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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_ 시간의 맥박을 짚는 시선, 그가 안내하는 ‘스며든 장소’로의 여행 / 윤일현
서문 _ 발길이 머문 자리, 마음이 스민 시간 프롤로그 _ 제3의 장소 1 내가 스며든 박물관 _ 한국 뿌린 대로 거두리라 ― 예산, 한국토종씨앗박물관 한국인의 문화유전자 ― 아산, 온양민속박물관 따뜻한 쇠, 억장을 녹이는 쇳소리 ― 음성, 철鐵박물관·진천, 종鐘박물관 심장은 뛰었지만, 마음은 편안했다 ― 순천, 뿌리깊은나무박물관 추사의 일필휘지가 머문 자리들 ― 과천, 추사박물관·영천, 은해사·대구, 광거당 고운 마음을 깁는 한 땀 한 땀 인문학 ― 대구, 박물관 수繡 2 내가 스며든 박물관 _ 일본 나무교육(木育)에 진심을 다하다 ― 도쿄장난감박물관 오직 제자리에서 박물博物을 이루는 곳 ― 모지코, 간몬해협박물관 한없이 솔직하게 보여주는 이민의 역사 ― 요코하마, 해외이주자료관 스펙트럼 넓은 한자문화의 재발견 ― 교토, 한자박물관 한 시절의 꿈을 저미듯 기억하는 레트로 ― 오이타현, 분고타카다 쇼와노마치 들판 위에 내려앉은 거대한 렌즈, 그 느닷없음의 미학 ― 돗토리현, 우에다쇼지사진미술관 아이들의 반려사물인 장난감을 되살리다 ― 돗토리현, 장난감박물관 와라베칸 3 내가 스며든 박물관 _ 미국 모든 사람은 세상에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 ― 구술프로젝트 스토리코어 이야기를 통해 믿게 되는 신념 ― LA, 스커볼문화센터 노아의 방주 우리의 도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다 ― 시애틀, 역사산업박물관 인간의 평화를 키우는 아픈 역사의 트라우마 ― LA, 관용의 박물관 진심이 통하는, 세상에서 가장 큰 스케치북 ― 뉴욕, 브루클린아트도서관 아직도 세상 싸움판 한복판에 그가 있다 ― 살리나스, 국립스타인벡센터 오래된 것을 살아있는 것으로 바꾼 절박함 ― 클리블랜드미술관 아트렌즈 갤러리 엄숙함에 하이킥을 날리는 유쾌한 문화반란군 ― 뉴욕, 박물관투어 전문스타트업 뮤지엄 해크 4 내가 스며든 박물관 _ 캐나다 기억하고, 기억하고, 또 기억하는 법 ― 오타와, 캐나다전쟁박물관·뉴욕, 9/11 메모리얼&뮤지엄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다가서는 ‘이상한 나라’ ― 오타와, 캐나다어린이박물관 과거에서 미래를 듣다 ― 캘거리, 스튜디오 벨 트라팔가의 영혼이 되살린 숱한 기억들 ― 온타리오, 콜링우드박물관 설원을 달리던 교실에서 발견하는 참교육 ― 클린튼, 바퀴달린학교박물관 에스토니아 디아스포라의 위대한 학교 ― 토론토, 에스토니아박물관 베무 |
김정학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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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저 박물관이라는 공간이 뿜어내는 공기에 끌렸습니다. 그러다 덜컥 교육박물관장이라는 무거운 소임을 맡게 되었고, 그 책임을 다하고 무대에서 내려온 지금, 신기하게도 제 마음은 전보다 훨씬 더 깊이 박물관을 향해 기울어 있습니다. 스치듯 지나갈 줄 알았던 공간이 삶의 한가운데로 들어와 켜켜이 쌓여가는 것. 대체 이런 걸 무슨 인연이라 불러야 할까요.
