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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진입 구역 ZONA DE INGRESO
접선 구역 ZONA DE CONTACTO
유령 구역 ZONA DE FANTASMAS
탈출 구역 ZONA DE ESCAPE

저자 소개 2

노나 페르난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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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a Fernandez

1971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태어났다. 연극을 공부한 후 배우 겸 작가로 활동했다. 피노체트 군사 정권하에서 성장한 자신의 경험과 칠레 역사, 민중의 삶을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삼아 민주주의와 기억의 문제를 제기한 ‘독재의 딸아들’ 세대 작가 중 한 명이다. 2000년에 첫 단편 소설집 《하늘El Cielo》을 출간했으며 2002년 산티아고를 가로지르며 “쓰레기와 시체를 흘려보낸” 강의 이름을 딴 소설 《마포초Mapocho》로 칠레에서 가장 중요한 문학상 중 하나인 프레미오 무니시팔 데 리터라투라Premio Municipal de Literatura를 수상했다. 피노체트 정
1971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태어났다. 연극을 공부한 후 배우 겸 작가로 활동했다. 피노체트 군사 정권하에서 성장한 자신의 경험과 칠레 역사, 민중의 삶을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삼아 민주주의와 기억의 문제를 제기한 ‘독재의 딸아들’ 세대 작가 중 한 명이다.

2000년에 첫 단편 소설집 《하늘El Cielo》을 출간했으며 2002년 산티아고를 가로지르며 “쓰레기와 시체를 흘려보낸” 강의 이름을 딴 소설 《마포초Mapocho》로 칠레에서 가장 중요한 문학상 중 하나인 프레미오 무니시팔 데 리터라투라Premio Municipal de Literatura를 수상했다. 피노체트 정권에 가담한 비밀 경찰의 양심 고백을 다룬 2016년작 《미지의 차원La Dimension Desconocida》은 “칠레의 집단적 트라우마에 정면으로 맞서는 질문”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작가에게 스페인어권 여성 작가를 대상으로 한 소르 후아나 이네스 데 라 크루스상Sor Juana Ines de la Cruz Prize을 안겨주었으며, 중남미는 물론 유럽 전역에 번역되었다. 영어로 출간된 2021년에는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총 6권의 소설 외에도 《보이저》를 비롯한 에세이, 다수의 희곡과 텔레비전·영화 대본을 집필했다. 연극 연출가이자 극작가인 남편과 함께 극단을 운영하며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서사적 실험을 하고 있다.

노나 페르난데스의 다른 상품

지역 기반 문화 기획자로 활동했다. 출판 편집, 지역 콘텐츠 제작, 국공립미술관 전시 자료 번역 등의 일을 해왔다. 여러 언어 사이를 오가는 것을 좋아하고 말을 다루는 세계에 오래 남고 싶어 출판 번역을 시작했다. 《조응》을 옮겼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135*210*20mm
ISBN13
9791199048164

책 속으로

p. 15
제가 저지른 몇 가지 일을 털어놓고 싶습니다, 남자는 여자의 눈을 바라보며 말한다.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다고 상상해 본다. 하지만 남자가 한 말은 상상이 아니다. 사람들을 사라지게 만든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p. 25
화면에 몇 마디 문장을 띄우면 남자는 눈앞에 나타난 그 환영을 읽을 것이다. 그것은 저세상에서 전해진 신호처럼 보일 텐데, 남자에게는 분명 익숙할 것이다. 이를테면 한때 그 암흑의 평행 지대에 살았던 만인이 조난해 떠도는 바다로부터 온, 그곳에 던져진 유리병 안 메시지 같은 것.

