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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형선 예술감독 - [서문] 최적의 거리, 아름다운 간격:골디락스
김용택 시인 - [시] 이 글은 시가 아닙니다 나의 새벽입니다 도종환 시인·국회의원 - [산문] 꽃과 나의 빈빈한 거리 박재동 화백 - [글·그림] 적정 거리 방현석 소설가 - [산문] 날개를 감춘 사람들의 노래를 들어라 안도현 시인 - [산문] 때를 맞추는 일 이건용 작곡가 - [산문] 도전과 스밈과 골디락스 김해숙 가야금 연주가 - [산문] 3과 2의 결합과 조화 정호승 시인 - [시] 그네 최일도 목사·시인 - [산문] 따뜻한 밥그릇과 식은 도시락과 빈 그릇 사이에서 류형선 예술감독 - [음악노트] 전남도립국악단 북앨범 〈골디락스〉 음악노트 수록곡 음악으로 쓴 시(詩) 〈발자국〉 구음 살풀이〈Peace in Myanmar〉 전래놀이 노래〈점아 점아 콩점아〉 해금과 기타를 위한 세 개의 단상 〈눈사람〉 실내악 〈룡강기나리〉 물속 춤 〈슬픈 우리 아빠〉 피리 독주 〈나무가 있는 언덕〉 거문고를 위한 세 개의 악장 〈용서하고픈 기억〉 오라토리오 집체극 ‘봄날’ 피날레 〈세상이 너를 알지 못해도〉 판소리 합창 〈범피중류〉 관현악 합창 〈오래된 미래〉 12현 가야금 독주 〈비단길〉 25현 가야금과 대금 2중주 〈가야금이 있는 풍경〉 해금 독주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 찰현악기 합주 〈접동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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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새벽은 내게 기쁨도 슬픔도 기다림도 사랑도 외로움도 걱정도 근심도 미움도
정치도, 경제도, 물론 시 따위는 생각 안 나, 내가 사랑하는 우리나라도 착한 국민들도 그땐 없어 새벽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는 텅 빈 우주 속에 생각 없이 떠도는 별, 그냥 아름다울 뿐인 별 같아 부정하고 불편하고 욕하고, 열 받고 수긍하고 긍정하고 수정하고 수용할 것도 없어 나는 어둔 땅을 내려다보며 가만히 서 있을 때가 많아 나무들이 어둠 속에 그렇게 고요하고, 나와 같이 서 있어 (…) 아무 생각이 안 나, 새벽이 아름다운 것은 생각이 안 난다는 거야 눈에 보이고 몸에 닿고 귀를 찾아오는 것이 다야 다 마음 밖에서 머물러 버려 텅 비어 있어 나를 때리면 텅텅 타악기 소리가 날 것 같아 서재 문을 따고 방에 들어가 불을 켜고 책상에 앉아 이렇게 말할 때도 있어 달빛이 부서지는 저 서정의 강물을 누가 내게 주었는가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어 --- p.26~29, 김용택 「이 글은 시가 아닙니다 나의 새벽입니다」 중에서 저만치라는 거리는 꽃과 나와의 거리입니다. 내가 꽃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거리입니다. 꽃을 꽃으로 존재하게 하는 거리입니다. 꽃을 소유하고자 하는 거리가 아닙니다. 욕망의 거리는 밀착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꽃을 꽃으로 존재하게 하면서 사랑하는 거리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습니다. ‘저만치’의 거리입니다. 그 꽃이 사랑스럽게 내 앞에 있는 거리. 꽃도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거리. 그런 거리입니다. --- p.44~45, 도종환 「꽃과 나의 빈빈한 거리」 중에서 그에게 나는 두 가지를 물었다. “왜 늪이 이렇게 넓은데 그물을 집 주변에만 치느냐? 두 배로 치면 두 배의 수입을 거둘 거 아닌가?” 그는 내게 되물었다. “왜? 이것만으로도 먹고살기 충분한데.” 그에게 부족한 것은 돈이 아니고 친구들과 즐길 시간이었다. 부족한 시간을 벌어야지 남아도는 돈을 왜 벌어? 그 순간 훙의 등에서 날개가 펼쳐지는 것을 보았다. --- p.61~62, 방현석 「날개를 감춘 사람들의 노래를 들어라」 중에서 눈에 띄는 대로 가을에 씨앗을 여럿 받았다. 남의 밭에서 부추 씨앗 한 봉투, 강원도 고개를 넘다가 코스모스 씨앗 한 봉투, 내성천 강변에서 금계국 씨앗 한 봉투, 예천여고 꽃밭에서 금잔화 씨앗 한 봉투, 나팔꽃이며 맨드라미며 봉숭아 씨앗 한 봉투…… 스무 가지가 넘는 것 같다. 씨앗을 심는다고 해서 모두 아름다운 꽃이 피고 좋은 열매를 맺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때를 잘 맞춰야 한다. 씨앗 위에 덮이는 흙의 두께와 씨앗이 뿌리를 내리는 데 필요한 물과 햇볕의 양과 북을 돋워 줘야 할 시기와……. --- p.72, 안도현 「때를 맞추는 일」 중에서 모든 음악에 ‘다른 것으로 대신할 수 없는 즐거움(혹은 감동)’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은 많은 음악이 있다. 