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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사람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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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成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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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수다를 멈추고 싶었지만 멈춰지지가 않았다. 유치하게도 자신이 살면서 얼마나 착한 일을 많이 했는지 모두에게 말하고 싶었다. 마치 학교 갔다 집에 돌아와서 엄마에게 이런저런 수다를 떠는 어린아이처럼. 그는 한국에 온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외국인노동자의 핸드폰을 찾아준 이야기도 하고, 길을 걷다 폐지 줍는 노인들만 보면 몰래 리어카를 밀어준다는 이야기도 했다. 말을 하면 할수록 얼굴이 화끈거렸다. 양 볼이 붉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 p.101 책상 위에는 유서가 놓여 있었다.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잘 되지 않았습니다. 미안합니다.” 형민은 유서를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았다. --- p.211 “미안합니다.” 형민은 사과를 하고는 또 도망을 쳤다. “저기요.” 작가가 형민을 불렀지만 형민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형민은 뛰었다. 계단을 내려오는 사람들과, 로비에 서 있는 사람들과,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과 어깨가 부딪혔다. 그때마다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마치 그 말을 하고 싶어서 일부러 어깨를 부딪는 사람처럼 --- p.212~213 “강차장님 말이, 그러면 취한대요. 술이 떨어질 때마다 아, 그만 마셔야지, 하고 반성을 해야 한대요.” 밤을 새우면서 형민은 강차장에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마지막에는 취해서 거의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으면서 몇번이나 울었던 기억은 났다. --- p.280 세수를 하고 나오면 어머니는 그의 엉덩이를 두드리면서 칭찬을 해주었다. “우리 착한 아들, 벌써 일어났어.” 그때를 생각하자 그는 지금이 두 번째 삶처럼 느껴졌다. 기억에서 지워진 첫번째 삶이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았다. --- p.307~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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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민에서 시작해 가지를 치며 뻗어나가는 이야기
무수한 별처럼 작고 희미한 삶들을 향한 위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형구네 고물상」의 아역배우 ‘진구’로 짧은 인기를 누렸던 형민은 38년이 지나 「그 시절, 그 사람들」이라는 프로그램에 섭외된다. 사회자는 형민에게 아역배우로 활동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묻고 형민은 자신의 기억을 하나하나 소환하게 되는데, 모든 사람들이 형민을 진구로 부르던 시간으로 형민에게는 썩 즐거운 기억이 아니다. 드라마가 종영되고 형민의 삶은 점점 나빠져만 갔다. 연기활동을 계속하려고 했지만 오디션마다 번번이 낙방했고 성적은 점점 더 떨어졌다. ‘어리숙’이나 ‘어정쩡’처럼 ‘어’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모두 자신을 가리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를 만나 딸을 낳고 가족을 이루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혼했고 아내는 세상을 떠났다. 프로그램 녹화가 진행될수록 형민이 머릿속에는 불행한 일들이나 잘못된 선택, 변명만 가득차고 형민은 결국 녹화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한편 「그 시절, 그 사람들」의 사회자는 이 프로그램으로 6년 만에 공중파 복귀를 했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진행하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겨우 케이블이나 종편 채널에서만 방송을 할 수 있었다. 방송에 나오지 않는 이유를 묻는 할머니에게 자신이 국장이 되어서 그렇다고 거짓말을 했다. 어린 시절 「형구네 고물상」을 텔레비전으로 보고 자랐던 사회자는 형민과 대화를 하는 동안 자신이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과거의 기억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을 느끼고 급기야 형민에게 질문을 던진 뒤 감정에 복받쳐 눈물을 흘려서 녹화를 중단시키기도 한다. 형민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소설은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마치 주인공이 두명인 것처럼 사회자의 이야기를 형민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그리고 사회자에서 형민의 어머니로, 형민의 아내로, 형민의 딸, 형민이 다니는 회사의 조과장, 박대리……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삶으로 가지를 뻗어나간다. 작가는 형민을 소설 한가운데 세워 이야기의 중심을 잡고 능수능란하게 다른 수많은 삶을 엮어내며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증명한다. 그리고 각각의 사연들 속에서 결국 삶은 작은 행복과 실패, 기쁨과 슬픔이 섞인 것임을, 인간은 항상 나쁜 사람이나 항상 좋은 사람이 아니라 그저 살아내는 존재일 뿐이라는 것을 끈질기고도 정직하게 그려낸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마치 그 말을 하고 싶어서 일부러 어깨를 부딪는 사람처럼.” 형민의 삶은 어쩌면 눈물 나게 하는 사연을 가진 대단히 불행한 사람의 이야기일 수도, 주변에 한두명씩은 꼭 있는 ‘잘 안 풀린’ 사람의 이야기이거나 우유부단하여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어떤 사람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감상이 있기 전에, 작가가 촘촘히 엮어내 살아 움직이는 듯한 형민의 삶이 우리 앞에 놓인다. 소설을 빼곡이 채운 수많은 인물의 궤적도 마찬가지로 우리 앞에 놓인다. 작가의 말에서 윤성희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느 정도의 슬픔을 견딜 수 있”는지 이 소설을 쓰는 동안 거듭 물었다고 말한다. 한 사람을 바로 대면하고 그의 삶을 온전히 들여다보는 일에 용기가 필요하다면, 저 질문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묻는 질문이 되기도 할 것이다. 『상냥한 사람』을 펼치고 형민의 삶을 들여다볼 용기, 그렇게 함으로써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힘, 결국 어떤 한 사람을, 타인을 용서하고 나를 용서하는 힘이 우리에게는 있는가. 윤성희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