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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볼 수 없었기에 떠났다
홀로 떠나는 인문여행
정윤수
천의무봉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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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Ⅰ부 홀로 떠나다
#1 국도변에서 길을 잃다
국도변, 황량한 들판에 서서
태백과 정선, 백색의 계엄령
북방의 도시들
충청도는 힘이 세다
천수만에서 길을 잃다
#2 기차에 대한 명상
익명의 공간, 그러나 열려 있는 세계
쓸쓸한 간이역
북한강변의 기차 소리
묵호역에서
소래포구의 일몰
철암계곡의 혈투
#3 도시의 풍경들
광화문 연가
수원 화성, 근대를 향한 열망
인천, 복잡하고도 어수선한 곳
속초, 사진리 대설
강건한 땅, 포항과 경주
근대를 벗어나려는 부산
전주한옥마을
목포는, 아, 항구다

Ⅱ부 문학 속 풍경을 찾아들다
#4 소도시 기행
진소마을, 숨어있기 좋은 곳
충청 내륙의 힘
중부내륙 산간지역
강경, 목마른 계절
밀양, 깊은 곳
모악산의 아늑함, 금산사의 장려함
진영, 역사가 된 곳
#5 공간과 사람들
대관령 빌 비올라
제주도로 떠난 사람들
제주도에 부는 새로운 바람
#6 예술과 삶
통영, 그리고 사람을 기억하는 방법
군산과 변산, 항구와 일몰
김제, 정읍의 역사적 기억들
남도의 작가들과 한줌의 기억

에필로그
출처

저자 소개

저자 : 정윤수
1968년 경북 순흥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산모롱이를 꺾어 돌아가는 신작로와 세상의 끝까지 뻗어있을 것만 같은 풍기역의 기차선로를 보며 자랐다. 서울에 올라와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여러 노선의 시내버스를 타고 거대한 도시를 배회했으며 운전면허증을 따자마자 곧장 서산의 천수만으로 달려갔다. 그 거대한, 면적 260㎢의 간척지 공사장에서 길을 잃고는 다음 날 새벽에야 덤프트럭 기사에게 발견돼 빠져나왔다. 그랬음에도 그 후로도 오랫동안, 산하의 국도와 철로 위에서 살았다.
계간 「리뷰」 편집위원, 오마이뉴스 논설위원, 인문아카데미 풀로엮은집 사무국장 등으로 활동하던 20, 30대에 문학, 음악, 일상문화, 스포츠 등에 걸쳐 연구 및 비평 활동을 하였고, 마흔 넘어 성공회대 문화대학원에 진학하여 광화문광장에 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같은 대학의 일반대학원 사회학과 박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한신대학교 정조교양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하고 가르치는 시간을 앞뒤로 쪼개서, 기어코 틈 타 지금도 전국 곳곳으로 돌아다니고 있다. 저서로 『클래식, 시대를 듣다』, 『인공낙원, 현대 도시 문화와 삶에 대한 성찰』, 『노동의 기억 도시의 추억, 공장』 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152*200*30mm
ISBN13
9791195570386

책 속으로

나는, 한스 카스토르프다. 언제나 그랬다. 중학교 3학년 때였나, 아니면 고교 1학년 때인지도 모른다. 그때, 고전을 읽어 보겠다고,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펼쳤는데, 그 장대한 소설의 주인공이 한스 카스토르프였다. 그 무렵의 내 나이는 한스 카스토르프보다 한참이나 어렸다. 그래서 어린 소년은 한스 카스토르프의 여정과 고뇌를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스 카스토르프는, 광막하게 펼쳐져 있으나 숨 막힐 듯이 꽉 막혀 있는, 그 소설의 서두에서 ‘거칠고 험준한 바윗길을 따라 높은 알프스 고산 지역 깊숙이’ 들어간다. 읽으려고 했는지, 아니면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하듯이 습관처럼 가방에 넣어둔 것인지 책을 꺼내고는 알프스의 높은 고독 속으로 올라간다. ‘힘겹게 올라가는 기관차가 뿜어내는 석탄 매연이 기차 안으로 날아 들어와 책 표지는 그을음으로 더러워져’ 버리는데, 그리하여 고개를 들어 장엄한 풍경을 보며 한스 카스토르프는 생각에 잠긴다.

