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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산에 사니 산이요 삶과 죽음 사이 / 키다리들의 슬픔 / 봄날, 들판에 아지랑이 숨 가쁘다 / 새해, 함박눈이 / 은은한 햇살 / 뱃속의 이 / 준비된 죽음 / 산에 사니 산이요 / 봄, 초록빛 웃음소리 / 만산홍엽 / 둥글다 / 천만년이 내린다 / 잎은 떨어져 / 겨울에도 꽃은 피고 / 단풍 숲 / 새소리 제2부 닭백숙을 먹은 저녁 저녁 무렵 / 초가을, 비는 내리는데 / 햇살 너머로, 나뭇가지에 쌓였던 눈가루가 흩날린다 / 닭백숙을 먹은 저녁 / 집 앞 전선줄 위에 앉아 우는 산비둘기 소리를 듣는 오후 / 한밤중에 얼굴을 씻는다 / 어린 새 / 산 나 바람 / 맑은 날 /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 / 가을 어귀 / 대마도 / 태풍 볼라벤이 왔다 제3부 마자의 속삭임 성탄 전야 / 염소와 나 사이 / 새는 죽음 너머를 향해 날개를 퍼덕인다 / 봄봄봄 / 허깨비 / 자동차는 간혹 썰매가 되기도 한다 / 내 마음의 집 / 봄닭 / 나물 줍기 / 아들의 방 / 입동 / 커다란 발자국 / 먼 산 위로 뭉게구름 흘러간다 / 마자의 속삭임 / 헤어지며 울던 사람 / 동서울버스터미널 비둘기 제4부 손을 잡는다는 것 빙하기 1 / 빙하기 4 / 빙하기 5 / 빙하기 6 / 빙하기 7 / 더덕 / 내 묘비에는 / 그녀의 옷 / 생략 / 바다의 맛 / 청량리역전 04시 / 손을 잡는다는 것 / 일 년이 넘었죠 / 우중충한 아침 / 도시 해설:산짐승이 쓴, 전혀 새로운 자연생활시의 탄생 ―문흥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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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유승도의 네 번째 시집 [천만년이 내린다』에 실린 시편들은 대부분 영월 망경대산을 중심으로 한 자연을 시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인의 약력에서 보듯, 시인은 지금 영월 망경대산 중턱에서 자급자족적인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그러니까 이번 시집의 자연은 시인 유승도의 삶의 터전과 관련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시집에서 자연은 ‘나’의 삶의 터전으로 제시되어 있다. 밭을 갈기 위해 주변 나무와 풀을 베어야 하고, 먹고살기 위해 닭과 돼지를 잡으면서 피로 도랑물을 물들여야 하고, 멧돼지가 밭을 망칠까 봐 전전긍긍하는 ‘나’가 매일 생활하는 터전 그 자체가 바로 이 시집의 자연이다. 이 점에서 유승도의 이번 시집은 자연을 서정적으로 다루는 여느 시집과는 썩 다른 자리에 일차적으로 자리 잡는다. 산중턱에서 네 발을 딛고 ‘산짐승이 되어 새끼 한 마리 키우며 사는 마음’을 가진 이가 바로 이번 시집의 ‘나’이다. ‘나’는 산짐승이 되어 새끼 한 마리를 키우기 위해 밭을 갈고 나무와 풀을 베고 닭과 돼지를 잡기도 하고, 다른 산짐승이 그 밭을 들쑤셔놓지 못하도록 온갖 궁리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는 산짐승이 되어 나무와 풀과 도랑물과 바람과 별과 다른 짐승들과 교감을 한다. 그러니까 ‘나’는 산짐승이 되어 새끼 한 마리 키우는 마음으로 자급자족할 정도만큼만 자연을 개간하고, 그런 자신의 행위에 대해 자연에 미안해하면서 자연과 교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인간이 아니고 산짐승이기에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게 되는 돈이나 물질적인 것에 대한 욕망, 혹은 명예와 출세 따위에 휘둘리지 않는다. 삶의 터전으로서의 ‘자연’과 산짐승으로서의 ‘나’는 이번 시집을 지탱하는 첫 번째 중심축이다. 이러한 ‘자연’과 ‘나’는 한국 시사의 입장에서 볼 때 전혀 새로우면서도 매우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유승도의 이번 시집은 한국 시사에서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자연시’라는 시 계열체 자체를 새롭게 정립하고, 나아가 ‘자연생활시’라 명명할 만한 새로운 시 계열체를 개진하는 시금석으로서의 의미를 띠는 것으로 보인다. 시인의 시선이 망경대산이라는 자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시인의 시선은 도시와 현실 사회로 향하기도 한다. 4부의 일련의 ‘빙하기’ 시편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산짐승으로 살아가는 시인 유승도에게 있어서 현실을 향한 시선은 그렇게 날카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의 시선이 자신이 붙박여 살아가는 망경대산의 자연으로 향할 때, 그 시편들에는 지금까지 한국 시사에서 보지 못했던 ‘자연시’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번 시집은 한국 시사에서, 또 현 단계 한국 시단에서 매우 큰 의의를 가질 것이다. ― 문흥술(서울여대 국문과 교수 ·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 시인의 말 별들이 반짝이는 땅 ― 별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별을 바라보는 사람은 별이랍니다 웃으며 바라보면 웃는 별이랍니다 울면서 바라보면 우는 별이랍니다 친구의 얼굴에서 별을 보는 사람은 별이랍니다 선생님의 얼굴에서 별을 보는 사람은 별이랍니다 부모님의 얼굴에서 별을 보는 사람은 별이랍니다 이웃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얼굴에서 별을 보는 사람은 별이랍니다 나뭇잎이나 풀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은 별이랍니다 툭 발로 찬 돌멩이가 굴러가는 모습이 아프게 다가오는 사람은 별이랍니다 재잘재잘 흐르는 강물 소리를 벗 삼아 걸어가는 사람은 별이랍니다 자신이 별임을 아는 사람은 누가 뭐래도 별이랍니다 자신이 이 땅의 별임을 아는 사람은 언제까지나 이 땅의 별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