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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손길만큼의 우주가 있어서
1장. 검푸른 게자리 세계는 2장. 검푸른 전갈자리 세계는 3장. 검푸른 쌍둥이자리 세계는 4장. 검붉은 쌍둥이자리 세계는 5장. 보랏빛 겨울별자리 세계는 에필로그. 나의 세계는 후원자 명단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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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꾸는 꿈이 있다.
꿈속에 들어오면 누군가 설명해 주지 않아도 주변 상황을, 심지어 진리라 말할 수 있는 세계의 비밀을 자연스럽게 깨닫는다. 이 세계에는 일곱 색깔 나라가 있다. --- p.12 「1장. 검푸른 게자리 세계는」 중에서 주변을 둘러본다. 어디가 위이고 아래인지 알 수 없이 묘하게 왜곡된 감각.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해바라기밭. 현실적인 바람이 없는 곳이지만 주변에 가득한 새바라기들이 고개를 평화롭게 주억거린다. 사람 키보다 훨씬 큰 해바라기 사이로 가만히 걷다 보면 어디에선가 노랫소리가 들린다. 이따금 들리는 쇳소리가 가슴을 울린다. --- pp.12-13 「1장. 검푸른 게자리 세계는」 중에서 아영이 손에 들려 있던 호빵 반쪽을 지담이 도로 가져갔다. 냉큼 한입 물더니 아우 아우 채 빠지지 못한 앙금 속 뜨거운 열기를 다급히 내뱉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영이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천천히 먹어. 뜨거우니까.” 아영이 웃는 걸 본 지담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렸다. 친아버지는 지담에게 가장 큰 아픔이자 상처였다. 친아버지와 관련된 일을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하는 지담이를 볼 때마다 아영은 가슴이 아팠다. 마음 속으로 지담의 상처가 깨끗하게 아물기를, 더는 친아버지 때문에 상처받지 않기를, 기도했다. 아영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빛 공해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 찬란히 반짝이고 있을 별들을 떠올렸다. --- p.28 「1장. 검푸른 게자리 세계는」 중에서 아영은 건우가 오직 자신과 가족에게만 웃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매정했다. 아영의 심장이 쿵 무겁게 내려앉았다. “뭐 하는 거야?” “아니, 그냥 햇살이 너무 눈부셔서.” 아영이 손바닥을 들어 한쪽 눈을 가렸다. 손가락 사이로 건우의 얼굴이 살포시 맺혔다. --- p.34 「1장. 검푸른 게자리 세계는」 중에서 눈꺼풀 아래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영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왜 이제 와?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등지고 지금보다 앳된 건우의 얼굴이 맺혔다. 안 돼, 그렇게 말하지 마. 하지 말라고! 아영이 애절하게 소리쳤지만 꿈속 누구에게도 아영의 목소리가 닿지 않았다. 아영이 겨우 눈을 떴다. 빨라진 호흡을 진정시켰다. 아영이 습관적으로 책상 위를 더듬어 안정제를 찾았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있을 리가 없었다. 이 세계에서 아영의 안정제는 처음부터 만들어지지 않았다. --- p.101 「2장. 검푸른 전갈자리 세계는」 중에서 “아영이는 왜 별이 좋아?” 아영이 잠시 고민했다. 그러더니 눈동자를 반짝이며 신이 나서 말했다. “꽃은 우리가 보낸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꽃이 누구에게나 어느 때든 아름다울 수 있는 거야.” 아영의 표정이 순식간에 애틋해졌다. 아이처럼 해맑던 눈동자가 순식간에 깊어졌다. “반면 별은 우리가 흘린 눈물이야. 난 별들이 밤하늘에서 아름답게 반짝이는 것처럼 우리가 흘린 눈물도 너무 슬프지 않기를 바라. 모두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런 마음에 계속 별을 보다 보니까 좋아졌어.” --- p.106 「2장. 검푸른 전갈자리 세계는」 중에서 완벽한 눈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 이 풍경이 한순간에 아름다울 수 있는 건....... 아영은 생각했다. 그건 건우가 멋있기 때문도, 건우가 자신을 좋아해 주기 때문도 아니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어떤 상황이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아영은 깨달았다. 허공에서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건우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밤하늘 아래 찬란한 햇살이 맺혔다. --- p.147 「3장. 