p. 27~28
저는 왜 선생님에 관한 글을 써야 할까요? 왜 삼십 년도 넘게 지난 과거를 다시 파고들어야 할까요? 왜 코르보 단검, 전기 고문, 그리고 쥐 이야기를 또다시 끄집어내야 할까요? 왜 실종 사건을 다시 언급해야 할까요? 왜 그 모든 일에 관여했다가 어느 순간 더는 할 수 없다고 결심한 남자에 관해 이야기해야 할까요? 더는 할 수 없다는 판단은 어떻게 하게 되는 것일까요? 어떤 선을 넘어야 하는 것일까요? 그런 선이라는 게 있나요? 그 선은 우리 모두에게 동일하게 존재하나요? 만약 제가 선생님처럼 열여덟 살에 군에 입대했고, 상관이 정치범 무리를 감시하라고 명령했다면 저는 어떻게 했을까요? 그 임무를 수행했을까요? 도망쳤을까요? 그 임무가 파멸의 시작임을 알아차렸을까요? 제 배우자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제 아버지는요? 제 아들은 똑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요? 누군가는 반드시 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일까요?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누구의 것일까요? 이 비명들은요? 선생님이 기자에게 한 증언에서 읽은 것일까요, 아니면 제가 다른 어디에서 직접 들은 것일까요? 이 장면들은 선생님 삶의 일부인가요, 아니면 제 삶의 일부인가요? 집단 공통의 꿈을 나누고 가르는 미세한 경계 같은 것이 있을까요? 당신과 저, 둘 다를 쥐가 득실거리는 어두운 방의 악몽에 빠져들게 하는 하나의 장소가 있을까요? 이런 이미지들이 머릿속에 기어들어 와 선생님도 잠 못 이루시나요? 우리가 언젠가는 이 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언젠가는 거기서 빠져나와 우리가 어떤 일까지 저지를 수 있었는지를, 그 비극적인 소식을 만천하에 밝힐 수 있을까요?

p. 62
당신은 다른 누군가가 되어보는 상상을 했습니다. 당신은 다른 누군가가 되기로 선택했습니다. 당신이 선택했습니다.
어리석은 자가 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고, 그 악랄한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 꼭 제복을 입을 필요는 없습니다. 안드레스 선생님, 당신이 안다면 뭐라고 할까요. 아직 박물관에 기록되지 않은 지금 이 시대에 선인인 척하지만 전혀 선하지 않고 한 번도 선한 적 없었던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영웅 행세를 하지만 전혀 영웅이 아닌 이들이, 구원자 행세를 하지만 전혀 구원자가 아닌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당신이 안다면. 우리가 이 시대를 어떤 이야기로 전하게 될지 그 이야기의 ‘우리 편’에서 누구를 배제할지 저는 궁금합니다. 과연 누구에게 그 이야기의 통제권을, 선별하고 구성하는 역할을 맡길지 말입니다.

p. 92
이 사진들은 제각기 다른 시간에서 보내온 엽서다. 제발 전해지기를 바라는 구조 요청이다.
사람들을 고문했던 남자는 사진을 들여다보며 그 속에 숨겨진 것을 해독하려 애쓴다. 사진은 타인의 삶과 과거가 거주하는 영토다. 그들 자신의 역사로 경계 지어지고, 각가정의 저녁 식탁에서 제정된 법으로 다스려지는 국가다. 콘트레라스 말루헤의 세계, 바이벨의 세계, 플로레스의 세계. 그 행성들로부터 들려오는 메시지는 오로지,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으며 자신을 알아봐 달라고 간청하는 얼굴들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라고, 얼굴들은 말한다.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해, 그들이 나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해. 나를 어디에서 죽였는지, 어디에 묻었는지를.

p. 107
나는 〈미지의 차원〉의 또 다른 에피소드를 기억한다. 필요에 따라 얼굴을 바꿀 수 있는 한 남자, 이른바 ‘천의 얼굴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 남자는 그 모든 얼굴을 속에 품고 있다가 상황에 맞춰 가장 적절한 것을 골라 사용했다. 만약 그가 오키나와에 있었다면, 전쟁 전까지 온화하고 행복한 이웃이었다가, 전쟁이 벌어진 후에는 가족을 비정하게 죽이는 살인마가 되었을 것이다. 만약 그가 70년대 칠레에 있었다면, 라 시스테르나 시청의 근심 없는 공무원이었거나, 경찰 아니면 선원이 되기를 꿈꾸는 파푸도 출신 젊은 농부였을 것이고, 그러다가 자기 동료를 고문하거나 밀고할 수도 있는 냉혹한 요원이 되었을 것이다.
한 인간은 얼마나 많은 얼굴을 지닐 수 있을까?
어린 보리스는 어떨까? 얼마나 많은 얼굴을 지녔을까?
그의 형 링코얀은 어떨까?
사람들을 고문했던 남자의 말을 듣고 있는 변호사는 어떨까?
사람들을 고문했던 남자는? 그리고 나는?

