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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사
1. 살아남은 문화재와 마주하며 · 이 백자 한 점이 국보로 전하기까지 - 신주혜 _국보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 · 본래 자리에서 만나는 기쁨 - 박진희 _보물 〈예천 보문사 삼장보살도〉 · 전란 속에서 지켜낸 초상화 - 박윤희 _보물 〈서경우·서문중 초상〉 2. 옛사람들의 마음과 삶을 떠올리며 · 부처님 속에 담은 극락왕생의 염원 - 김보민 _보물 〈광주 자운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수구다라니〉 · 위엄 속에서 자비를 느끼다 - 김희진 _보물 〈순천 송광사 소조사천왕상〉 · 평등한 사회, 분재기로 실현하다 - 이아름 _보물 『부안김씨 종중 고문서 일괄』 3. 왜 국가가 관리하는 문화재일까 · 한 선비의 구구절절한 일상 이야기 - 신관호 _보물 『미암일기』 및 〈미암집목판〉 · 놀라운 효행을 선명히 알리다 - 박지영 _보물 『삼강행실효자도』 · 우리나라 불교석경 문화의 정수 - 이종숙 _보물 〈구례 화엄사 화엄석경〉 · 보물이 미래의 영감이 되도록 - 송혜민 _보물 〈청자 상감국화모란유로죽문 매병 및 죽찰〉 4. 구석구석 다시 보는 국보·보물 · 동쪽 궐에 깃든 효명세자의 봄날 - 손명희 _국보 《동궐도》 · 지상에 내려온 미륵불 이야기 - 김명주 _국보 〈장곡사 미륵불 괘불탱〉 · 밑바닥 없는 이 항아리 - 박형빈 _국보 〈분청사기 상감운룡문 항아리〉 참고 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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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 선생의 종택을 지키던 사람들은 피란길에 오를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가장 먼저 챙긴 것이 조상의 초상화였다. 그들은 짐을 줄이고 신속하게 이동해야 했지만 4척(1.2m)이 넘는 커다란 영정함 두 개를 수레에 실은 채 낮에는 산에 숨고 밤에 길을 떠나는 식으로 목숨을 건 피난길을 택했다. 피난길의 여정은 매우 고달팠지만 그 때문에 초상화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었다. 만약 제때 피난하지 못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본래 대대손손 내려오던 종택 건물은 규모가 비교적 큰 편이었기 때문에 인민군 사령부로 사용되다가 미군의 폭격을 맞아 전소되었으며, 수백 년간 그곳을 지키던 노송들도 모두 소실되었다고 한다. 만약 초상화를 두고 피란을 떠났다면 종가의 고택과 소나무들이 불에 타 사라졌듯이 조상의 초상화 두 점도 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쟁 통에 이들이 겪은 고생 덕분에 초상화가 온전한 상태로 남을 수 있었고, 오늘날 보물로 지정될 수 있었다.
