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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꽃잎 같은 나날들
이우빈
영미디어 200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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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내가 꽃잎 같은 나날들
정영상 형에 관한 추억
속리산에 다녀온 적인 있다
저녁연기
남도 여인숙
세상의 어머니는 아무도 죽지 않는다
화끈 딸기를 위하여
꽃들에게 희망을
내 마음의 초가집
눈이 부신 사람들
참새는 날아가고
심봉사는 없다
다정이의 겨울나기
간다라 이발소
아버지를 위한 동화
동물로 살아가기
밤기차를 타다
우리들의 민간요법
승리자에게 모든 것을
라면사냥

2. 별처럼 흩어져 그리워하며
알머리 추억
밤바다에서 희망을 줍는다
냉이를 캐러 갔다
추장은 힘이 세다
스무 살, 그때를 추억함
대답 없는 편지
말, 말, 말
마더 존스

저자 소개 1

서울예대 졸업. 출판사와 잡지사에서 일했다. 지금은 글쓰기와 출판기획 분야의 일을 하며 삶, 그 끝없는 길을 게으르게 걸어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영화원작을 장편소설로 엮은 『커피 카피 코피』가 있으며, 시집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전쟁, 그대와 나』, 산문집『내가 꽃잎같은 나날들』『내 마음의 죽비소리』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32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7319384

책 속으로

시를 쓴다고 하지만, 정작 시를 잘 못쓰는 가난한 아버지가 있었다.
시 쓰는 시간보다 산책하고 생각하며 술 마시는 시간이 더 많았다.
콩밭 끝머리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거나 논과 논 사이의 도랑에 발을 담그고
꽁초를 맛있게 피우며 들판의 끝을 오래 바라보는 것이
생활의 전부이다시피 했다.
마음 끝, 양철지붕으로 지은 집의 대문 옆에 딸린 작은 방에서
아버지와 아이는 살았다.
주인 할머니도 혼자 사셔서 넓다면 넓다고 할 그 집은 조용하기만 했다.
할머니의 주인 행색은 조금 매웠다.
시끄러운 것은 질색이었고 어지럽히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했다.
그렇지만 반찬 인심은 후해서 라면만 끓여도 두 사람의 한 끼 식사는
그런 대로 성찬이었다.
이 집 저 집 옮겨다니면서 눈치를 키워온 아이는 오랜만에 정착한 이 편안하고
조용한 집에서 쫓겨나기가 싫었다. 아버지와 돌아가며 하는 설거지도
조용조용, 설거지가 끝나면 뒷마무리도 깨끗깨끗, 물도 아껴야 했기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아이는 아버지와 있는 게 행복했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가끔씩 엄마가 보내주는 얼마간의 돈이 수입의 전부였지만
두 사람은 가난을 모르고 살았다.
아버지가 걸거지를 하는 날이었다. 어린 아들은 아버지 옆에 쪼그리고 앉아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주인 할머니는 툇마루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툇마루와 부엌문 사이에는 샐비어 꽃을 심은 화분이 몇 개 있었다.
주인 할머니는 평소에 화분들을 잘 돌보지 않았다. 고추나 심을 걸, 하며
툴툴 거리기만 했다.
아버지 옆에 잠잠히 앉아 있던 아이가 바가지에 물을 떠 그 물을 질질
흘리며 그 화분에게로 다가갔다.
아버지는 기겁을 하며, 그러나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아이를 나무랐다.
야 임마, 장난하지 마!
아버지의 애처로운 염려를 뒤로 하고 아이는 태연하게 걸어가며
무심코 대답했다.
아냐 아빠, 꽃들도 목이 마를 거야!
아버지는 설거지하던 손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나왔다. 약간의 마른 눈물과 함께였다.
아버지는 생각했다.
이것이 나의 돈오돈수, 아이의 희망이 나의 정차탁마
대기만성, 시는 당분간 때려치우고 돈이나, 아니 돈이라도
벌어야겠다고 아버지는 생각했다.

--- p.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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