출판사 리뷰

★ “국가 폭력의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다루며 세계 문학에 공헌하는 작품” -《뉴욕 타임스》
★ 엄혹한 독재의 역사로부터 진실의 빛을 이어나가는 작가 노나 페르난데스의 대표작


역사상 가장 악랄한 독재자 중 한 명인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독재가 이어지던 1984년, 안드레스 요원의 고백은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켰다. 그는 열아홉 살 때 공군에 입대한 후 10년이나 정치범을 고문하고 처형해 왔다. 그러나 더는 “죽음의 냄새가 가시지 않는 삶”을 견디지 못했고, 독재를 비판했던 언론 《카우세》에 모든 것을 밝혔다. 그가 전한 폭력과 탄압의 실체는 칠레를 충격에 빠뜨렸다. 군부는 진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또다시 무참한 살인 사건을 저질렀고, 나아가 계엄령까지 선포했다.

“우리가 언젠가는 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그로부터 30년 후, 한 다큐멘터리 작가가 그때 그 남자를 다시 좇는다. 작가는 어린 시절에 남자의 인터뷰를 읽고 악몽에 시달렸으며, 당시의 미스터리를 평생 풀어야 할 과업으로 짊어진 채 살아왔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오히려 더 많은 질문에 봉착했다. 평범했던 남자가 어떻게 그토록 잔혹한 일에 가담할 수 있었던 것인지. 순진한 징집병이었다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 병기가 되기까지 도대체 어떤 세월을 거쳤던 것인지. 남자는 증언 이후 피노체트 군부를 피해 은거했다. 프랑스로 망명했고, 시골에 숨어 살며, 외부 접촉을 끊었다. 작가는 답을 내리지 못한다. 증언의 대가로 자신의 남은 삶에 고독과 부자유의 형벌을 내린 남자는 가해자이기만 할까. 독재 이후 민주화된 칠레 역사에서 남자의 자리는 어디일까.

《미지의 차원》은 피노체트 독재 시기에 성장한 후 칠레의 민주주의를 성찰해 온 작가 노나 페르난데스의 대표작이다. 실존 인물인 안드레스 요원의 증언을 추적하며 끝끝내 행방이 알려지지 않은 실종자,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를 넘었던 연루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의와 윤리, 역사와 기억의 문제를 고민한다.

2017년 스페인어권 여성 작가를 대상으로 한 소르 후아나 이네스 데 라 크루스상 수상 당시 “어둡고, 한편으로는 수치스러운 과거에 대한 민중의 감정을 정확히 드러내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으며 《태풍의 계절》 저자인 페르난다 멜초르는 “탁월한 지성과 집요한 진실성을 담은 빛나는 문체”를 극찬했다.

★ “안온한 이들을 기습하는, 저런 위험한 야수의 상태로, 기억은 지속되어야 한다” -본문 중
★ 공식 역사의 한계 너머 상상의 여지를 펼치며, 현재의 민주주의를 질문하는 기억의 제안


《미지의 차원》은 실화를 축으로 허구, 저자의 경험이 교차되는 논픽션과 오토픽션의 자장에 있는 소설이다. 등장인물 대다수가 실존했으며, 화자에게는 저자 자신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노나 페르난데스는 자칭 ‘독재의 딸’의 문제의식으로 과거를 면밀하게 탐구해 문학, 연극, 영화, TV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에서 재현해 왔는데, 그 과정을 통해 벼려온 역사관과 다채로운 서사 기법이 이 작품에 응축되어 있다.

소설은 안드레스 요원의 증언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일상을 무대에 올리듯 세세히 펼쳐 보인다. 그들은 납치, 구금, 고문, 처형의 수순을 거쳐 사라진 한 무리의 희생자이기 이전에 저마다의 세계를 일구었던 한 사람 한 사람이다. 감금된 상황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알아챈 킬라 레오의 이야기를, 아들에게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의 이름을 붙인 알론소 가오나의 이야기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밀고자가 된 카롤 플로레스의 이야기를, 반독재 활동가 어머니를 따라 비밀스러운 삶을 산 마리오의 이야기를 생생히 전한다. 공식적 역사 서술의 틀로 기록될 수만은 없는 그들, 그 평범하고 고유한 삶들이 부서졌다는 것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다.

