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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오감을 통해 공간을 경험한다. 우선 눈으로 공간을 인지하고(시각), 공간의 표면을 만져 질감을 느끼며(촉각), 공간 안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청각), 희미하게 느껴지는 공간 속 향기를 맡아본다(후각). 직접적인 경험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공간 안에서 먹고 마시는 것들 또한 공간의 경험을 배가시킨다(미각). 이러한 경험들은 혼자 하기도 하지만, 누군가와 교류하면서 함께 쌓아가기도 한다. 각자의 오감을 통해 느끼는 바를 서로 주고받으며 교차되는 경험은, 공간 안에 계속해서 켜켜이 쌓이게 된다.
---「6 공간은 경험을 만들고, 경험도 공간을 만든다.」중에서 동선이란 사람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무형의 선을 뜻한다. 디자이너는 공간의 프로그램들을 고민하면서 이를 연결하는 동선을 함께 고려한다. 이때 어떤 프로그램들을, 혹은 어떤 공간의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경험하도록 유도하는지에 따라 사람의 동선을 기획하게 된다. 쉽게 말해, 동선은 공간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흐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15 동선은 이야기의 흐름이다.」중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뛰어노는 강아지, 바람에 산들거리는 나뭇잎 등 공간 안의 동적인 요소들은 계획적인 것이 아닌, 우연의 장면들로 연출된다. 공간디자이너는 공간 안에 ‘의도된 건축적 프레임’을 만들고, 그 안에 시시각각 변하는 우연의 그림들을 담고자 한다. ---「36 의도를 통해 우연을 담는다.」중에서 디자이너에게 디자인 아카이빙은 매우 중요한 습관이다. 아카이빙은 어떤 정보를 기록하고 보관하는 것을 말하는데, 디자이너는 자신이 습득하고 생산해낸 많은 정보들을 가지고 언제든 2차 재생산을 할 수 있도록 잘 정리해 보관할 수 있어야 한다. 작업해온 작품들을 아카이빙 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본인이 쉽게 찾고 접근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정리 방법을 정한 뒤 분류하는 게 효과적이다. 프로젝트의 규모, 공간 유형, 혹은 연도별로 정리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89 새로운 디자인은 당신의 아카이빙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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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인 그림과 간결한 설명으로
한눈에 읽는 공간디자인의 101가지 포인트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구성 방식이다. 책을 펼칠 때마다 왼쪽 면에는 저자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가, 오른쪽 면에는 짤막한 설명이 나와 있어 곧장 핵심을 짚어준다. 이러한 방식은 알고 있는 내용은 되새기고, 몰랐던 내용은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사람들의 경험은 ‘공간의 전이’를 통해 연결된다는 알쏭달쏭한 이야기는 저자가 직접 그림과 함께 보면 단번에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다. 또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위이자 공간 설계 과정에도 빈번하게 등장하는 ‘인치’, ‘피트’ 등의 단위는 모두 사람의 신체에서 나온 것인데, 이런 내용은 글보다 그림으로 기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읽기 쉬운 책은 어렵게 쓴 책일 때가 많다. 무작위로 전달하는 듯 보이는 이 책에는 저자가 무수한 시간과 밤샘 작업을 통해 쌓은 내공이 스며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공간’에 대한 관심이 커진 요즘, 전공자가 아닌 독자들도 ‘공간디자인’이 무엇에 관한 것이며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다루는지,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우리를 무장해제하는 공간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내용은 한 펼침면 안에서 마무리되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무작위로, 혹은 순서대로 차례차례 읽어나가면 된다. 공간은 보이지 않는 것들로 완성된다! 초보 디자이너의 감각을 길러주는 핵심 지식 이 책이 내내 강조하는 공간디자이너의 자세는 ‘보이지 않는 것’을 고려하는 마음이다. 예를 들어 공간을 디자인할 때는 평면 작업으로 시작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미 입면을 동시에 떠올리고 있어야 한다. 공간은 결국 3차원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림자를 다루는 법도 마찬가지다. 디자이너는 완성된 공간에 들어설 빛과 그림자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빛뿐 아니라 그림자가 어디에 맺히는지, 그 질감은 어떤지 미리 계획해 ‘그림자놀이’를 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또 사람들의 움직임을 상상해 동선을 기획하고, 그들 간 ‘관계’를 고려하는 일도 보이지 않는 것을 디자인하는 일에 포함된다. 즉, 공간디자인은 그곳에 머무르는 사람의 경험을 총체적으로 치밀하게 기획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는 공간디자인의 세계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이 책은 설계를 위한 지식부터 실무에 필요한 팁까지 차근차근 짚어준다. 따라서 초보 디자이너들은 설계 과정과 장치, 스케치를 대하는 자세, 설계 도구를 선택하는 기준, 도면의 종류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큰 공간과 작은 공간을 디자인하는 법 등 다양한 주제의 핵심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특히 ‘공간 너머도 공간’이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창과 문의 프레임 속에 담기게 될 ‘움직임’ 또한 고려해야 하는데, 이 책은 이렇듯 ‘보이지 않는 것’들을 기획하고 현실화하는 감각을 길러준다. “디자인은 무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빈 공간 앞에 선 디자이너들에게 텅 빈 공간 앞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을 상상하는 일은 설렘 못지않게 막막함을 불러일으킨다. 그 막막함은 오히려 갓 디자이너가 된 이들보다는 창조(디자인)가 일상이 된 현직 디자이너에게 크게 다가가기도 한다. 이 책은 이런 막막함의 근원이자 우리의 흔한 오해, 즉 공간디자인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는 생각에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짚어준다. 저자에 따르면 공간디자인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 못지않게 유에서 또 다른 유를 만들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즉, 실제 현실에서는 입지 조건을 포함한 다양한 조건들을 고려해 기존의 건물에서도 살릴 부분은 살리면서 설계를 구체화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공간디자인에는 반드시 ‘중력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또 다른 조언과도 연결될 수 있다. 실현 가능한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뜻의 이 말은 디자이너가 아이디어 자체의 현실성뿐 아니라 클라이언트의 요구, 한정된 예산과 시간, 공사 현장의 변수 가능성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이 책은 그러한 ‘중력’을 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늘 ‘영감’으로 가득 차 있고 즉각적으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듯 보이는 디자이너들이, 실제로는 꾸준히 축적한 ‘아카이빙’을 바탕으로 주어진 프로젝트를 성실히 수행한다는 이야기 또한 ‘중력을 담은 디자인’이 말하려는 바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