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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1부 · MP3라는 낭만 REWIND, PLAY, FORWARD - 전국낭만자랑 나의 취향 사전 - 초승달 고양이 안녕, 미키마우스! - 공주왕밤빵 인디 퍼포먼스 - 헤나 남매의 재생목록 - 완두콩 다른 오빠는 좋아한 적 없어 - 조린우엉 3 말고 4 - 토성의 중재자 2부 · 답장들 줄 이어폰이 아니라 그냥 이어폰 - 초승달 고양이 가사, 4분의 미학 - 전국낭만자랑 타임머신을 타고 - 완두콩 짤랑이 플레이리스트 - 헤나 조린우엉과 아이들 - 조린우엉 엄마가 내 최애야 - 토성의 중재자 자몽과 살구의 계절 - 공주왕밤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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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것을 알아보는 눈이 필요할 뿐이지요. 이 책이 그 눈을 찾는 지도가 되어줄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것 같습니다.
---p.5 라디오는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창구였다. 그때는 지금처럼 알고리즘이 내 취향의 노래를 선별해서 제안해 주는 기술도 없었거니와, 앨범을 사거나 복사하지 않으면 다른 가수의 노래를 들을 방법이 없었다. 타이틀 곡만 들려주는 《가요톱텐》과는 달리 라디오는 좋은 수록곡들이나 유명하지 않은 가수들의 노래를 틀어주기도 했기 때문에 조금 더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p.18 취향이 많은 만큼 나는 정리에 집착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두 기억하려면 어딘가에 차곡차곡 잘 정리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자사전에 미처 담지 못한 노래들도 폴더별로 컴퓨터에 정리해 두고는 했다. 스트리밍 시대로 넘어온 지금도 그 습관은 여전하다. 내 멜론 음악 서랍에는 장르별로 깔끔하게 정리된 플레이리스트들이 자리 잡고 있다. ---p.34 오빠와 나의 시간은 공유했던 MP3 속 노래들처럼 겹치고 반복된다. 앞으로도 우리가 각자 살아갈 삶의 방향은 다르겠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은 서로의 플레이리스트 한 귀퉁이에 묵묵히 남아 있을 것이다. 마치 하나의 재생목록처럼 어떤 곡은 첫 음만 들어도 웃음이 나고, 어떤 곡은 왜인지 모르게 목이 멘다. ---p.67 내가 좋아했던 오빠들,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 보낸 팬클럽 언니들, 브로마이드 한 장을 더 받으려고 온 걸 알면서도 이리저리 기웃대는 나를 가게에 들어와 놀다 갈 수 있게 해주셨던 레코드샵 사장님. 그리고…… 부족한 용돈을 모아 구입한 용량이 아주 적었던 MP3와 자주 고장이 나서 가장 싼 것으로만 고르던 이어폰, 거기에 어떤 음악을 넣을지 고심하던 나까지. 오히려 부족했기에 아주 충분했던 시절을 보낸 것만 같다. ---p.84 내가 독립한 뒤로 동생은 맏이 역할을 하게 되었다. 혼자 방을 쓰면서 노래를 틀어놓는 일도 많아졌다. 린과 거미, 권진아와 헤이즈의 노래를 들으며 해가 지는 것을 보았다. 가끔 인스타그램에 노을 사진을 업로드하고 언니라면 이런 좋은 기분을 더 멋진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나를 테그하기도 했다. 나는 동생의 사진보다 배경 음악으로 깔아 둔 음악을 더 열심히 생각했다. 어떤 마음으로 노래를 골랐을지 마음으로 헤아렸다. ---p.132 “어때? 나 좀 잘하는 것 같지 않아?” 백미러로 슬쩍 비친 엄마의 눈이 들떠서 반짝거리고 있었다. 특히 무심한 듯 시크하게 박자를 타야 하는 구간에서는 엄마의 미간에 한껏 집중의 주름이 잡혔다. 박자를 놓치지 않으려 귀를 쫑긋 세우고 노래에 집중하는 그 모습이 내 눈에는 웬만한 아이돌 연습생 못지않게 진지하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p.147 누군들 이 질문을 들으면 나와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꽁꽁 숨겨 왔던 나의 무거운 우울을 뜻밖의 곳에서 들켰을 때의 당황스러움과 묘한 안도감. 그래서 첫 가사는 낯선 타인이 알아봐 주는 무해한 들킴이라고 생각했다. ---p.1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