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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사는 사람이 멀리 갔는데 걱정되잖아.”
“…….” 걱정……. 두 글자가 마음에 쿡 박혔다. 진미가 회사에서 야근을 할 때면 엄마는 자다 깨서 딸이 들어오지 않은 걸 확인하고 잠이 잔뜩 묻은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다. 어디니? 아직 회사야? 언제 와? 똑같은 질문들이라 성기시기만 했다. 알아서 들어갈 텐데 뭘 걱정하냐며 그땐 왜 그렇게 짜증을 냈을까. 어디니, 아직 회사야, 언제 와……. 엄마의 그 말이 오늘따라 가슴에 사무쳤다. 엄마의 걱정 어린 말을 듣고 싶었다. 그리고 전화기 너머 목소리 가 그 일을 대신하고 있는 듯했다. “오늘 별일 없었어요?” 그의 목소리를 음미하듯 눈을 지긋이 감았다가 떴다. “……없었어요.” 진미는 대답을 얼버무렸다. 그 별일을 설명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의 안부 인사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를 받았다. --- p.102 진미가 팔을 내밀어 그의 얼굴을 쓸었다. 그녀의 엄지손가락이 그의 파래진 입술 위를 지나갔다. 윤제가 그만 멈춰달라는 듯 그녀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그녀의 손길은 항상 버거웠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그는 몇 번이나 그녀를 끌어당겨 안고 또 안고 싶었다. 윤제가 힘겹게 숨을 토하며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더는 안 간다고.” “왜? 당신이 나한테 어울리지 않은 사람일지도 모르니까?” 윤제는 긍정하는 것인지 침묵했고 대답 없는 윤제를 원망하듯 진미가 말을 이었다.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는 건…… 누가 정하는 건데?”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침대 끝에 불안하게 걸터앉은 그녀를 보며 무겁게 되물었다. “당신은 정말 내가 누구라도 괜찮아?” 그의 눈망울에 일렁이는 슬픔이 진미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 그녀의 삶으로 부지불식간에 성큼 들어와서는 밝고 따뜻한 기운으로 그녀를 북돋아준 그였는데 이제야 그의 숨은 얼굴을, 진짜 얼굴을 본 것 같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이렇게 아팠나, 당신……. “난 당신 그대로가 좋아. 내 옆에 있는 지금 당신이……. 그러니까 아프지 마.” --- p.2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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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작가만이 쓸 수 있는
가장 생생하고 달콤한 로맨스 『시크릿 허즈밴드』의 김류현 작가는 TV 드라마 ‘스위치’의 극본 작가이기도 하다. 김류현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이 소설은 그래서 더욱 생생하고 친절하다. 소설은 진미가 엄마의 유골을 뿌리기 위해 찾은 브루클린 브릿지와 윤제와 달빛 아래 시간을 보내던 호텔의 옥상 그리고 한국으로 넘어와 진미가 살고 있는 2층 주택, 아시아 1호점 론칭을 예정하고 있는 레스토랑 델리카시 등 다양한 장소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여기서 독자들은, 분주한 소음이 전해지는 레스토랑의 주방과 그곳에서 완성된 뜨뜻한 연기가 나고 있는 듯한 고급스러운 요리 한 접시, 가본 적 없지만 눈 앞에 내려다보이는 것 같은 뉴욕의 야경, 복잡한 심경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주인공들의 눈동자가 영상으로 느껴지는 듯한 세밀한 묘사에 감탄할 것이다. 김류현 작가의 문장은 장소와 시간의 이동에도 구애받지 않고 매끄러운 영상처럼 끊김없이 이어진다. 자칫 독자들이 놓쳤을 정보를 세밀하게 캐치해 적절한 곳에 설명을 넣어주는 친절함도 놓치지 않는다. 그야말로 ‘드라마를 보는 듯’한 전개로,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드는 흐름이다. 로맨스 소설 『시크릿 허즈밴드』는 등장인물의 근거 있는 심경 변화와 그것의 분출 그리고 개연성 있는 결말까지 삼박자 모두를 만족스럽게 담아낸 작품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긴 독자들은 마치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를 한 편 끝낸 것과 같은 황홀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극히 한국적인, 뉴욕 로맨스 진실한 사랑의 표현은 언제나 ‘밥’ 한 끼! 소설 『시크릿 허즈밴드』는 한국인들에게 역시 진득한 사랑이란, 따뜻한 밥 한 끼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소설 속에서 진실한 사랑의 표현은 언제나 ‘밥’이다. 일면식도 없던 진미에게 윤제는 위로의 의미로, 할 수 있는 한 가장 정성스러운 한 끼를 차려준다. 그것도 새벽 두 시에. 한평생 식당을 운영해 온 진미의 엄마는 ‘힘들 때 밥 한 끼 사준 사람을 절대 잊지 말라’는 명언을 남기고, 생면부지의 남자에게 거한 요리를 얻어먹은 진미는 그에게 맛있는 한 끼를 되돌려주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을 통째로 서울 한복판으로 가져온다. 출장에서 돌아온 진미에게 짜잔, 하고 내놓고 싶은 건 신경 써서 만든 요리 한상이고,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 식당의 문을 조심스럽게 연 낯선 손님을 매몰차게 내보내지 못한 것도 다 식사 한 끼의 위력을 알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렇게 따뜻한 한 접시로 탄생한 누군가의 사랑은 부지런히 다른 누군가에게 옮겨지고 뱃속을 데워준다. 소설을 읽으면서 지극히 한국적인 소설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밥은 먹었냐는 다정한 안부를 주고받고, 작은 테이블을 두고 마주 앉아 소박한 식사를 나누고 싶은 몇 명의 사람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밥 한 끼가 이렇게도 다정하고 낭만적으로 느껴진 적이 있을까? 수증기가 가득한 부엌처럼 따뜻하고, 수백 번의 칼질처럼 섬세하고 마지막으로 놓여지는 수저처럼 정갈한 소설 『시크릿 허즈밴드』를 만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