비로소 분석할 수 있는 주제, ‘차별’은 바로 그런 것이다. 결정 장애, 주린이, 맘충, 국평오… 나도 차별어 사용자일까? 차별어의 유형은 꽤 다양하다. 원래는 차별하는 뜻이 없었으나 사용 맥락에 따라 차별하는 단어가 된 것도 있고, 만들어질 때부터 어원적으로 차별하는 뜻이 깃든 차별어도 있으며, 특정 대상을 노골적, 부정적으로 규정하고 적대시하는 차별어도 있다. “아니, 그런 것까지 생각하며 살아야 해? 그냥 하는 말인데, 굳이 전후 맥락과 그 말의 영향을 분석하라니?”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입장이 되면 사정이 다르다. 말하는 사람은 단순히 언급했을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듣는 사람은 그 생각이 무심하고 거칠다고 느낄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섬세한 인식력 ‘차별’을 당하면 그 자리에서 상대에게 왜 그러느냐고 항의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저 암암리에 진행되고 저질러지는 비리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비리는 잘못을 꼬집어 지적할 그 무엇이라도 있지만 차별은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어서 소리 없이 삶에 파고들어 우리를 아프게 한다. 이 책에 담긴 차별어의 자초지종을 살펴보면 모두 섬세한 인식력을 결여한 채 사용하는 말들임을 알 수 있다. 각 사례를 생각해보면서, 차별어가 된 이유를 들여다보면 좋겠다. 그래야 차별 문제에 관한 인식이 그저 스쳐 지나가지 않고 우리 안에 절실히 스며들 수 있다. 우리 안에 절실히 스며든다는 것은, 차별하는 사람의 비정함과 차별받는 사람의 아픔과 슬픔을 뼈저리게 느끼고, 어쩌다 부주의하게 차별어를 쓰면 얼른 고쳐 말하면서 결국 쓰지 않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