여행이란 무엇인가.
토마스 만은, 청년 한스 카스토르프를 빌려, 이렇게 말한다. 그것은 ‘근심과 희망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으로부터, 즉 일상생활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일이며 무엇보다 새로운 공간의 힘에 의해 내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그에 따르면 공간은 망각의 힘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시간이 그 강력한 힘을 갖고 있지만 공간 또한 ‘인간을 여러 관계로부터 해방시켜 주며, 인간을 자유로운 원래 그대로의 상태로 옮겨 놓으면서 그러한 망각의 힘’을 발휘한다.
어렸을 때, 그 소설을 읽으면서, 아마도 다 읽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그런 망각의 힘을 느껴보고 싶었다. 나고 자란 곳이 경북의 소백산 오지였기에 기차를 자주 탈 수 있었고 그래서 기차를 탈 때마다 그런 느낌을 삶의 원초적인 경험으로 느꼈지만, 멀미나는 청소년기를 거친 이후에는 의도적으로, 그리고 필사적으로 그러한 망각의 힘 앞에 사로잡히고 싶었다. 생계를 위해서나 다른 일로 인하여 서울이라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나야할 때면, 나는 미세한 긴장과 흥분을 느끼곤 했고, 그래서 조금 일찍 출발하여 일부러 늦게 귀경하곤 했다.
서른이 넘어 글을 쓰거나 그와 관련되어 취재를 하거나 강의를 하면서 살게 된 이후로 낯선 공간으로 헤매는 일이 더 많아졌고 그게 또 일이 되어 일종의 여행기를 연재하는 일도 하였는데, 어느덧 한스 카스토르프보다 훨씬 더 세월을 겪은 나이가 되었음에도 터미널이나 기차역으로 가다보면 나는 ‘일상적인 질서, 그리고 미지의 세계, 이 두 세계 사이를 떠돌면서’ 미묘한 현기증을 느끼곤 한다.
실제로, 소설 속에서, 한스 카스토르프는 알프스의 아득한 곳으로 올라가면서 ‘모든 것이 사라지고 황량해졌다’고 생각하다가 그만 ‘가벼운 현기증’을 느끼고는 손으로 눈을 가린다. 그런 순간적인 아찔함을, 나 역시, 서산의 천수만과 순천의 와온 해변과 목포의 밤거리와 철암의 기찻길과 묵호의 국도변에서 자주 느꼈다. 낯선 곳에서 느꼈던 ‘흥분되고 알 수 없는 불안감’ 그것의 기록이 이 책이다.

여행이 일상이 되고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으로 분주히 여행을 다니는 세태라서 수많은 종류의 여행서들이 알찬 내용과 산뜻한 형식으로 즐비한 가운데, 이 책 한 권을 더한다.
요즘의 흔한 표현대로 한다면, 이 책은 ‘인문여행서’다. 트렌드에 맞췄다기보다는 내가 성년이 되어 혼자 자립하고 또 자급하며 살아온 뒤로 줄곧 해온 일이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글을 읽거나 쓰는 것이었으니 이를 요즘의 말로 하여 ‘인문학’이라고 한다면 굳이 마다할 것은 아니다. 더구나 이 책은 어느 면으로 보나 여행서이니 둘을 합하여 ‘인문여행서’라고 한다면, 쑥스럽기는 해도, 영 어긋난 표현은 아니다.
그렇기는 해도 면구한 구석 또한 없지 않는데, 그럼에도 한마디 보탠다면, 이 책은, 어떤 이유로든 혼자서 떠나는 사람에게 적절한 도움이 될 것이다. 여행 그 자체로 떠날 수도 있고, 어떤 일로 떠나기는 하였으되 어쩌다보니 시간이 남아서 낯선 도시나 소읍을 배회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가족과 함께 모처럼 나선 여행이라고 해도 깊은 밤에 산책을 하거나 뭐라도 사기 위하여 여행지의 번잡한 곳에서 벗어나 낯선 길을 잠시라도 걸을 때 그때 누구나 혼자가 된다. 바로 그 순간, 혼자서 운전을 하고, 낯선 길을 헤매기도 하고, 기이한 풍경에 사로잡혀 머뭇거리기도 하고, 잠시 국도변에 멈춰 서서 질주하는 차량의 후미등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 어쩌면 ‘모든 것이 사라지고 황량해지면서 가벼운 현기증이나 흥분, 그리고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순간, 우리 모두는, 공간이라는 망각의 힘 앞에 노출된 한스 카스토르프다. 그런 순간의 그런 흥분과 불안감에 사로잡힌 독자들을 위하여 이 책을 썼다. 삶이 그렇듯, 결국 여행은 혼자서 떠나는 것이다.