검푸른 쌍둥이자리 세계는」 중에서 “이미 없는 사람과의 재회를 기다린다는 건 고통뿐인데. 그래도 그것뿐인 거야, 살아갈 이유가.” 아영이 눈을 꼭 감고 숨을 참았다.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소리가 멀어졌다. 차라리 이대로 눈을 뜨면 다른 세계였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에코백에서 작은 박스가 느껴졌다. 아영은 둥근 유골함과 둥근 유리 안에 하얀 가루가 흩날리는 스노우볼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 p.186 「3장. 검푸른 쌍둥이자리 세계는」 중에서 아영은 수도 없이 상상했다. 그날 다른 선택을 했다면 달라졌을까. 그랬다면 건우를 바라볼 때마다 밀려드는 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됐을까. 아영은 건우에게 이제 그만 죄책감을 떨쳐버려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것 같았다. 위로하러 간 곳에서 위로해야 할 대상에게 위로를 받았다. --- p.248 「5장. 보랏빛 겨울별자리 세계는」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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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하고 완벽하지 못한 모든 세계를 위한 이야기
누구나 완전무결하고 완벽한 걸 원한다. 나약함보다 강인함을 선호한다. 그건 외부의 어떠한 압력과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끊임없이 완전함을 추구한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완벽한 하루를 원하지만 실패하고 상처 받는 날이 있다. 슬프고 아픈 경험을 하게 된다. 때론 지우고 싶은 과거가 여전히 현재와 미래를 괴롭히기도 한다. 아무리 원해도 지난 과거는 돌이킬 수도, 없앨 수도 없다.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모두가 슬프고 아프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소녀가 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모른 척 하지 못하고 반에서도 궂은 일을 도맡는다. 그런 소녀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다. 자신의 욕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다. 아니, 그 사람 가족 모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소녀는 매일 밤마다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하지 못한 기적이 찾아온다. 여러 가능성의 세계를 여행하던 도중 소녀는 완벽한 세계에 도달한다. 지울 수만 있다면 반드시 지우고 싶은 과거를 바꿀 기회도 찾아온다. 소설 『나의 세계는』은 완전하지 못하고 아픔으로 가득한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다양한 가능성의 세계를 경험한 아영이 끝내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상처 가득한 세계로 돌아갈 것을 결심하는 장면은 완벽하지 못할 세계일지언정, 덧없이 사라질 세계일지언정, 이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큰 위로를 건넨다. 한층 더 깊어진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문체와 서사 그리고 독립출판 특유의 자유로운 실험성과 감성 작가 늘리혜의 가장 큰 특징은 몽환적이면서 서정적인 문체와 분위기, 서사다. 네 편의 장편소설을 펴내며 그 깊이가 한층 더 깊어졌다. 이전보다 수려해진 문체와 농익은 감성을 담아 작위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주인공의 감정을 섬세하고 촘촘하게 따라가면서도 빠른 전개로 강한 몰입성과 높은 가독성도 특징이다. 한편 소설 『나의 세계는』은 자본에 구애받지 않는 독립출판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작가 늘리혜는 각각의 이야기가 하나의 세계관으로 이어지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의 작품으로도 독립성과 완결성을 가지지만 퍼즐처럼 이어붙이면 더 큰 서사 구조와 철학, 세계관이 드러나는 확장형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독립출판물 특유의 자유로운 실험성과 감성이 드러난다는 점도 이 소설을 감상하는 재미이자 주요 포인트다.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문체와 서사, 독립출판 특유의 자유로운 실험성 그리고 참신하고 매혹적인 세계관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께 이 소설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