제가 이토록 박물관에 마음을 빼앗긴 이유는, 조지 E. 하인의 박물관 철학에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박물관은 관람객이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내는 장소’라는 그의 생각을 늘 가슴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전시된 유물들은 수동적인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관람객 각자의 고유한 경험과 만나 비로소 살아 숨 쉬는 현재의 이야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박물관은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공간’이라고 바라보는 시선도, ‘박물관은 항상 교육적’이라는 통찰도 제게는 단단한 믿음이 되었습니다. 박물관은 화석화된 과거를 진열해 두고 감상하는 곳이 아닙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기꺼이 모여 서로를 이해하고, 나와 다른 문화와 역사, 타인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따뜻한 연대의 공간이어야 합니다. 제가 스며든 박물관의 이야기들이 이제는 이 책을 펼치는 여러분의 삶 속으로도 잔잔히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오래된 문을 열고 들어가 여러분만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그 경이로운 경험의 길목에서 이 책이 작은 길잡이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머리말」중에서 어떤 교과서에도 등장하지 않고, 무엇 하나 돈 될 것 같지 않은 유물들만 모여있는 이곳에서 저녁 무렵 수오당의 긴 그림자를 밟고 서서 ‘널리 알리지 않았어도 알고 찾아와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우리 땅 낯선 이들에게 가당찮은 생떼를 써본다. --- p.52 민화가 고단한 삶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해학의 2D예술이라면, 자수는 그 평면성 위에 명주실의 꼬임과 결을 더해 시각적 화려함과 촉각적 물성을 부여한 3D예술이다. 이 관장은 두 장르를 융합하여 잃어버린 전통의 원형을 회복하려 애쓰고 있다. --- p.64 미술관이 들어선 자리는 우에다가 생전 즐겨 찾던 촬영지였다. 만약 이 미술관이 도쿄의 롯폰기나 교토의 어느 거리에 세워졌다면, 그저 한 유명 작가의 기념관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이센의 들판 위에 서있게 되면서, 작가의 혼과 작품의 배경이 하나가 된 살아있는 현장이 되었다. 전시장 입구 벽면의 촬영지 지도가 그 증거다. 돗토리 사구, 다이센, 그리고 우에다의 집터까지 꼼꼼하게 매핑된 그 지도를 보면 지역사랑이라는 말의 무게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 p.104 전직 라디오 프로듀서인 데이브 아이세이는 2000년 8월, 뉴욕 밑바닥 인생들을 취재한 『플롭하우스』를 썼다. 그가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찾아가 그들이 소개된 페이지를 보여주자, 조용히 그걸 바라보며 서있던 한 사람이 갑자기 데이브의 손에서 책을 빼앗아 쥐고, 빈민굴 같은 좁고 긴 복도를 달리면서 외쳤다. “나는 살아있어! 존재하고 있다고!” 이때부터 스토리코어(Story Corps, 이야기집단)의 메시지이자 슬로건은 ‘나는 존재한다(I exist)’가 된다. --- p.118 남몰래 흐느끼는 늙은 관람객을 보았다. 나는 이 광경이 세계에 만연한 인종차별의 슬픈 미래인 듯한 착각에 빠졌다. 마지막 화면 속에 고정된 하얀 블라우스를 입은 자매의 웃는 모습이 한참이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드디어 출구가 열린다. 정확히 1시간이 지났다. 출구 옆에 또 하나의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희망이란 것은 기억할 때 살아있는 것이다.’ --- p.141 그는 관람객들에게 유물 앞에서 스쿼트를 시키고, 흉상의 표정을 따라 하며 셀카를 권한다. 금융업계 직원들이 오면, “예술성은 모르겠고, 여기서 제일 비싼 그림이 뭔지 보러 갑시다.”라며 데려간 1300년대 이탈리아 화가 두치오(Duccio di Buoninsegna)의 그림 앞에서 “이게 4,500만 달러짜리입니다. 아기 예수 복근을 좀 보세요. 외계인 같지 않습니까?”라고 묻는다. 닉 그레이는 이런 행위들을 진입 장벽을 낮추는 행위라고 불렀고, 사람들은 그제야 유리관 너머의 유물을 숭배의 대상이 아닌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 p.171 11월 11일은 캐나다 현충일인 리멤버런스 데이. 1차 세계대전 종전일인 1918년 11월 11일을 기리는 날이다. 공식적으로 전쟁이 끝난 시간은 오전 11시. 이 시간이 되면 메모리얼 홀의 높은 창문을 통해 흘러들어 온 햇빛은 홀로 놓인 무명용사의 묘비를 따스하게 비춘다. 이 묘비의 주인공은 프랑스와 벨기에의 들판에 남겨졌던 한 명의 캐나다 병사. 태양계의 궤도가 교란되지 않는 한, 11월 11일 11시의 그 햇빛은 영원히 그곳을 비출 거라는 이 사람들의 믿음이 놀랍다. --- p.1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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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미국·캐나다,
