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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4
나가는 글 286 부록 288 1부 길을 열다 하얀 바위에 새긴 무욕의 흔적 _ 백석정15 천년의 세월을 건너온 눈 맞춤 _ 정하동 마애비로자나불좌상21 충신들을 품은 구백 년의 고목 _ 압각수27 돌로 쌓은 성벽 마음으로 세운 요새 _ 상당산성33 단 한 번도 굽히지 않은 기개 _ 단재 신채호39 반역의 땅에 피어난 충절의 향기 _ 표충사47 거친 세월이 빚어낸 무던한 마음 _ 순치명 석조여래 입상53 2부 결을 걷다 바람에 맞서지 않는 지혜 _ 우암산62 초가 주막에 깃든 간절한 이들의 기도 _ 신대교회67 달빛 머문 뜨락에서 나를 묻다 _ 월리사73 탯줄에 묻은 군주의 고독 _ 영조 태실79 사진 없는 이름 대륙을 깨우다 _ 검은 정순만85 호수 위에 띄운 선비의 가르침 _ 문의향교91 명심산 자락에 묻힌 백제의 잔영 _ 신봉동 고분군97 3부 머물러 보다 철통 서른 단에 새긴 간절한 발원 _ 용두사지 철당간105 낮게 엎드린 굴뚝 이웃을 보듬다 _ 과필헌 고가111 홍익인간, 그 오래된 약속의 메아리 _ 은적산 단군성전117 벼랑 끝에서 만난 자유의 소리 _ 현암사123 두 선비가 정자에 남겨둔 풍류 _ 지선정과 월송정129 찢어진 항서를 다시 붙인 외로운 정승 _ 지천 최명길135 시공을 버텨낸 검은 돌꽃의 위로 _ 계산리 오층석탑141 4부 마음을 씻다 자연 그대로를 품은 소박한 절 _ 안심사149 무심히 흐르는 것이 어디 물뿐이랴 _ 무심천155 느림의 미학이 머무는 고개 _ 상봉재 옛길161 웅대한 뜻을 품고 소박한 그늘에 머물다 _ 신항서원167 붓과 목탁 대신 칼을 든 결단 _ 청주성 전투의 세 영웅173 침묵으로 그려낸 바보산수의 울림 _ 운보 김기창 179 서라벌의 달빛을 품었던 또 하나의 서울 _ 청주 서원경187 5부 뿌리를 찾다 불멸의 가르침 금속에 새기다 _ 직지195 시린 어깨 안아주는 넉넉한 품 _ 부모산201 빛바랜 비석에 흐르는 따뜻한 숨결 _ 남계 경연207 미륵의 미소, 녹슬지 않는 삶의 나침반 _ 용화사213 굽은 나무가 지켜낸 오백 년의 그늘 _ 연제리 모과나무219 공민왕이 머문 자리 칠백 년의 기다림 _ 망선루225 번개처럼 기습하고 들녘처럼 인고하다 _ 청암 한봉수231 6부 다시 길을 묻다 훈민정음의 새벽을 깨운 물 _ 초정약수241 소박함이 익어가는 도량 _ 보살사 249 낮은 성벽에 머문 마한의 옛 자취 _ 정북동 토성255 시대를 쪼아 혼을 빚은 예술가 _ 정관 김복진261 빌딩 숲 사이에 멈춰 선 시간 _ 탑동 오층석탑269 흔들리는 잎새인가 뿌리 깊은 나무인가 _ 보한재 신숙주275 빛바랜 풍경이 새겨 놓은 마지막 기억 _ 기록의 미학2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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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이슥해지면, 상당산성은 또 다른 운치를 품는다. 달빛 아래 드러나는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의 능선과 도심의 야경을 보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누가 내게 상당산성의 으뜸가는 풍경을 물어온다면 동장대에 부는 바람과 산성 너머로 지는 노을 그리고 당신과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이라고 답을 하겠다. 천년의 바람이 불어와 노을에 젖은 성벽을 어루만진다. 그 달빛 머금은 바람을 안주 삼아 들이켜는 막걸리 한 잔에, 가슴을 짓누르던 옛 세월의 시름은 어느덧 가벼운 취기가 되어 바람 속으로 흩어진다.. ---p.37 「돌로 쌓은 성벽 마음으로 세운 요새 _ 상당산성」 중에서 936년 2월 21일, 단재는 모진 옥고 끝에 뇌일혈과 동상, 영양실조로 세상을 떠났다. 서슬 퍼런 지조로 당당히 버티며,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단 한 번도 절개를 굽히지 않았던 민족의 큰 별은 그렇게 지고 말았다. 타협을 거절하고 돌아누운 차가운 감옥 바닥, 그곳에서 홀로 마주했을 그의 마지막 숨결을 떠올려 본다. 식어가는 몸으로 오직 조국의 독립만을 염원하며 견뎌냈을 고독한 시간들. 지조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生)마저 아낌없이 바친 투사의 마지막 모습은 시공을 넘어 오늘날 우리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p.42 「단 한 번도 굽히지 않은 기개 _ 단재 신채호」 중에서 옛날 사람들이 걸었던 이정골 마을 길을 걷노라면, 마치 오래된 과거 속을 거니는 듯하다. 깊은 산과 너른 들판, 마을 곳곳에 숨어 있는 정겨운 풍경들. 그 속에서 이정골 사람들의 삶도 영글어 왔다. 돌아보면 삼백여 년 전, 청나라 연호 ‘순치’를 몸에 새겨야 했던 시절은 강대국에 주권을 빼앗긴 채 숨죽여 살아야 했던 민초들에게 한없이 시린 겨울이었을 것이다. 그 척박한 벌판에 서서 민초들의 슬픔을 말없이 품어 안았던 순치명 석불의 단단한 미소는 오늘도 이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어떤 바람에도 꺾이지 말라며, 다 잘될 거라며 가슴 깊이 묵직한 위로를 건넨다. ---p.56 「거친 세월이 빚어낸 무던한 마음 _ 순치명 석조여래 입상」 중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산속의 풀꽃들을 모로 눕힌다. 풀꽃들은 알고 있다, 바람이 불 때는 옆으로 비스듬히 서 있어야 한다는 것을. 불어오는 바람에 맞서기보다는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려야 넘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능선을 따라 구불구불 오르고 내리는 산길은 굽이마다 낯선 인생의 길이다. 봄비 내리는 연둣빛 산길도 걸어보고, 칼바람 추운 겨울 산길도 걸어봤다. 삶의 늪에서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우리네 욕망도 이 산이 견뎌온 천 년의 풍파에 비하면 결국은 지나가는 바람이라는 것을 세월의 고비마다 잊고 살았다. ---p.64 「바람에 맞서지 않는 지혜 _ 우암산」 중에서 복음이란 무엇인가. 축복의 말씀이 아니던가. 어두워진 마음에 평안을 얻고 싶다면 갯버들 물오른 까치내 물길 따라 신대교회 고즈넉한 품속을 걸어보자. 굳이 뭔가를 얻으려 애쓰지 않아도 좋다.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붉은 벽돌의 오래된 예배당이 아니라 그곳에 깃들어 있는 누군가의 간절했던 첫 마음이기 때문이다. 햇살이 무량하게 쏟아진다. 흙살 부드러운 교회 앞마당에 제비꽃이 살며시 고개를 든다. ---p.70 「초가 주막에 깃든 간절한 이들의 기도 _ 신대교회」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