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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말
1장. 경복궁의 탄생과 정도전 정도전, 〈경복궁〉 정도전, 〈근정전·근정문〉 정도전, 〈사정전〉 정도전, 〈강녕전〉 2장. 경복궁에서의 백구십칠년 하륜, 〈경회루기〉 서거정, 〈경회루에서 연회를 베풀어주신 은혜에 감사하는 시〉 황홍헌, 〈경회루〉 이이, 〈경회루에서 황천사의 시에 차운하다〉 세조, 〈발영시(拔英試)의 문·무과에 급제한 자들이 임금의 은혜에 감사를 표하였는데, 주상이 사정전에 나아가서 인견하고 자리에 앉게 하였으며 이어서 술자리를 베풀어 갑과(甲科) 일등 김수온에게 술을 올리게 하고, 임금이 짧은 시를 지어 내리다〉 이행, 〈경복궁 동궁에서 숙직하다가 우연히 쓰다〉 이황, 〈사정전상량문〉 이황, 〈동궁자선당상량문〉 3장. 폐허로 누워 있었던 오랜 시간 정희맹, 〈경회루상춘(慶會樓傷春) 시에 차운하다〉 숙종, 〈근정전 옛터에서 느낌이 있어〉 김창집, 〈요즘 경복궁에 꽃구경하는 이들이 많다고 들었다〉 이윤영, 〈경복궁〉 정조, 〈경회루 연못〉 4장. 경복궁, 다시 태어나다 원세철, 〈경복궁영건기〉 고종, 〈반교문〉 닫는 말 발문(강남욱) 참고문헌 감사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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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여 년 전부터 150여 년 전까지 경복궁에는 사람이 살았고, 일을 했고, 놀기도 했다. 왕이건 신하건 모두 사람이며, 그들은 살아가는 와중에 글을 남겼다. 저자 박 순은 조선의 문장가들이 남긴 아름다운 옛글을 소개하며, 전시품이었던 경복궁에 다시 영혼을 입히고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건국 초기 백성들의 평안과 행복을 염원하며 ‘경복궁’이라는 이름을 지었던 정도전, 뛰어난 신하에게 술을 내리며 칭찬하는 시를 쓴 세조, 외국 사신을 맞이하며 화답하는 시를 남기며 외교의 품격을 보여준 율곡 이이, 임진왜란으로 잿더미가 되어 버린 경복궁을 보고 서러워했던 의병장 정희맹,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경복궁에 술 들고 놀러 오는 유람객들의 모습을 묘사한 김창집, 선조들의 업적을 기억하며 미래로 나아가려 했던 정조, 경복궁을 재건하고 새 나라를 선포한 고종에 이르기까지, 경복궁과 관련한 다양한 인물들과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글에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 옛 선인들이 남긴 글을 통해 지나간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이 염원하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탄식했던 그 모든 감정들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지금도 그러하듯이 옛날 경복궁에도 해가 뜨고 달이 지고 비가 오고 바람도 불었을 것이다. 그러한 시간들 속에서 아픔도 많았지만, 오랜 시간 폐허로 누워 있기도 했지만, 그때 그 사람들이 쓴 기쁜 글 슬픈 글 모두 따뜻한 흔적일 수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이들이 경복궁을 바라보며 썼던 기쁜 글과 슬픈 글들을 감상한다면, 역사라는 것이 단순히 지나간 이야기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삶의 역동적 과정이었음을 깊이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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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순은 옛사람이 경복궁이라는 공간을 두고 남긴 글을 발굴하고 짚어가면서 시간을 가로질러 존재한 경복궁이라는 곳에 사람이 깃들어 있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이는 우리가 동물원에서 보는 호랑이가 원래는 자연 생태 속에서 살아 있는 생명체였으며, 눈 덮인 숲을 걷고 산길을 오르고 사냥에 나서고 가족을 양육하는 존재라는 것을 상상해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 상상력을 길어 올리는 안내의 말이, 예전의 격정과 예리함을 가라앉히고 다듬어 어느새 아주 느긋하고 차분한 글로 이어진다. 이 글을 처음 접할 독자들에게는 경복궁을 새롭게 이해하게 하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고, 나에게는 벗이자 동료 연구자인 박 순의 글이 이렇게 변화해 왔음을 오래 지켜본 즐거움이 아울러 있다.
- 강남욱 (경인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