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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미얀마의 어느 마을에 ‘칠기 공주’라 불리는 아가씨가 있었다. 그녀가 장식한 칠기가 너무나 아름다워 그런 별명이 붙은 것이다. 나라를 통치하는 거만한 왕은 칠기 공주의 소문을 듣고 이제 자신만을 위해 칠기를 만들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석 달 뒤 왕에게 보내진 칠기에는 폭군 아래서 신음하는 백성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불같이 화가 난 왕은 칠기 공주를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감옥에 가둔다.
갇힌 칠기 공주는 물과 음식을 거부한 채 아주 작은 틈으로 그녀가 본 것들, 힘겨운 백성들의 삶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어느 날 왕의 첩자는 칠기 공주가 만든 것과 똑같은 칠기를 왕에게 가져오고 그런 칠기가 온 나라에 퍼져 있다고 한다. 왕은 깜짝 놀라 감옥을 조사하지만 칠기 공주는 이미 흔적이 없다. 당황한 왕은 미친 듯이 칠기를 짓밟아 깨뜨리는데, 그 조각조각마다 그리고 주변 모든 것에서 칠기 공주의 환영을 보고 괴로워하다 강물에 몸을 던진다. 마을은 예전의 평화로운 모습을 되찾고, 사람들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은하수를 보며 그것이 칠기 공주라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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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 뭐지?” 첫 발을 떼는 책-은유와 상징으로 전하는 인권 이야기
‘먼 옛날 미얀마의 어느 나라에…….’라고 시작되는 이 책은 마치 한 편의 옛이야기 같다. 연약해 보이지만 재주 많은 칠기 공주가 욕심 많고 포악한 왕을 물리치고, 마침내 마을에 평화와 행복이 찾아온다는……. 흥미진진한 옛이야기로도 손색이 없는 이 이야기는, 그러나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현실의 일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바로 수십 년 간 군사 독재 체제 아래에 있는 미얀마, 그리고 그 정부에 저항하며 온 몸을 바쳐 민주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아웅산 수지 여사가 주인공이다. 이 책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폭군과 그 아래서 고통 받는 백성들, 칠기 공주의 저항에서 시작된 낮은 목소리가 커다란 울림으로 퍼져 마침내 폭군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은근한 힘이 느껴지는 말투로 차분히 그려낸다. 부당한 권력을 고발하며 결국 진실이 승리하기를, 소박하고 아름다운 삶이 세상 누구에나 정당한 권리로 인정받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담긴 이야기인 것이다. 인권이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추상적이고 구구절절한 설명이 아니라 은유와 상징이 가득한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그 기본 정신과 의미를 녹여 직관적으로 깨닫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칠기 공주가 그러했듯,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 그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에 대한 상을 어렴풋이나마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들에게 인권 이해의 첫 발을 떼는 책으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 아웅산 수지 여사 이 책의 글 작가와 그림 작가는 미얀마를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으로 이 책을 구상했다. 그리고 국제앰네스티가 그들의 작업에 함께 했다. 작가들은 미얀마를 여행하며 군사독재 정권 아래의 미얀마 국민들의 불행한 삶을 목격했다.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 날마다 짓밟히고 있고,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가 아직도 너무나 먼 꿈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아웅산 수지 여사는 상징적인 사상범이다. 이 책의 칠기 공주는 온 몸을 바쳐 비민주적이고 부패한 정부에 대항하고 있는 아웅산 수지 여사를 형상화한 것이다. 1991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아웅산 수지 여사는 마얀마 군사독재 정권 아래서 비폭력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1989년 이래로 2006년 현재까지 모두 일곱 차례나 가택연금을 당했으며, 현재도 여전히 자기 집에 갇혀 자유롭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17년 중 10년을 그렇게 보낸 것이다. 국제앰네스티는 아웅산 수지 여사의 무조건적인 석방 및 미얀마의 모든 사상범들의 자유를 촉구하며 미얀마 정부를 상대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책에 부록으로 실린 작가들의 글과 국제앰네스티에 대한 소개 역시 인권 문제를 처음으로 인식하고 배워가는 아이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 것 같다. 우리 살아가는 사회를 더 크게, 더 깊게 바라보는 눈 자신의 양심에 따라 옳은 것을 옳다 말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말할 수 있는 자유는, 아직 세상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소수의 독재자에 의해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의 아픔은 아직도 세상 곳곳에 존재한다. 이 책의 칠기 공주가, 그리고 다른 소박한 백성들이 ‘태양보다 더 빛나는 왕’의 치하에서 겪었던 것처럼 말이다. 국제앰네스티와 함께 만들어진 이 책은 칠기 공주에 빗댄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는 이런 부당한 권력에 의해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음 알려 준다. 그리고 결국 진실이 힘을 얻고 승리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그 불의를 무너뜨릴 수 있는 힘 역시 어디서 나오는지도 이야기해 준다. 책을 보고 나면 아이들과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을 것이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권리, 자기의 생각이나 신념으로 인해 사회적인 억압을 받지 않을 권리부터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 이 책이 누구에게나 당연한 권리,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인 인권에 대한 관심의 첫 발을 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은 물론이다. 더불어 이 책은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고, 생각을 넓히는 데도 좋은 기회가 된다. 거창한 정치적 구호나 명제가 아니어도, 세상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에 대한 작은 깨달음은 받아 안을 수 있지 않을까.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인격과 권리를 존중하며 우리 사회에 대해 아름다운 꿈을 갖게 하는 것, 건강하고 건전한 가치관을 갖도록 하는 데도 분명 좋은 시작이 될 것이다. 칠기 문양과 풍광이 아름다운 인상적인 그림 이 책에 그림을 그린 프랑수와 말라발은 아시아 지역으로 자주 여행을 하는데, 여행을 하며 보게 되는 각국의 다양한 전통 문화와 공예품 등에서 주로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이 책에서 느껴지는 이국적인 풍광 역시 눈길을 끌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화려한 듯하지만 야단스럽지 않은 색감과 점묘법을 이용한 특별한 그림은 동남아시아의 이국적인 풍경을 잘 살려내 주고 있다. 칠기 공주가 장식한 칠기의 문양도 가느다란 선으로 표현했으나 어두운 색과 강렬한 대조를 이루며 깊은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 풍성한 내러티브를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그림으로 압축한 솜씨는 작품에 깊이를 더하고 있다. 깊은 울림을 주는 인상적인 그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