돌아다닌 공간들이 적지 않으나 한 권의 책으로 간추리다보니 기억 속에 다만 저장하고 만 곳이 많다. 아쉽다. 돌아다닌 시간들에 비하여 하루하루의 다급한 일에 밀리고 게으름 탓에 또 밀려서 뒤늦게야 이렇게 정리하게 되었다. 아쉽다.
월간 「신동아」의 송홍근 기자님이 아니었더라면 그 공간의 목록이 절반쯤 줄었을 것이고 그 시간의 부피도 무척이나 얇았을 것이다. 차분하면서도 무거운 힘이 실린 목소리로 어수선한 과정을 단단하게 챙겨준 신아름 편집자님이 아니었더라면 이 책의 많은 글들은 어쩌면 시간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졌을 것이다.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 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

2015년 11월
정윤수

---「서문」중에서

출판사 리뷰

문학 속 풍경으로의 여행, 그 속에서 느꼈던 흥분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대한 기록

누구나 가끔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게 마주한 낯선 공간은 알 수 없는 미세한 긴장과 흥분, 불안을 느끼게 하지만, 평소 쓰고 있던 가면을 벗고 익명의 공간에 스며드는 순간 온전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문화평론가인 저자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 발자국의 기록이다. 저자에게 여행은 타고난 본성 같은 것이다. 그것을 핑계 삼아 저자는 문득, 홀로 기차를 타고 낯선 도시나 소읍, 하다못해 길을 가다 차를 멈춘 어느 국도변에서도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뽑아들고 낮선 풍경과 마주한다. 그 풍경 속에서 느끼는 흥분과 불안은 저자만이 느끼는 감정은 아닐 터. 그 장소, 그 공간을 마주한 채 그 누군가도 불안과 흥분의 감정에 온 몸을 떨었으리라. 그런 공감각이 문인들의 글을 통해 작품 속에 담겼고, 저자의 시선과 문학작품들이 씨줄과 날줄로 얽히면서 하나의 공간은 이 책 속에서 새롭게 재탄생한다. 강과 산, 대도시의 대로나 소읍의 뒷골목이 때로는 소란스럽게, 때로는 뜨겁게 전혀 새로운 장소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저자에게 여행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마의 산』의 작가 토마스 만의 입을 빌려 여행을 일상적인 질서, 미지의 세계, 이 두 세계 사이를 떠돌면서 느끼는 미묘한 불안감으로 표현한다. 그 흥분되고 알 수 없는 불안감의 기록이 바로 이 책이다. 또한 저자는 여행이란 삶이 그렇듯 혼자서 떠나는 것이라고 했지만, 이 책에서는 내내 문학이 함께 했다.