나의 음악 감수성은, 나의 음악에 대한 동경과 작곡가가 되고자 했던 노력은 그 즐거움(혹은 감동)을 주는 음악에 대한 것이었고 그것에 의해서 키워진 것이며 그것을 구현해 보고자 했던 시도의 결과였다. --- p.81, 이건용 「도전과 스밈과 골디락스」 중에서 골디락스의 ‘죽’은 어떻게 보면, 저에게는 33년 동안 매일 기적을 경험하게 한 ‘밥’과 같습니다. 곰의 집에 차려진 접시에 담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 죽……. 하루 한 끼 밥을 얻어먹기 위해 눈만 뜨면 “먹어야 살지” 하며 찾아오시는 청량리 어르신들과 노숙인들에게는 밥 짓는 자원봉사자들의 눈물과 정성이 바로 ‘골디락스’였을 것입니다. --- p.103, 최일도 「따뜻한 밥그릇과 식은 도시락과 빈 그릇 사이에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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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거리에서 삶을 조율하는 ‘골디락스’의 의미를 되새기다
─ 언택트 시대를 위로하는 음악과 글의 향연 올해로 창립 35주년을 맞은 전라남도립국악단(예술감독 류형선)이 음악과 문학의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는 북앨범 『골디락스:간격』(도서출판 걷는사람)을 출간했다. 북앨범에는 우리 시대의 멘토로 일컬어지는 김용택, 도종환, 정호승 시인 등 아홉 명의 예술가가 창작한 글과 그림을 비롯해 전라남도립국악단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연주한 열다섯 곡의 음악이 해설과 함께 담겼다. 영국의 전래동화 「곰 세 마리」에 등장하는 금발머리 소녀 골디락스의 이름에서 유래한 용어 ‘골디락스(GOLDILOCKS)’는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최적의 간격’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전라남도립국악단은 이 ‘골디락스’라는 의미에 걸맞게 ‘최적의 거리, 아름다운 간격’이라는 주제로 시와 산문, 그림, 음악을 선별해 북앨범을 엮었다. 김용택 시인과 정호승 시인은 서늘하고도 고요하게 정신을 일깨우는 시를, 도종환 시인과 방현석 소설가, 안도현 시인, 이건용 작곡가, 김해숙 가야금 연주가, 최일도 목사는 팬데믹 시대의 지혜와 조화를 북돋우는 산문을 실었고, 박재동 화백은 〈적정 거리〉라는 제목의 그림을 통해 공명의 울림터가 있는 삶을 갈망한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가 지금 모습 이대로 생존 가능한 이유는 생명체가 살기에 최적화된 골디락스를 태양으로부터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거리가 조금만 더 좁혀지거나 조금만 더 멀어지면 지구의 생명체는 지금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질서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 내가 반응했던 음악들, 내가 아름답다고 느껴서 내 인생과 동행해 온 음악들의 속내에는 대부분 이 골디락스의 원리가 체현되어 있었다. 자연스럽게 내가 빚어내고픈 창작의 기본좌표는 골디락스이다. 가령 과하지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음악, 한 번 들어도 오래 들은 듯하고 오래 들어도 늘 처음 들은 것 같은, 그런 음악이다. (…) 더 나아가 나 죽은 뒤에도 사람들 곁에 오래오래 머무를 자격을 갖춘 그런 음악?이 북앨범에 도종환 시인이 보내 준 명제처럼, ‘무늬와 바탕’이 서로 잘 어울리는 그런 음악, 이 지상에 머무르는 동안 나도 그런 음악을 남기고 갈 수 있다면, 아! 얼마나 좋을까. ?‘서문’ 「최적의 거리, 아름다운 간격:골디락스」 중에서 ‘전통 예술의 공공적 가치 실현’을 지향하는 전라남도립국악단은 일상에서 길어 올린 음악으로 감동과 위로를 전하겠다는 포부를 이번 북앨범에 오롯이 담았다. 최근 불고 있는 국악 밴드 열풍과 함께 퓨전 국악이 세계적 주목을 받으면서 인류 보편적인 흥(興)과 한(恨)을 노래하는 장르로서 우리 국악의 높은 가능성은 계속 증명되고 있다. 수록곡의 면면을 살펴보면 미얀마의 슬픔 담은 ‘구음 살풀이’ 〈Peace in Myanmar〉는 이면가락과 수성가락(노래의 선율을 따라가는 즉흥반주)의 조화를 통해 민주화를 향한 열망을 간절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구전으로 전해지는 노래에 가사를 새로 붙여 만든 〈점아 점아 콩점아〉는 갑오농민전쟁-3·1운동-4·19혁명-5·18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지는 한국 근현대사를 구슬픈 가사와 친숙한 멜로디로 담아냈다. 또한 김소월의 시를 모티프로 한 찰현악기 합주곡 〈접동새〉는 소아쟁, 대아쟁, 해금의 앙상블을 통해 애통하고도 그리운 정서를 표현한다. 북앨범 『골디락스:간격』은 과거와 현재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국악 선율과 인문학이 융합되어 다채롭고도 이색적인 체험(듣기+읽기)을 선사한다. 무엇보다도, 팬데믹에 지친 독자들에겐 두 장르가 빚어내는 하모니의 미학을 음미하며 일상을 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