마음을 붙잡은 박물관을 찾아서 박물관을 기억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유명한 유물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웅장한 건축과 전시를 기억한다. 그러나 전 대구교육박물관장을 지낸 저자가 박물관을 고르는 기준은 조금 다르다. 규모도, 화려한 외관도, 세상의 유명세도 아니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곳에서 느낀 공감의 크기다. 『내가 스며든 박물관』은 저자가 한국과 일본, 미국, 캐나다의 여러 박물관을 찾아다니며 만난 사람과 공간, 역사와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충북 예산 한국토종씨앗박물관에서 토종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의 마음을 만나고, 일본 도쿄장난감박물관에서는 나무와 장난감으로 지역을 되살리는 지혜를 발견한다. 미국과 캐나다의 메모리얼 홀에서는 역사 속 인간의 아픔과 기쁨, 인간의 존재 자체를 성찰한다. 박물관을 보는 사람에서 스며든 사람이 되기까지 저자는 박물관을 단순히 과거의 유물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곳으로 보지 않는다. 관람객이 자신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고, 나와 다른 문화와 역사, 타인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민주적 학습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물은 진열장 안에 놓인 순간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한 사람의 기억과 경험, 질문을 만날 때 비로소 현재의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저자의 시선은 ‘제3의 장소’로 확장된다. 가정이라는 제1의 장소와 학교·일터라는 제2의 장소를 넘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관계를 맺으며 서로를 이해하는 공간. 저자는 박물관이 바로 그러한 ‘제3의 장소’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저자에게 좋은 박물관의 기준은 관람객 수라는 숫자가 아니다. 그곳을 찾은 사람이 무엇을 경험했는지, 어떤 질문을 품었는지, 어떤 감동을 안고 문밖으로 나섰는지가 더 중요하다. 눈으로 보는 곳에서 손으로 체험하는 곳으로, 머리로 이해하는 곳을 넘어 마음으로 느끼는 공간으로 나아가는 박물관이다.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인문 여행기 이 책에 담긴 여러 공간은 박물관이 어떻게 교육의 공간이 되고, 기억의 공간이 되며, 때로는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장소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박물관 현장을 바라보고 직접 교육박물관을 이끌었던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시선이 책에 담겨 있다. 그래서 교육평론가 윤일현 시인은 “그는 박물관이야말로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단절 없이 대화를 나누는 호혜적 공간임을 명확히 증명해 보인다.”고 했다. 저자는 박물관을 평가하기 위해 찾아가지 않는다. 오래된 것에서 오늘을 발견하고, 낯선 문화에서 나를 돌아보며, 한 공간이 품고 있는 이야기에 자신의 경험을 포개어본다. 그렇게 박물관을 걷는 동안 어느 순간 관람객이 공간 속으로 스며들고, 박물관 또한 한 사람의 삶 속으로 스며든다. 씨앗 하나에서 공동체의 미래를 생각하고, 오래된 장난감에서 어린 시절을 만나며, 이민자의 기록에서 정체성을 묻고, 전쟁의 흔적 앞에서 평화를 생각한다. 유명한 소장품을 얼마나 많이 보았느냐보다 그곳에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하게 되었는가를 소중히 여기는 여행이다. 그래서 이 책은 박물관 안내서이자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인문 여행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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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박물관 현장에서 ‘무릎을 친’ 경험을 토대로, 박물관을 즐기면서 배우는 ‘제3의 삶의 현장’으로 바꾸어 놓으려는 그의 믿음은 뜨겁고도 단단하다. 잊히고 사라져 가는 것들에 숨을 불어넣는 그의 놀라운 시선과 변함없는 열정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저자가 안내하는 아늑한 ‘스며든 장소’에 발을 디디는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따스한 온기가 잔잔하게 스며들기를 소망한다. - 윤일현 (교육평론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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