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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1906년 터 잡기1919년 터 닦기기단 설치주춧돌목재 건조치목 작업기둥 세우기수장과 벽체 쌓기추녀와 처마 내밀기1926년 기와 잇기상량식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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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로 쌓아 올린 독립운동, 터전을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 오늘 우리가 거니는 북촌 골목길에 숨겨진 가장 뜨거운 유산, ‘한옥’.나라를 잃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깃발이 바뀌는 일일까, 언어를 빼앗기는 일일까. 아니면 내가 살아가던 공간이 변해가는 일일까.성상현 작가의 소설 『북촌의 건양사』는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작품은 총칼과 피 흘리는 투쟁만으로 일제강점기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북촌의 기와지붕과 골목, 그리고 집을 짓는 장인들의 손끝을 따라가며 ‘삶의 터전을 빼앗긴 시대’를 정면으로 응시한다.작품 속 경성은 거대한 침탈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일제는 도시 계획이라는 명목 아래 조선의 정체성을 지우려 했고, 남촌을 넘어 북촌의 오래된 골목과 한옥들까지 하나둘 무너뜨려 갔다.이 거대한 위기 앞에 수수방관하지 않고 맞서 싸운 이는 실존 인물이자 ‘조선 최초의 부동산 디벨로퍼, 건양사(建陽社)의 정세권’이었다. 그는 대형 부지를 매입해 조선인 서민들을 위한 도시형 한옥을 보급하며, 일본 자본의 진입을 공간으로 막아서는 독보적인 ‘건축 독립운동’을 펼친다.그러나 이 작품이 진정으로 주목하는 것은 정세권 한 사람의 영웅담이 아니다. 그 시간 안에서 정세권과 함께 숨 쉬고 버텨낸 보통 사람들의 삶이다. 거리의 거친 건달이었지만 정세권을 만나 한옥을 짓는 일에 뛰어든 ‘강찬돌’을 비롯해, 먹고사는 문제와 자존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장인(匠人)들까지. 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대에 맞서고 버텨낸다.이 소설에서 ‘집’은 단순히 기거하는 공간이 아니다. 가족의 삶이자 조선의 얼, 그리고 빼앗길 수 없는 인간의 존엄이다. 그렇기에 기와 한 장을 올리고 기둥을 세우는 노동은 단순한 생계가 아니라 무너져 가는 세계를 붙드는 거룩한 행위가 된다. 식민 권력이 경성을 침식해 들어가는 과정은 삶을 잠식당하는 시대를 보여주는 상징이며, 이에 맞서 한옥을 지어 올리는 일은 가장 뜨거운 저항이 된다.소설 속 인물들은 결코 완벽한 영웅이 아니다. 그들은 두려워하고, 흔들리고, 당장의 생존을 위해 타협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그들의 고뇌는 더 현실적이고 절실하게 다가온다. 작품은 끊임없이 묻는다. 위기의 순간,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가족인가, 생존인가, 아니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조선의 정신인가.“강찬돌 선생!건양사와 함께 북촌을 성공적으로 재개발하여 경성을 지킵시다.왜놈들이 북촌에는 발도 디디지 못하도록!”『북촌의 건양사』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 우리는 깨닫게 된다. 역사는 거창한 구호나 특별한 인물들만의 기록이 아니라, 자신의 터전을 지켜내려 애썼던 평범한 사람들의 숨결이 모여 완성된다는 것을. 시대를 건너뛴 정세권의 혜안과 북촌 골목길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묵직하고 뜨거운 여운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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