--- p.50 「전란 속에서 지켜낸 초상화 | 보물 〈서경우·서문중 초상〉 _박윤희」중에서 그렇다면 자운사 〈수구다라니〉를 불상에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불상 안의 다라니는 불상 안의 물건들을 보호하는 충전재 역할로 주로 언급되었다. 그런데 자운사 〈수구다라니〉는 단순히 충전재로 치부할 수 없다. 〈자운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에 수십 장씩 넣어진 다른 종류의 다라니에 비해 〈수구다라니〉는 오직 한 장만 나왔고, 유일하게 연대와 제작 장소가 적혀있다. 게다가 〈수구다라니〉에는 “法界忘者往淨土之願(법계망자왕정토지원)”이라는, 죽은 자가 깨끗한 땅에 머물기를 바라는 제작 목적이 분명히 드러나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1184년, 산 자는 극락왕생에 효험이 있는 수구다라니를 만들어 떠난 이의 명복을 비는 염원을 그 속에 담고, 그 염원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살아생전 빌고 의지했던 부처님 안에 넣은 것은 아닐까? 그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개인의 간절한 염원을 자운사 〈수구다라니〉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 p.67~68 「부처님 속에 담은 극락왕생의 염원 | 보물 〈광주 자운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수구다라니〉 _김보민」중에서 유형문화재 중에서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가 큰 문화유산이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면, 이후 5년 주기로 이들의 보존 및 관리 현황에 대한 정기조사를 실시한다. 매년 3백여 건의 국보·보물 정기조사는 전국 곳곳을 다녀야 할 뿐 아니라 운전과 숙박까지 해야 해서 몸이 피곤해지는 현장 업무이다. 그러나 우리의 수고로움으로 해당 문화유산의 훼손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 또 귀한 국보와 보물을 가까이 볼 수 있어 마음도 즐겁다. 그런데, 때론 마음이 무거워지는 문화유산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구례 화엄사 화엄석경〉이다. 대부분의 국보와 보물은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화엄석경은 지난 역사 속에서 훼손되어 9천여 개의 파편이 되었다. --- p.133 「우리나라 불교석경 문화의 정수 | 보물 〈구례 화엄사 화엄석경〉 _이종숙」중에서 몇백 년 전의 유물이라고 해서 우리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건 아니다. 예를 들자면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고려청자 중 상감 문양이 있는 것은 고려 말기의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몽골의 침입 후 고려가 쇠퇴하면서 더 이상 청자의 비색(翡色)을 낼 수 없게 되자, 화려한 상감 문양을 통해 가리려고 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논리적인 이야기처럼 들린다. 고려 말기의 청자가 지금 보기에 색이 탁해진 것도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연구가 진전되고 새로운 유물과 유적이 발견되면서 고려청자의 상감 문양 기법이 비색 청자와 시대가 겹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리고 이런 사실이 우리가 가치 있고 중요하다고 판명되어 이미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이라 할지라도 끊임없이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이다. --- p.207 「밑바닥 없는 이 항아리 | 국보 〈분청사기 상감운룡문 항아리〉 _박형빈」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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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보물로 지정된 미술·기록 문화유산은 후세까지 안전하게 전해지도록 그 보존 상태와 보관 환경을 정기적으로 조사받는다. 조사자들은 전국에 산재한 국보와 보물의 소장자를 직접 찾아가 그 문화유산의 보관 상황 등을 점검·기록한다. 『유물과 마주하다』는 국립문화재연구원 미술문화재연구실 연구자들이 문화유산을 조사하면서 만난 13건의 국보·보물과 사람들을 이야기한 책이다. 국립문화재연구원에서 발간해 2023년 2월 문화재 소장처 및 전국 국·공·사립 도서관과 박물관 등에 한정적으로 배포되었지만, 꾸준한 관심에 힘입어 판매용 도서로 발간했다.
6.25 전쟁 당시 목숨을 건 피난길에도 조상의 초상화와 커다란 영정함을 챙겨간 덕에 온전한 상태로 보물로 지정된 초상화 등 유물 자체의 흥미로운 사연뿐만 아니라 불교미술 전공자가 사찰 문화유산의 정기조사를 맡으면서 느끼는 ‘덕업일치’의 기쁨, 현대 예술가들이 침몰선에서 발굴한 국보 도자기에서 영감을 받아 전시를 꾸린 이야기 등 연구자들의 재미있는 현장 이야기가 많이 담겼다. 또한 유물의 세부 모습과 조사 장면을 담은 사진을 통해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고, 해당 유물에 관한 참고 자료도 수록해 관련 연구 성과를 편리하게 찾아볼 수 있게 꾸몄다. 국보·보물이 당대 사람에게 어떤 의미였고 현재는 어디에서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는지 지은이들의 시선을 따라 살피다 보면, 그저 나라에서 보호하는 문화재가 아닌 ‘우리와 함께해 온 동반자’로서의 문화유산이 보인다. 무심코 지나쳤거나 몰랐던 유물이라도 그것이 오늘날 전해지기까지 어떤 시간을 견뎠고, 무엇이 달라 국보·보물로 지정되었는지를 알면 그 소중함이 더욱 와닿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