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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Eslava Ga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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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새 수송병 카스트로 상병의 좌충우돌 참전기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전장의 이야기에 로망스가 곁들여지고 팽팽한 긴장감과 끊이지 않는 유머, 전쟁의 부조리함을 나타내는 아이러니한 상황 설정과 간결한 문체가 적절히 배합되어 독자들을 한순간에 사로잡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영화 「일 포스티노」의 감독 마이클 래드포드에 의해 영화화 되어 2010년 개봉될 예정이기도 하다. 때는 1930년대 후반, 배경은 스페인 남부 하엔 지방의 전쟁터. 스페인 내전에서 노새 수송병으로 복무하고 있는 후안 카스트로 상병과 길 잃은 노새의 만남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노새에게 ‘발렌티나’라는 이름을 붙인 카스트로 상병은 전쟁이 끝나고 노새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갈 욕심에 이웃 부대에서 빌려온 노새인 것으로 꾸미고 지극 정성으로 노새를 돌본다. 이미지 하나, 이념 카스트로 상병은 이미 군 복무를 마쳤지만 내전이 발발하자 공화파 부대에 다시 징집되었다. 좌파 지역에 속하는 안하두르가 카스트로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스트로는 이념상 왕당파다. 그는 부모님이 백작의 하인인 덕분에 끼니를 굶어본 일이 없고, 그래서 우파의 사상에 일체감을 느낀다. 결국 그는 공화파 부대에서 도망쳐 왕당파 부대로 넘어가 노새를 몰며 복무하게 된다. 스페인 내전이 지닌 모순들은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드러난다. 카스트로와 주교가 나누는 대화, 길을 안내해주면서 알게 된 에스트레야 소위와 카스트로의 대화가 특히 인상적이다. 코스메 주교와 카스트로는 둘 다 백작을 섬기면서 손에 못이 박히도록 일을 해야 했던 빈곤 계층이었다. 그러나 주교는 신학을 공부해 성직을 얻으면서 섬김을 받는 위치에 이른 반면 카스트로는 ‘가난한 우파’라는 모순적인 위치에 머물러 있게 된다. 한편 에스트레야 소위는 내면적으로 공화파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국민군에 속해 있고, 카스트로는 계급상으로는 좌파에 속하지만 우파의 사상을 따르고 있다. 에스트레야 소위는 교육을 통해 카스트로에게 계급의식을 학습시키고 싶어 한다. 그러나 카스트로는 자신이 은혜를 입은 백작과 그 가족으로부터 재산을 빼앗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다. 실제로 스페인 내전에서 우파인 국민군을 위해 생명을 걸고 싸웠던 수많은 병사들은 카스트로와 같이 계급적 모순을 안고 있는 ‘가난한 우파’였는데, 작가는 이런 카스트로의 모순적 위치를 포착해 스페인 내전의 본질적 양상을 그려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내전에 참전하여 싸운 스페인 사람들은 대부분 두 진영 중 한쪽에 소속되었지만 그것은 신념에 따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살던 고장이 어디인가에 따라 갈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담한 전쟁의 명분이 무엇인지 이해조차 하지 못했다. 양 진영의 병사들이 담배와 담배말이 종이를 물물교환하기 위해 만나는 장면은 다분히 상징적이다. 점령지의 조건상 하나가 있으면 다른 하나가 없기 십상이고, 그러니 담배를 피우려면 서로 만날 수밖에 없다. 담배와 담배말이 종이는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을 상징하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그 일상을 살아가는 스페인 사람들을 상징하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미지 둘, 거짓 카스트로는 산에 풀어놓았던 노새 발렌티나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찾아다니다가 좌파 부대가 있는 곳으로 점점 접근하게 된다. 급기야 좌파 부대의 탱크가 전진해오는 가운데 카스트로와 노새는 대치하는 두 군대 사이에 갇히게 된다. 다행히 탱크에는 친구 추리가 있었고 친구 덕분에 카스트로는 살아나온다. 이곳을 빠져나오면서 카스트로는 몇 명의 좌파 부대 병사들을 동행하는데, 그들이 좌파의 패전을 예감하고 자신들을 포로로 데려가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좌파 부대 깊숙이까지 갔다가 살아나온 카스트로의 일화는 한 신문기자의 조작에 의해 전쟁영웅담으로 변하여 보도된다. 그리고 이 기사를 이용해 군의 사기를 진작시키려는 상관의 명령에 따라 카스트로는 그 보도가 사실이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또한 그 영웅담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나치즘을 고무시키고자 하는 독일인 감독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게 된다. 그 영화 덕분에 카스트로는 프랑코 총통에게 훈장까지 받게 된다. 이를 계기로 카스트로는 여러 혜택을 누리게 되고, 이전부터 알았으나 계급이 높아 경원의 대상이던 필라르와 잠자리를 하게 되며, 여관집 딸 콘차의 관심도 다시 얻게 된다. 원하지도 않고 사실도 아닌데 졸지에 전쟁영웅 노릇을 해야 하는 카스트로의 난감한 상황에서 독자들은 아이러니를 느낀다. 카스트로는 축제일에 파티장에서 만난 콘차의 호감을 얻고자 자신이 지체 높은 집안의 아들이고 사냥을 즐긴다고 속였는데 결국 백작의 하인의 자식이라는 사실이 들통 나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위기가 찾아온다. 거짓과 위선이 난무하고 무엇이 진실인지조차 알 수 없게 만드는 이런 상항들은 불합리하고 야만적인 전쟁에 대한 작가 특유의 시니컬한 조롱이다. 이미지 셋, 노새 카스트로는 전쟁이 끝나고 해방 부대의 일원이 되어 하엔으로 떠난다. 콘차와도 헤어진 카스트로에게 이제 남은 꿈이라고는 노새 발렌티나를 고향으로 데려가 가족들에게 자랑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부대의 물품 장부를 작성하던 상사가 노새가 한 마리 남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서 결국 카스트로는 노새와 헤어져야 할 상황에 처한다. 소설의 마지막 장은 카스트로가 자신은 고향 하엔으로 돌아가고 발렌티나는 카나리아 제도로 가게 되었음을 알고는 노새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카스트로의 어조는 그다지 절망적이지도 슬프지도 않다. 그는 노새에게 카나리아 제도로 가면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를 볼 수 있다고 위로한다. 자신이 그렇게 오랜 전쟁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보지 못한 바다를. 여기서 바다는 자유의 공간이고, 바다를 보게 될 노새 또한 자유의 상징이다. 전쟁은 끝났지만 카스트로는 노새라는 ‘자유’를 결국 손에 넣지 못한다. 수많은 카스트로들-스페인 국민들-역시 마찬가지였다. 전쟁이 끝난 후 프랑코의 파시즘 독재정치는 1975년 그가 사망할 때까지 계속된다. 스페인 내전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와 조지 오웰의 『카탈루냐 찬가』는 각각 종군기자로, 공화파 의용군으로 스페인 내전에 직접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1937년 4월 26일, 나치군이 게르니카 지방 일대를 24대의 비행기로 폭격해 250~1,6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망한 사건에 영향을 받아 그 유명한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탄생되었으며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판타지 「판의 미로」, 켄 로치 감독의 「랜드 앤 프리덤」 등의 영화들 역시 스페인 내전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종군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사진 「쓰러지는 병사」는 스페인 내전을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이제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걸작들의 리스트에 후안 에슬라바 갈란의 소설 『노새』가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