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姜運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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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기는 국악을 연주하는 도구이다. 하지만 이런 일차적인 기능을 넘어서 보면, 국악기는 한국인이 자신들의 마음을 소리로 표현한 문화 매체이자 상징이며, 고유한 심미의식의 결정체이다. 그러므로 국악기에 대한 이해는 국악 전반을 이해하는 기초이자 국악의 특질, 나아가 한국문화의 특질을 파악하는 열쇠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이나 서점의 서가에서 국악기를 체계적으로 소개한 책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음악을 세계에 소개할 완성도 높은 국악 안내서를 찾기 어렵다는 것 또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점을 깊이 인식하여 책을 기획하고 준비했다. 참신한 시각의 젊은 음악학자 송혜진 씨가 글을 쓰고, 사진작가 강운구 씨가 심혈을 기울여 사진을 찍었다. 우리시대의 『樂學軌範』이 될 책을 만들자는 초심에서 출발하여 만 이 년의 시간 동안 전문적, 학술적 성과를 충분히 반영한 책, 교양인이 흥미있게 읽으며 국악기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 국내외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 없을 국악 안내서가 되도록 정성을 다하였다. 이 책은 총설,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부록의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설은 국악기에 대한 개괄적인 오리엔테이션을 제공하는 글로서 국악기의 정의, 종류, 역사, 편성과 연주, 미적 특성이 간략하고 짜임새있게 정리되었다. 특히 총설의 내용 전체를 번역, 수록한 영문 서머리는 한국음악에 관심있는 외국인 독자들에게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책의 본문에 해당하는 ‘현악기’‘관악기’ ‘타악기’ 장은 개별 악기를 소개한 장이다. 현악기 아홉 종, 관악기 열다섯 종, 타악기 서른여섯 종으로 모두 예순 종인데, 정악용 가야금과 산조가야금 또는 향피리, 당피리, 세피리처럼 동종의 악기지만 사실상 독자적 음악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악기들을 별도로 셈하면 예순다섯 종이 된다. 방대한 내용을 담았지만 이 책은 읽기에 부담스럽고 어려운, 딱딱한 책이 아니다. 전문적인 내용도 쉽게 전달하는 저자의 친화력있는 문체는 이 책이 지니는 매력 가운데 하나이다. 저자는 음악을 연주하는 도구에 대한 ‘역사적, 사실적 기술’과 함께 악기가 입고 있는 ‘문화의 옷’을 설명하여, 국악기에 표현된 한국인의 마음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여러 시대, 여러 계층 사람들의 악기 이야기와 여러 갈래의 미술품 등을 두루 섭렵하여 자료를 모으고 정리했다.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악기를 노래한 시와 시조, 옛 문인들의 격조 있는 악회(樂會)의 기록, 판소리나 무가(巫歌)의 사설에 묘사된 놀랍도록 생생한 악기 소리의 의성어는 단숨에 그 악기가 연주되던 ‘그때의 그곳’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자연스럽게 그 악기에 접근하고 나면, 이어지는 글에서 악기의 유래와 전승, 구조와 제작방법, 연주법, 조율과 음역 등 현재까지의 학계의 연구성과를 집약한 상세한 설명을 통해 악기의 면면을 심도있게 이해할 수 있고, 장구한 한국음악사에서 악기가 어떤 위상을 가지고 어떤 모습으로 전승되어 오늘날에 이르렀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악기의 전승을 보여주는 참고도판, 악기의 구조와 부분 명칭을 보여주는 도해, 악기의 제작방법을 차례대로 보여주는 장인들의 악기 제작과정 도판, 그리고 악보와 표 등이 풍부하게 제시되어 독자의 이해를 심화한다. 각 장별로 글의 뒤에 따르는 ‘사진으로 보는 현악기’ ‘사진으로 보는 관악기’ ‘사진으로 보는 타악기’는 이 책의 악기도감적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이 소장한 국악기와 국악의 명인(名人)을 비롯한 연주자들의 연주 모습을 담은 원색도판은 악기의 외면을 객관적으로 충실히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우리의 소리를 머금어 온 악기의 내면까지 깊이있게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의 품격을 한층 높이고 있는 이 도판들은 제작과정을 담은 도판과 함께 우리 시대의 국악 문화를 기록한 자료로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를 더할 것이다. 부록으로 수록된 한국음악사 주요 연표와 국내외 소장 주요 국악기 목록 또한 이 책의 자료적 가치를 한층 더해 준다. 연표는 제천의식이 행해지던 상고시대부터 오늘날까지의 한국음악사 전체 맥락을 일목요연하게 짚어내고 있고, 주요 국악기 목록은 고악기에 관련한 연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목록으로 이후 여러 연구의 기초자료가 될 것이다. 국악에 대한 입문서이자 전문서인 이 책은 국악을 잘 모르는 독자가 국악 전반을 이해하고 국악을 사랑하는 데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며, 국악을 전공하는 연주자나 연구자는 국악기에 대한 체계적?심층적 이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 또한 영문 서머리와 각 악기의 영문 소개글, 영문이 병기된 악기 도해는 외국인이 국악에 접근하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유구한 것에서 새로운 것을 벼리어 온 열화당의 출판 삼십 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책이 좁게는 우리 국악계에, 넓게는 우리 문화계에 뜻깊은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