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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계에서 진지하게 고려해 보고 정치적으로 행동화하지 않은 유일한 해결책은 페미니즘뿐이다. 게다가 페미니즘은 구조주의나 역사 비평, 신비평, 해체주의 등 어떤 것과도 결합할 수 있고, 과거로 되돌아가 근원적인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문학 연구 방법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영문과 교수들이 W. H. 오든처럼 “아직 되지 못한 것으로부터 새로운 것으로 돋아나길 기대하며” 기다리는 동안 페미니스트 비평은 다른 것과 한 부류로 묶여 취급받으며 싸잡아 무시당했다. 정신분석 비평 같은 한때의 ‘유행’으로 취급되거나 흑인 연구처럼 딱한 소수의 운동이거나 대중 문화 연구처럼 비학술적인 흥밋거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매도되었다. 페미니즘 연구는 여타 문학 연구처럼 이들 모두와 연관되지만 또한 이들과는 구분된다. 페미니즘 연구는 문학에 중심적인 주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지기 때문이다. 19세기에는 문학이 이런 중심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는데,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표현을 빌면 “예술이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었기 때문에, 그리고 인간 존재의 존엄성을 보증해 주는 인간성의 추구로서 의미를 가졌기 때문에” 그렇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 p.35-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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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너무 경험적인 쪽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을 받던 영미권의 페미니스트 비평가들은 이론의 수용과 이론을 통한 실천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 책에도 어느 정도 그러한 노력의 궤적이 반영되어 있다.
‘페미니스트 비평가들은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이 붙여진 1부에서는 제도적으로 문학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방식에 ‘젠더’, 즉 여성의 성차가 개입될 때, 문학의 정전과 역사의 지형도뿐만 아니라 독자가 경험하는 세계까지 바뀌는 총체적인 ‘변화’가 초래될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한다. 예컨대 한 국가나 문화적 정체성을 대표하는 작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급진적으로 혹은 수정주의적으로 대안적 해석과 평가를 제시하는 논자들을 발견할 수 있다. 2부에서는 여성 문화 속에서 페미니스트 비평이 어떻게 구성될 수 있으며, 또 어떤 혁명을 가능케 하는가를 탐색한다. ‘여성중심적’ 경험의 재현과 구성이 가능하다고 믿는 일레인 쇼월터의 글이나, 아프리칸 아메리칸 여성들의 특정한 역사적, 물리적 경험이 백인 중산층 여성 중심의 페미니스트 이론의 ‘패권’에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음을 밝히는 글 등이 실려 있다. 3부는 영미 페미니스트 이론에 결여되었던 이론적 천착을 시도하는 부분으로, 특히 여성을 구성하는 사회적, 심리적 조건들과 육체를 포함한 물질적 조건들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여성의 글쓰기를 천착하려는 프랑스 페미니즘의 수용을 보여준다. 3부의 글들은 또한 페미니스트 문학 비평이 직면한 고뇌를 노출하면서도 페미니즘은 분명 진행중인 기획이며, 다양한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답을 모색하는 중임을 시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