《미지의 차원》이라는 작품 제목은 중의적이다. 그것은 공식 역사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한 묘연한 행방과 은폐된 비밀의 알레고리이자 미국 CBS의 TV 드라마 시리즈 ‘The Twilight Zone’의 스페인어 제목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1959년에 처음으로 제작된 이래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었으며, 저자의 유소년기인 1970~1980년대에 칠레에서도 방영되었다. (한국에서도 〈환상특급〉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노나 페르난데스는 정치적 사건과 당대의 대중문화를 직조해 내는데, 이런 서사 기법에는 민중의 기억을 다루는 독창적 철학이 반영되어 있다. ‘현실’은 정치사회적으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며, 대중문화 역시 한 세대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주요한 여건이기에 그의 작품에서 TV 드라마, 영화, 음악, 게임 등은 공통의 인식과 감각을 드러내는 모티프로 도입된다.

실제로 노나 페르난데스 자신이 그런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해 왔다. 《미지의 차원》의 화자 역시 어린 시절 어머니가 일을 나가 홀로 남겨졌던 긴긴 오후를 TV 앞에서 보냈으며, 드라마가 제시하는 인간에 대한 질문들로 현실의 미스터리를 풀어보려 한다. 안드레스 요원을, 온갖 보도와 자료에 등장한 인물과 사건 들을 자신이 사로잡힌 환상적인 이야기들에 비추어 해석해 보려 한다. 이웃들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무시무시한 소문이 무성했던 당시의 상황은 너무도 현실인 동시에 너무도 초현실이었기에 그 이야기들과 기묘하게 맞물린다. 거대한 비극을, 인간은 그렇게 살아내기도 한다. 그런 서사가 위원회 보고서의 경직된 문법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해서 진실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문학이 제안할 수 있는 기억의 방식이다. 상상의 여지를 열어주고 개입과 해석을 불러일으키는 서사만이 과거를 넘어, 현재를 살아가는 모두의 것으로, 독재의 기억을 갱신할 수 있다는 점을 이 작품은 여실히 보여준다.

★ “오늘날, 수십 년 넘게 지난 지금도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다시 살고 있다. 우리는 정말이지 그 과거를 뒤에 남겨두지 못했다.” -저자 인터뷰 중
★ 그 모든 혼란을 직면하고 기꺼이 악몽에 붙들리는, 가장 용감한 예술의 윤리


비극적 역사에 대한 첨예한 기억은 후대의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보루다. 하지만 진상 규명과 과거 청산을 목적으로 한 위원회와 박물관의 서사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혼란에 질서를 부여하는 선과 악의 이분법, 정권 교체의 정당성을 설득하는 선형적 진보성으로는 사회문화적 습속으로 뿌리내린 국가 폭력의 상흔을 제대로 마주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완결된 서사가 아닌 현재형으로 지속되는 질문이다.

따라서 저자의 관심은 특정 시대, 특정 인물에 국한된 악의 체제를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독재 종식 후 25년이 지난 시점에서 쓰인 이 소설에는 그간의 시간들이 쌓이고 겹쳐 있다. 화자는 “시제를 뒤섞어 쓰며” 군사 정권과 단절되지 못한 문민정부들의 타협한 역사를, 그 불씨가 남아 있으며 여전히 피노체트의 헌법으로 규율되고 있는 현재를, 그 뫼비우스의 띠 같은 상황을 나란히 놓는다.

게다가 안드레스 요원은 통상적인 영웅이 아니다. 그렇다고 피노체트처럼 절대적인 악인으로 규정하기도 어렵다. 그는 범죄에 가담했지만 회개했고, 그렇더라도 “회개한 괴물”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이처럼 복잡한 성격 때문에 그의 존재는 역사에서 누락되어 왔다. ‘기억과 인권 박물관’ 구석구석에 그가 밝힌 진실은 새겨져 있을지언정 그의 흔적은 없다. 안드레스 요원의 증언을 최초로 들었던 《카우세》 기자는 “그를 목 조르고 할퀴고 때리고, 고함 지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지만 동시에 “그중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다는 자각”으로 무력해진다. 그것은 이 반영웅에 대해 수많은 칠레인이 공유하는 감정일 것이다. 화자 역시 그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와중에 양가적인 심경을 내비친다. 화자가 어린 시절 안드레스 요원을 보고 충격에 빠졌던 것은 학교의 과학 선생님을 꼭 닮아서였다. 평범한 사람이,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누구라도 사람들을 고문하는 남자가 될 수 있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그 점을 되새기며 화자는 거듭 묻는다. “한 인간은 얼마나 많은 얼굴을 지닐 수 있을까? 사람들을 고문했던 남자는? 그리고 나는?”

