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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탐정
다시 쓴 추리소설의 인종 지형학
계정민 저
푸른사상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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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과 비평 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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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 책머리에 | 왜 흑인 탐정인가

1부 추리소설의 인종주의

1장 고전 추리소설이 인종을 그리는 법
1. 영국 추리소설의 인종주의
2. 미국 추리소설의 인종주의

2장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백인 구하기
1. 떠난 자와 남은 자
2. 이토록 다른 탐정
3. KKK단과 『블랙 마스크』
4. 흑인 살해가 경범죄라니

2부 흑인 탐정의 탄생

3장 흑인 탐정 추리소설

4장 흑인 여성 탐정 추리소설
1. 흑인 여성 스테레오타입을 연기하기
2. ‘흑인’ 여성 연대가 필요하다
3. 흑인/여성/동성애자 탐정의 탄생

5장 흑인 하드보일드 추리소설

3부 흑인 누아르 혹은 인종 아포칼립스

6장 하임즈와 할렘 시리즈
1. 무장강도, 작가가 되다
2.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을 흑인의 장르로
3. 할렘에는 흑인이 산다
4. 링컨이 폭동을 일으켰다
5. 팜므 파탈과 게이를 처벌하라

7장 하임즈의 흑인 부조리 소설
1. 흑인 운동 지도자들을 보라
2. 역설과 폭력 혹은 농담
3. 폭력 혁명 혹은 파멸에 관하여

4부 가부장 흑인 탐정 추리소설

8장 모즐리와 이지 롤린스 시리즈
1. 새로운 물결에 올라타다
2.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을 다시 쓰자
3. 『안녕, 내 사랑』 다시 쓰기: 『푸른 옷을 입은 악마』
4. 블랙 로스앤젤레스

9장 이지 롤린스의 흑인/탐정으로 살아가기
1. 흑인으로 산다는 것
2. 흑인 탐정으로 살아가는 법
3. 가부장 탐정의 탄생
4. 흑인 자매와 형제를 위해
5. 백인 흉내는 그만둬

· 맺음말
· 참고문헌
· 찾아보기

저자 소개 1

계명대학교 인문국제학대학 영어영문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영문과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치고 플로리다주립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계명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친다. 범죄, 남성성, 소비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불온하거나 저속하다는 이유로 배제된 소설 장르를 재평가하고 비평적 관심의 바깥에 머물던 문학 지형을 탐사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범죄소설의 계보학』, 『남성섹슈얼리티의 위계』, 『감히 넘볼 수 없게 하라?패션의 권력학』 등이 있다. 『범죄소설의 계보학』이 [2018년 문학나눔 평론부문 도서]로, 『남성섹슈얼리티의 위계』가 [2020년 한국
계명대학교 인문국제학대학 영어영문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영문과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치고 플로리다주립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계명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친다. 범죄, 남성성, 소비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불온하거나 저속하다는 이유로 배제된 소설 장르를 재평가하고 비평적 관심의 바깥에 머물던 문학 지형을 탐사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범죄소설의 계보학』, 『남성섹슈얼리티의 위계』, 『감히 넘볼 수 없게 하라?패션의 권력학』 등이 있다. 『범죄소설의 계보학』이 [2018년 문학나눔 평론부문 도서]로, 『남성섹슈얼리티의 위계』가 [2020년 한국도서 해외전파사업]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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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152*215*30mm
ISBN13
9791130824239

책 속으로

영국 최초의 추리소설인 콜린스의 『문스톤』에서부터 인도는 “천 명의 목숨을 빼앗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사람을 살해하는 일을 파이프에서 담뱃재 터는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그려진다.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재현된 인도와 인도인도 다르지 않다. 『네 사람의 서명』에서 인도인은 “갑자기 몰려나온 20만 명의 시커먼 악마들”로 규정되고, 인도 반란은 “영국의 켄트와 서리처럼 고요하고 평화롭던” 지역을 “고문과 살인과 능욕”의 현장으로 바꾸어 버린 사건으로 그려진다. 인도는 “광신자와 온갖 종류의 악마 숭배자들이 득시글거리는” 나라로, 인도인들은 영국 여성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영국인의 집을 불태우고 나서 “불타는 집 앞에서 춤추고 환호하는” “붉은 코트를 걸친 시커먼 악귀들”로 재현된다. 『네 사람의 서명』에는 런던으로 잠입해 살인을 저지르는, 셜록 홈즈 시리즈의 가장 흉악한 범죄자 중 한 명인 통가가 등장한다. 통가는 인도 식민지에 속한 안다만 제도 출신으로 설정된다. 소설 속에 인용된 “가장 권위 있는 최신” 대륙 지명 사전에 따르면, 안다만 제도 원주민들의 특성은 왜소하고 기형적인 신체와 흉포하고 잔인한 성질로 요약된다.
---p.19

