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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삶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아이 · 학교를 떠나 땅에 서다 · 스무 살, 사랑과 책임을 배우다 2부 사랑은 삶을 흔들었다 한 여자의 남편,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다 · 평범한 삶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 3부 나는 자꾸 다른 삶을 향해 갔다 낯선 도시에서 다시 인생을 걸다 · 비행기가 뜨던 날, 지난 인생과 헤어졌다 4부 끝내 남은 것은 사람이었다 아홉 해의 노동이 남긴 것 · 끝내 내 곁에 남은 것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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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도화살이 강한 사주라 평생 일곱 명의 여자와 인연을 맺게 될 것입니다. 그때는 세상 물정도 모르던 어린 나이였다. 그 말을 듣고 마음은 한껏 들떴고, 은근히 우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어느덧 예순을 훌쩍 넘긴 지금, 지난 삶을 돌아보면 차마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들뿐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어머니는 열두 명의 자녀를 낳으셨지만, 그중 일곱은 끝내 자라지 못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이들은 모두 아버지 손으로 산에 묻혔다. 하지만 어머니만은 끝내 나를 포기하지 않으셨다. 나를 품에 안고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살릴 방법을 구하셨다. ---「1부 ·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아이」 중에서 소년 시절의 첫사랑은 대개 그런 것이 아닐까.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마음속에서 조용히 싹을 틔우고, 아무도 모르게 간직된 채 긴 세월 속을 흘러간다. 그리고 평생 잊히지 않는 하나의 기억이 되어 삶의 가장 깊은 곳에 남는다. ---「1부 · 스무 살, 사랑과 책임을 배우다」 중에서 난…… 당신을 보낼 수가 없어요. 나도 그래. 평생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것 같아요. 나도…… 그럴 거야. 짧디짧은 몇 마디 말. 하지만 그 한마디 한마디는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서로의 가슴을 조금씩, 아주 깊숙이 파고들었다. ---「3부 · 비행기가 뜨던 날, 지난 인생과 헤어졌다」 중에서 같은 고향에서 온 사람과의 관계마저 흔들릴 때, 비로소 자신이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이방인이라는 감각이 선명해졌다. 한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그만큼 많은 일을 겪었다. 어느 나라에나 선한 사람이 있고 모진 사람이 있다. 사람을 국적으로 나누어 판단하는 일은 별 의미가 없었다. ---「4부 · 아홉 해의 노동이 남긴 것」 중에서 그 빛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매주 일요일 아침을 기다리는 내 마음속에 있었고, 환하게 웃으며 내게 달려오는 아이의 발걸음 속에 있었으며, 정답게 나를 부르는 “외할아버지”라는 한마디 속에 있었다. ---「에필로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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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세월이 모든 것을 삼켜 버리기 전에, 나만의 기억 한 조각을 남겨 두고 싶을 뿐이다”
도화살 예언에서 시작해 도화살 예언으로 돌아오는, 한 사내의 정직한 인생 기록 『황당한 인생』은 어린 시절 점쟁이가 던진 말 한마디에서 시작한다. “당신은 도화살이 강한 사주라 평생 일곱 명의 여자와 인연을 맺게 될 것입니다.” 철없던 소년은 그 말에 마음이 들떴지만, 예순을 훌쩍 넘긴 지금 지난 삶을 돌아보면 “차마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들뿐”이다. 화자는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도,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기 위해서도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세월이 모든 것을 완전히 삼켜 버리기 전에” 자신이 이 세상에 한때 존재했다는 흔적 하나만이라도 남겨 두고 싶었을 뿐이다. 그렇게 붙인 제목이 곧 책의 제목, 『황당한 인생』이다. 죽음의 문턱, 그리고 병약한 유년 책은 두 살 무렵 고열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순간에서 출발한다. 의사도, 아버지도 이미 죽음을 준비했지만 어머니만은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마을 노인의 뜸과 웅담, 무당의 부적과 불에 달군 식칼까지… 어머니가 동원한 모든 방법 끝에 아이는 간신히 살아났지만, 그 뒤로도 병을 달고 사는 유년을 보내야 했다. 학교보다 소설책과 들판을 더 가까이했던 이 병약한 소년은, 투르게네프의 《귀족의 보금자리》를 읽으며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된다. 결혼, 그리고 금이 가기 시작한 평범한 삶 이십 대에 가정을 이룬 화자는 낡은 집의 벽을 손수 하얗게 칠하며 소박한 행복을 꿈꾼다. 그러나 가난과 장마, 그리고 아내와 공장장 사이를 둘러싼 근거 없는 의심이 평범했던 삶에 조금씩 금을 낸다. 서랍 속 은목걸이 하나, 정력제 병 하나에까지 의미를 부여하며 스스로를 갉아먹던 그 시절은,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이 실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비행기가 뜨던 날, 지난 인생과 헤어지다 낯선 해안 도시에서 체험센터 강사로 새 삶을 시작한 화자는 마침내 한국행 비자를 받는다. 그러나 그토록 바라던 승인은 곧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뜻했다. “난…… 당신을 보낼 수가 없어요.” 마지막 포옹과 침묵의 배웅 끝에 오른 비행기 안에서 화자는 “이번 비행은 단지 국경을 넘는 여행이 아니었다”고,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인생과도 영원히 이별하고 있는 것”이었다고 되뇐다. 말도 통하지 않는 공장에서, 아홉 해 한국에 도착한 화자를 기다린 것은 낯선 언어와 낯선 기계였다. 조립 순서를 스스로 궁리해 작업 효율을 높이고, 같은 고향 사람과의 관계마저 이해관계 앞에서 흔들리는 것을 지켜보며 그는 “같은 고향에서 온 사람과의 관계마저 흔들릴 때, 비로소 자신이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이방인이라는 감각이 선명해졌다”고 썼다. 어느 나라에나 선한 사람과 모진 사람이 있다는 것, 사람을 국적으로 나누어 판단하는 일은 의미가 없다는 것. 아홉 해의 노동이 그에게 남긴 것은 바로 이 담담한 깨달음이다. 끝내 남은 것은 사람이었다 책의 마지막에서 화자는 정신을 잃고 세상을 떠난 누나와, 오랫동안 원망해 온 외조카들과의 오래된 상처를 다시 마주한다. 그러나 그 모든 회한 끝에 그의 곁에 남은 것은 매주 일요일 아침을 기다리게 하는 손주의 발걸음, 그리고 “외할아버지”라는 한마디였다. 도화살 예언으로 시작한 그의 인생은, 그렇게 예언과는 다른 자리에서 조용히 마침표를 찍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