굳이 경계를 파고들며 서사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 바로 그 지점에 이 작품의 윤리가 있다. 독자 역시 의구심을 품게 된다. 과거 악의 세계와는 당연히 구분되어 있다고 생각한 지금 여기의 세계가, 자신의 발밑이 허물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심지어 안드레스 요원에게 자신의 얼굴을 붙여보며 섬뜩함에 사로잡히게 된다. 같은 상황이었다면, 누구라도 선과 악의 경계를 넘었을지 모른다. 나라도 연루되었을 수 있다. 선인과 악인을 가르는 선은 얼마나 가늘고 희미한가. 그것을 넘거나 넘지 않는 선택에는 대체 무엇이 필요한가. 단선적인 서사로는 포획되지 않는 틈새에서만, 심연에서만, 회색 지대에서만 생겨나는 질문에, 두렵지만 가장 용기 있는 질문에 기어코 다다르게 된다.

그 모든 혼란을 직면하고 기꺼이 껴안는다면, 독자는 분명히 길을 잃을 것이지만, 화자처럼 깨어날 수 없는 악몽에 붙들릴 것이지만, 그것이야말로 어쩌면 유일하게 윤리적인 기억법인지도 모른다.

추천평

“놀라울 정도로 혁신적이며, 국가 폭력의 트라우마를 다루는 전 세계 문학에 큰 공헌을 하는 작품이다. 상상하기조차 힘든 고통스러운 경험에 독자들이 가까워질 수 있게 하며, 역사의 불길 속으로 뛰어들도록 돕는다.” - 뉴욕 타임스
“주문을 외우는 듯한 마력이 있다. 마법에 걸린 듯 걷다가 우연히 어두컴컴한 미지의 세계로 발을 들이도록 이끈다.” - 파리 리뷰
“작가의 상상력과 책임감으로 강제 실종된 사람들에게 빛을 비추고, 역사에서 누락된 것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초현실적인 분위기와 파편화된 구조로 그 시대의 악몽을 함께 꾸게 하며 숨겨진 역사를 정확히 드러낸다.” - 래디컬 아트 리뷰
“오토픽션과 논픽션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서사와 아카이브를 활용해 칠레의 민주주의와 파시즘 사이에 귀중한 방어벽을 세우는 작품.” - 더 네이션
“독자에게 말을 거는 페르난데스의 서술은 우리를 정치적 부조리의 지뢰밭으로 안내하며, 그 이중적 언사와 공허한 정치 쇼에 검은 빛을 비춘다.” - 하버드 리뷰 오브 북스
“기억과 공모에 대한 놀라운 탐구다. 실제 역사와 무대 뒤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상상된 시나리오가 한데 얽힌 이 강력하고 다층적인 소설을 독자들은 손에서 놓을 수 없을 것이다.” - 북리스트
“실종자들의 목소리에 사로잡힌, 그 자체로 기억의 박물관 같은 작품이다. 가장 뛰어난 증언 문학에서 볼 수 있는 절박함과 힘을 지닌 소설로, 여러 관점과 언어를 오가며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 낸다.” - 밤 매거진
“노나 페르난데스는 칠레의 잔혹한 군사 독재 시절의 삶을 미스터리하게 묘사하는 작가로 명성을 쌓아왔으며, 그의 소설은 진실과화해위원회가 기록한 경직되고 불완전한 역사를 넘어선다.” - 벌처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고전이 될 경탄할 만한 작품.” - 엘 파이스
“독자들을 어두운 역사의 문으로 초대해, 억압적인 정권에 의해 지워졌던 사람들과 이야기들이 마침내 빛을 발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전환되었다는 식의 단순한 역사 서술의 카타르시스적 욕망에 의문을 제기하며 ‘거대한 불의를 어떻게 정의롭게 기억할 것인가’라는 까다로운 질문을 파고든다.” - 시카고 리뷰 오브 북스
“페르난데스는 이 작품에서 시급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냈다. 예술을 창조하는 일은 언제나 불완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 하퍼스 매거진
“탁월한 지성과 집요한 진실성을 담은 문체가 빛난다. 저널리즘과 회고록이 혼재되어 있으며 광범위한 문화적 인용이 가득한 작품이다.” - 페르난다 멜초르 (《태풍의 계절》 저자)
“저널리즘, 문학, 사적 기억의 교차점에서 노나 페르난데스는 어둡고, 한편으로는 수치스러운 과거에 대한 모든 민중의 감정을 성공적으로 드러낸다.” - 2017년 소르 후아나 이네스 데 라 크루스상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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