“충직하고 순종적인 흑인 하녀와 유모의 이미지”는 원래 흑인 여성 가사 노예들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노예 해방노예 해방 이후에도 이런 이미지는 흑인 여성 가사노동자에게서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의 이미지에 더해, “말하지 않고 듣지 않고 드러내지 않는” 태도가 새롭게 흑인 여성 가사 도우미의 이미지에 덧씌워졌다. 어떤 요청에나 충실하게 반응하지만, 권리를 주장하거나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 가사 도우미가 흑인 여성 스테레오타입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흑인 여성 탐정 추리소설은 가사노동자를 탐정으로 선택한다. 이런 선택은 흑인 여성의 스테레오타입에 기대려는 손쉽고 편리한 결정으로 보일 수 있지만, 흑인 여성을 “하찮은” 존재로 여긴 인종적 편견을 반복하려는 것이 아니다. 흑인 여성 탐정 추리소설은 “착하고 아둔한” 흑인 하녀라는 고정관념이 잘못된 것임을 폭로하기 위해 기존의 스테레오타입을 동원한다.
---p.53

할렘 시리즈에서 하임즈는 미국 사회에서 인종적 갈등과 대립이 악화한다면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에 관해 전망한다. 후기작으로 갈수록 그는 인종주의가 해결되지 않으면 끔찍한 미래가 도래하리라 예측하고 그에 대해 경고한다. 『권총을 든 눈먼 사내』에서 하임즈는 부조리한 폭력의 파괴적 결말을 예언했고, 후속작으로 발표한 할렘 시리즈의 마지막 소설인 『플랜 B』에서는 파국과 공멸을 경고한다.
---p.179

모즐리는 『빨갱이의 죽음』에서 흑인의 인종적, 정치적 불평등과 억압을 유대계 공산주의자의 수난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고, 『흰 나비』와 『블랙 베티 실종 사건』에서는 흑인 가정의 폭력과 가족 해체의 문제를 고민한다. 『낚시하러 간 적이 있는』과 『금발 여인 페이스』에서는 군대 내 인종주의와 흑인 참전 군인들의 트라우마를 다루며, 『불량소년 브롤리 브라운』, 『이지 롤린스 이야기 여섯 편』, 『리틀 스칼렛 살해 사건』에서는 흑인 폭동의 원인에 대해 고찰하고 진단한다. 『시나몬의 입맞춤』과 『리틀 그린 실종 사건』에서는 흑인 청소년의 교육 문제와 마약 문제를 다루고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로즈 골드 납치 사건』에서는 급진적인 흑인 해방운동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최근작인 『피의 숲』에서는 다시 흑인 폭동의 정치학에 관해 사유한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가장 좋아했던 흑인 추리작가 모즐리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시대와 트럼프 집권기를 관통하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추리소설의 새로운 물결”이 더 높고, 더 넓게 일도록 만드는 글쓰기를 계속해 왔다. 그리고 그가 창조한 흑인 탐정 이지 롤린스는 가족과 일, 개인과 공동체, 명분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며 성숙하고 입체적인 인물로 변모해 가고 있다.
---p.284

출판사 리뷰

대부분의 유명 추리소설에서 흑인이나 아시아인 등의 유색인종은 범죄자로 등장하여 백인 탐정에게 체포된다.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을 내면화한 영국의 고전 추리소설부터 흑인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한 미국의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에 이르기까지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는 인종주의에서 태어나 성장해 왔다.

정통 문학에서 배제되기 쉬운 소설 장르를 대상으로 그 문학 지형을 탐색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추리소설의 인종주의에 맞선 흑인 추리소설들, 특히 체스터 하임즈와 월터 모즐리의 흑인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을 살펴본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그들은 인종주의적 편견과 폭력의 장르였던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을 흑인의 장르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노력한 대표적인 흑인 작가로서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특히 모즐리의 이지 롤린스 시리즈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추리소설이 등장할 때 형성된 인종적 생태계는 여전히 굳건하며, 추리소설은 여전히 흑인을 착취하고 무슬림을 처벌하며 아시아인을 배제하는 백인의 장르로 남아 있음을 지적하며 논의를 마무리한다.

‘책머리에’ 중에서

추리소설은 백인의 장르다. 백인의 우월함을 전시하고, 백인의 지배를 옹호하고 지지한다. 거칠게 말한다면, 추리소설에서 피부색은 등장인물의 역할을 결정한다. 유색인종은 범죄를 저지르고 백인 탐정은 유색인종 범죄자를 체포한다. 피부의 색깔에 따라 수사 주체와 처벌 대상으로 구분하는 것은 추리소설의 오래된 인종적 문법이다.