시간의 압력으로부터 도피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공간만큼은 내 뜻대로 이동하여 경향 각지의 산야를 둘러보고자 했다. 국도변에 서서 싸구려 커피를 마셨고, 끊어진 길에 서서 어디로 가야 하나 멈칫거리기도 했고, 새로 난 길로 질주한 적도 있다. 그렇게, 익숙하지만 낯선, 친숙하지만 매번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는 산하의 곳곳으로 다녔다. 때로 동행자들이 있었지만, 매번 혼자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_에필로그 중에서

기차, 아날로그적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최고의 여행 수단

경북의 옹벽진 산골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저자는 열차의 기관사가 되고 싶었다. 그에게 기차는 세상과 연결해주는 유일한 통로이자 탈출구였다. 이런 추억 때문인지 저자에게 기차 소리는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재즈음악이다. 재즈라는 음악을 알기 전부터 기차 소리를 들으면서 자란 저자는 그 소리에 매료돼 지금도 휴대폰에 여러 종류의 기차 소리를 저장하고 다닐 정도다. 이후 재즈라는 음악을 온몸으로 느끼기 시작한 뒤부터는 기차를 탈 때마다 그 둔중하면서 경쾌한 소리들을 재즈처럼, 아니 진짜 재즈 연주로 들어왔고 그렇게 가깝거나 먼 곳을 돌아 다녔다.

따라서 기차는 저자에게 단순한 여행 수단 이상의 그 무엇이다. 수많은 문학작품 속에서도 기차는 근대성을 향한 맹렬한 질주의 상징이었다. 이광수가 1917년에 발표한 「무정」에서 근대적 계몽의 상징 공간으로 기차를 설정하기도 한 것이 그 한 예다.

중앙선을 타고 원주 지나 단양 쪽으로 가보라. 이미 기차는 청량리역을 출발할 때부터 흡사 찰스 밍거스가 이끄는 아방가르드 빅밴드 스타일로 둔하면서도 거친 리듬을 타면서 특유의 마찰음을 빚어낸다. 여러 선로들이 뒤엉켜 있고 그 중 유일하게 하나만이 이 거대한 기차의 종착역으로 지향한다.
그 하나에 올라서기 위해 기차가 몸을 비틀면서 여러 선로들을 가르고 합치고 나누고 흩어지게 하면서, 결국 어느 종착역을 향하여 쾌속의 질주가 가능한 단 하나의 선로에 올라서는 순간은, 최소한의 약속만을 믿고 거침없이 연주를 감행해버리는 재즈의 즉흥성에 닮아 있다. 기차의 선로들이 그렇듯이, 재즈의 이 즉흥성이 무작정 연주부터 해놓고 보자는 식의 열병의 소산은 아니다. 기차가 수많은 선로 중 하나를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규칙 위에서 선택하는 것처럼 즉흥의 재즈 역시 고도로 숙련된 테크니션들이 일정한 밑그림 위에서 작곡과 동시에 연주를 감행할 따름이다. 여행 또한 그렇지 아니한가.
_에필로그 중에서

이런 저자에게 간이역은 반드시 순례해야 할 성지가 아닐까. 지금은 간이역이란 초라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그 역들은 한때 우리의 근대사 속에서 중요한 교통거점이었다. 오늘날에는 시속 300킬로미터의 KTX가 생기고 초대형 민자역사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간이역의 풍경 또한 고속철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져 가는 중이지만….

이제 전통의 서울역은, 고향 찾아 떠나는 기차역이나 이별과 눈물의 장소가 아니라 민간자본의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는 거대한 상품 공간으로 변경된 듯하다. 서울역뿐만 아니라 용산역, 청량리역, 영등포역, 신촌역, 그리고 부평, 수원, 대구 등의 각 지역 역사들도 초대형 민자역사 개발에 따른 대규모 쇼핑 공간이 되었다.
기차는 쾌속의 300킬로미터로 전통적인 시간 개념을 관통해 버렸다. 민자역사는 세련된 소비 공간으로 오래된 기차역의 추억을 도살했다. 언젠가 기차역은 사랑과 눈물의 기억이나 고향을 찾아 떠나가는 추억을 모조리 상실할 것이다.
_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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