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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에 부쳐 / 염창권 ― 5
시인의 말 ― 6 1 아버지 ― 14 가온마을 소나무 ― 16 고귀함 ― 19 도깨비 사랑 ― 20 노을 ― 22 내 아들 문재학 ― 24 꿈 피어라 ― 28 잇꽃 ― 30 삶의 그림 ― 32 움직임 찾아서 ― 34 가을의 전설 ― 36 도시의 밤 ― 38 청춘 코끼리 ― 41 오월 어느 날 ― 42 등에 핀 꽃 ― 44 모나코 나비 ― 48 봄날 ― 50 2 우리들 ― 54 기억 사이에 우리 ― 56 가시고기 ― 58 똑바로 서기 ― 61 소금꽃 ― 62 긴급재난문자 ― 65 걸어보자 ― 66 시와 나 ― 69 그 빛 ― 70 봄날의 길 ― 73 세 번째 그 눈 ― 74 해바라기 가족 ― 77 모란이 피는 날 ― 78 젖몸살 ― 80 눈 ― 82 용틀임 ― 85 만두꽃 ― 86 3 봄의 풍장 ― 90 민들레들아 ― 93 사과꽃 ― 94 녹꽃 ― 97 74의 한 ― 98 지금 바다 ― 100 소금나무 ― 102 양귀비꽃 당신 ― 104 남도의 봄밤 ― 106 도화선 ― 108 숲속 음률 ― 110 갈망 ― 113 꽃심을 찾아서 ― 114 통영에 가면 ― 117 미숙 언니 ― 118 젊음을 믿었던 어머니의 기도 ― 121 봄바람 ― 122 4 스승께 향한 마음 ― 126 가을바람아 ― 128 불꽃 연대기 ― 130 붉은 선물 ― 132 둥근 길 ― 135 통곡 그 나무 ― 136 신발 ― 139 금강변 걷기 ― 140 음률이 오는 길목 ― 142 발 없는 나무들아 ― 144 365 보랏빛 슬픔 ― 146 시의 씨앗 ― 148 먼저 봄이 되어 준 당신들 ― 151 두 빛의 동행 ― 152 내 이름은 살구다 ― 154 돼지국밥에 대한 예의 ― 156 시가 머문 자리, 그림이 되다 ― 1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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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햇살은 꽃잎에 머물지 않고 마음에 내려앉아 겨우내 얼었던 시간, 연둣빛의 숨결을 품으니 들꽃 하나 새 한 마리가 바람 한 줄기에 세상을 다시 배울 때 오로라 빛은 기쁨으로 번지고 초록의 숨결은 희망으로 자라난다 분홍빛 그리움 하나 조용히 가슴을 적시고 봄은 화려하게 오는 계절 아니라 지친 마음에 말없이 손을 내미는 따뜻한 위로다 꽃은 피어야 할 이유를 묻지 않고 피어나듯 우리의 삶도 한 번 더 웃을 이유 찾아 봄빛 속으로 걸어간다 그 길 끝에서 당신을 만나면 난 다시 한 편의 봄이 되어 당신 곁에 피어난다 * 모란이 피는 날 모란은 봄의 끝자락에서 피어 가장 늦게 찾아온 계절로 가장 깊은 사랑으로 말한다 꽃은 서두르지 않아도 조용히 견디어 송이송이 빛으로 피어난다는 것을 연분홍 꽃잎마다 햇살이 머물다 가고 바람은 꽃잎 끝에 그리운 이름 하나를 내려놓는다 아름다움은 찬란하게 피는 순간이 아니라 지고 난 뒤에도 누군가의 마음속에 향기로 살아가는 것임을 오늘도 모란꽃은 말없이 피어 가슴 깊은 곳에 한 편의 봄을 심어 놓는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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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에 부쳐]
유정하기도 하여라. 꾸밈도 없고 주저함도 없다. 유년의 추억과 일상들, 애틋한 사연을 가진 가족과 이웃들이 얼굴을 내민다. 그들은 ‘살의 가역성’을 통해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허물고 작가의 몸 안에서 함께 살아간다. “꽃은 피어야 할 이유를 묻지 않고 피어나듯 / 우리의 삶도 한 번 더 웃을 이유 찾아 봄빛 속으로 걸어간다”(「봄날」), “바람은 꽃잎 끝에 그리운 이름 하나를 내려놓는다”(「모란이 피는 날」) 정미숙의 시와 그림은 생(生)의 내력을 두툼하게 채색해 놓은 듯한 두께감이 있다. 그 지층에서 언제나 새움을 틔워 올린다. 봄의 여자처럼! 맑고 순수하고, 유정하기도 하여라. -염 창 권 (시인, 광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 [시인의 말] 시는 삶의 숨결이었고 그림은 그 숨결이 머물러 피어난 또 하나의 언어였다. 세상의 아픔과 기쁨, 사람과 자연이 건네는 작은 떨림을 빛과 색채로 캔버스에 덧칠하며 삶을 걸어왔고 예술은 나에게 아름다움을 말하기보다 기억해야 할 것들을 오래 품는 일이었다. 시를 짓고 걸어온 길에 어느덧 네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시는 늘 나의 곁에서 한 걸음 앞서 걸었고 시로도 다 담지 못한 그리움은 가슴 깊이 스며들어 그림이 되었다. 어떤 날은 한 줄의 시가 먼저 찾아왔으며 또 다른 날에는 한 점의 그림이 먼저 마음을 두드렸다. 그때마다 삶은 기억을 만들고 기억은 다시 사랑을 만들었고, 그 기억의 길을 따라 걸었으며 때로는 눈물로, 웃음으로, 침묵으로 찾아왔다. 이 책에 실린 시와 그림들은 그 길 위에서 만난 흔적들이다. 늘 용기를 주셨던 노의웅 교수님, 염창권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무더위에 끝없이 애써 주신 출판사 글나무에게 감사드린다. 이 그림시집 페이지를 넘기는 손길에도 오래된 기억 하나가 조용히 깨어나기를 바란다. 그 기억 속에서 ‘우리’로 만나 한 편의 시와 한 점의 그림이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머무는 따스한 빛이 되기를 소망한다. 2026년 여름날 정 미 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