영국 고전 추리소설에서 흰 피부의 탐정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희지 않은 피부색을 가진 범죄자와 맞선다. 탐정은 합리적 추론과 첨단 과학기술을 사용해 야만적인 식민지 출신 범죄자의 위협으로부터 제국을 보호한다.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에서 탐정과 범죄자의 피부색 대비는 더 단순하고 뚜렷하다.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이를 부끄러워하거나 민망해하지 않으며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라고 자랑하던 영국과는 달리,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이 등장한 미국에서는 노예제 시절에 구성된 백인 농장주와 흑인 노예라는 단일한 인종 구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에서 흰 피부의 탐정은 압도적인 기세와 신체적 능력으로 검은 피부의 범죄자를 가혹하게 응징한다.

고전 추리소설부터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에 이르기까지, 추리소설은 인종주의 속에서 태어나 인종주의에 기대 자랐다. 고전 추리소설이 다양한 비백인 인종에 대한 편견을 내면화했다면,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은 흑인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분출했다.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은 백인 여성을 성적으로 위협하는 흑인 남성에 대한 백인 남성의 폭력적 처벌을 장르의 기본 서사로 삼아 번성했다.
(중략)

이 책에서 나는 먼저 고전 추리소설과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인종적 문법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러고 나서 추리소설의 백인 지배에 맞선 흑인 추리소설의 계보를, 흑인 탐정 추리소설, 흑인 여성 탐정 추리소설, 흑인 하드보일드 추리소설로 나누어 살펴볼 것이다. 미리 말하자면, 흑인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은 추리소설의 인종적 편견에 저항하고 인종주의를 분쇄하는 역할을 가장 앞에서, 가장 치열하게 수행했다.
(중략)

흑인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을 살펴볼 때, 나는 하임즈(Chester Himes)와 모즐리(Walter Mosley)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려고 한다. 두 사람은 인종주의적 편견과 폭력의 장르였던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을 흑인의 장르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분투한 대표적인 흑인 작가이기 때문이다.

두 작가는 저마다 다른 시대적 조건 속에서 소설을 썼다. 하임즈는 극단적 반공주의인 매카시즘(McCarthyism)의 잔재가 아직 남아 있고 흑인 민권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이전의 시기에 주로 활동했다. 반면에 모즐리는 흑인의 인권이 비약적으로 개선된 1980년대 말 이후 소설 쓰기를 시작했다. 이들이 다룬 지역도 미국의 동부와 서부로 다르다. 하임즈가 뉴욕 할렘을 배경으로 삼아 할렘 시리즈(Harlem Cycle)를 썼다면, 모즐리는 로스앤젤레스를 무대로 이지 롤린스 시리즈(Easy Rawlins Series)를 집필했다.

하임즈는 할렘 시리즈를 통해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문법을 해체하려고 했다. 이를 위해 범죄성의 인종적 배치를 뒤바꾸고, 탐정의 직업에도 변화를 주었다. 전통적인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에서는 흑인이 범죄성을 구현하지만, 할렘 시리즈에서는 백인이 범죄성을 대표한다.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에서는 부패하고 무능한 경찰에 맞서 자신만의 직업윤리를 고수하는 백인 사설탐정이 수사의 주체가 되지만, 할렘 시리즈에서는 경찰 조직에 속한 흑인 형사를 수사의 주체로 내세운다. 하임즈는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인종적 범죄성에 균열을 내고, 인종적 편견에 맞서는 흑인 형사를 동원해 공권력에 내재한 인종주의를 폭로한다.

모즐리는 아예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을 다시 쓰는 방식으로 이지 롤린스 시리즈를 시작했다. 시리즈의 첫 소설인 『푸른 옷을 입은 악마(Devil in a Blue Dress)』는 가장 널리 알려진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인 챈들러의 『안녕, 내 사랑(Farewell, My Lovely)』을 오프닝부터 다시 쓴다. 두 소설 모두 백인이 흑인 전용 술집에 들어오는 장면으로 시작하지만, 하나는 백인의 시점에서, 다른 하나는 흑인의 시각에서 서술된다. 『푸른 옷을 입은 악마』보다 뒤에 나온 이지 롤린스 시리즈가 원숙함에서 더 뛰어나다고 할 수는 있지만,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을 흑인의 장르로 만들겠다는 모즐리의 결기와 각오는 첫 소설에서 가장 빛난다.
(중략)

하임즈와 모즐리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이다. 할렘 시리즈와 이지 롤린스 시리즈를 비롯한 두 사람의 소설 대부분이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았다. 나는 하임즈와 모즐리의 소설을 가능한 한 폭넓게 소개하고, 소설에서 최대한 많이 인용하려고 했다. 이 책이 하임즈와 모즐리라는 뛰어난 흑인 추리작가를 경험하고 그들과 친숙해지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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