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olas Bar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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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11월, 리스본 일간지의 젊은 견습기자 시망 세르데이라는,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페소아라는 사람의 부고 기사를 쓰라는 임무를 맡는다.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의 부고 기사라니! 페소아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던 그는 주변 인물들을 하나둘 찾아 나서며, 이 신비로운 인물의 삶을 조각조각 맞춰나간다. 그는 페소아라는 사무원이 실은 70여 개의 이름으로 글을 써온 시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가 마주치는 이들은 소년 시절 페소아를 알던 인쇄소 동료, 그를 배신했다고 오해받는 헤이스 장관, 그리고 편지로만 사랑을 나눈 회사 동료 오펠리아 케이로스까지 — 모두가 저마다 다른 조각의 페소아를 들려준다. 한편 페르난두 페소아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자신의 벗이자 분신인 베르나르두 소아레스의 고백을 바탕으로 써 내려가던 『불안의 책』을 완성할 시간이 자신에게 남아 있을지 자문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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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통상적인 전기물이 아니다. 이 작품의 핵심은 궤짝 하나다. 그 궤짝 속에는 페소아가 만들어낸 약 70여 개의 이명(異名, heteronym)—철학자 알베르투 카에이루, 미래주의자 알바루 드 캄푸스, 고전주의자 히카르두 레이스 등—이 저마다의 필체로 써 내려간 글이 뒤섞여 있다. 회사에서 페소아는 그저 “아무개 씨”로 불리는 조용한 사무원이었지만, 밤이면 그 궤짝을 열어 전혀 다른 존재들의 목소리로 살아갔다. 바랄은 이 이중생활을 대사 없는 리스본 풍경 페이지들과 세피아 톤 회상 장면으로 교차시키며, “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증거가 바로 문학”이라는 페소아 문학의 핵심을 시각적으로 완성했다.
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 1888~1935)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읜 후 어머니가 외교관과 재혼하여 남아프리카 더반으로 이주했다. 이때 교육받은 영국 문학작품들은 페소아 작품세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작품 활동도 포르투갈어와 영어로 했다. 1905년 열일곱 살 되던 해 포르투갈로 돌아온 뒤로는 거의 리스본 안에서만 생활한다. 1912년「사 회학적 관점에서 포르투갈의 새로운 시」를 『아기아(Aguia)』지에 실으며 첫 평론을 발표한다. 1914년에 페소아는 자신의 대표적 이명인 알베르투 카에이루(Alberto Caeiro), 히카르두 헤이스(Ricardo Reis), 알바루드 캄푸스(Alvaro de Campos)를 고안해낸다. 1915년에는 포르투갈 모더니즘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오르페우(Orpheu)』지를 창간한다. 이해 같은 잡지에 알바루 드 캄푸스가 시를 발표하며 대중들 앞에 처음 선다. ‘오르페우 세대(geracao d’Orpheu) ’라불리는 여러 동시대 모더니스트 문학예술인들과 교류한다. 1919년 무역회사에서 번역가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다가 이듬해 출판사 겸 광물 무역회사 ‘올리지푸(Olisipo)’를 차린다. 이 출판사를 통해 당시 포르투갈 사회에서 문제적으로 여겨지던 작가들의 작품을 출간하면서 정부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한다. 1924년 히카르두 헤이스가 『아테나(Athena)』 창간호를 통해 20편의 송시를 발표하며 세상에 이름을 알린다. 1925년 『아테나』 4호를 통해 알베르투 카에이루가 대표작 「양 치는 목동」을 발표한다. 1929년 『아 헤비스타(A Revista)』지에 베르나르두 소아레스(Bernanrdo Soares)라는 이름으로 『불안의 책』의 일부를 발표한다. 1934년 페소아가 살아생전 출간한 유일한 포르투갈어 시집 『멘사젱(Mensagem)』이 출간된다. 『멘사젱』은 ‘포르투갈 국가선전부’에서 제정한 ‘안테루 드 켄탈 상’ 2등상을 수상한다. 1935년 11월 페소아는 극심한 복통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생을 마감한다. 페소아의 글들은 2019년 포르투갈 국보로 지정된다. 국내에 번역된 그의 저서로는 『불안의 책』(김효정 역, 까치, 2012), 『불안의 서』(배수아 역, 봄날의책, 2014), 『페소아와 페소아들』(김한민 역, 워크룸프레스, 2014), 『불안의 책』(오진영 역, 문학동네, 2015), 『페소아의 리스본』(박소현 역, 안그라픽스, 2017), 『초콜릿 이상의 형이상학은 없어』(김한민 역, 민음사, 2018),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김한민 역, 민음사, 2018),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김한민 역, 문학과지성사, 2018), 『이명의 탄생』(김지은 역, 미행, 2024)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