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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미학과를 졸업하고, 《씨네21》의 취재기자로 일했다. 독일 바이로이트 대학교 문학과 미디어학 석사과정, 콘스탄츠 대학교 문학-예술-미디어 박사과정을 거쳐,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에서 ‘동시대 문화의 마술적 리얼리티’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동시에』, 『계절들』, 『예루살렘 밤의 대화』 등이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인문 예술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저자 : 잉에보르크 바흐만
1926년 6월 25일 클라겐푸르트 출생. 시인, 소설가, 방송극 작가, 에세이스트. 1952년에 47그룹 낭독회에서 작품이 처음으로 낭독되었다. 브레멘 시 문학상, 방송극상, 게오르크 뷔히너 상, 오스트리아 국가상, 안톤 빌트간즈 상 등을 수상. 뮌헨과 취리히에서 거주했으며 이후 로마에서 여러 해 동안 살았고, 1973년 10월 17일 로마에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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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3월 2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495쪽 | 680g | 136*195*30mm
ISBN13
9788989675556

출판사 리뷰

95년에 <삼십세>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바흐만은 이후로 국내 독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것을 유도하는 바흐만의 소설은 매일매일 사색의 시간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색다른 독서 체험과 큰 울림을 주었다. 잉에보르크 바흐만은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로 전세계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그녀의 자리는 더 확고하다. 이문열의 소설인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역시 그녀의 시에서 따온 것이다. 그녀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의 시대에 이성과 감성의 상징인 언어를 매개로 세상과 인간의 실존에 대해 고민한 작가였다. 그녀의 언어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하이데거의 실존철학과 "언어의 한계가 바로 내 세계의 한계"라고 토로한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 사이에 놓여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동시에>는 그녀의 미완성 유고들을 엮은 작품집이다. 따라서 총 17개의 단편이 수록된 이 책은 특히나 그 의미가 크다. 이 책은 국내에 잘 알려진 <동시에>는 물론이고 그녀의 미완성 유고들을 비롯해 국내 미발간된 단편들을 엮은 책이다.
바흐만은 마흔일곱 살에 로마의 한 호텔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작품만큼이나 의문스럽고 비밀스러웠던 그녀의 죽음은 독자들에게 큰 아쉬움을 주었는데 이 작품들은 미발표작이란 점에서 더 신비롭게 다가온다. 이 소설집에는 국내에 번역된 적이 있었던 다섯 편의 단편 이외에, 이 책에는 그녀가 열아홉 살 때부터 서른세 살 때까지 쓴 초기작 열편과 서른아홉 살 때부터 마흔다섯 살 때까지 쓴 후기작 두 편, 이렇게 모두 열두 편의 국내 미발표작이 실려 있다. 이 글들은 각기 따로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되었거나 아니면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고 그냥 유고로 남겨진 원고를 발굴한 것들이며, 바흐만의 살아생전에 책으로 묶여 나왔던 단편들 못지않게 바흐만의 문학적 감수성이 물씬 묻어 있다. 특히나 그녀가 열아홉에 쓴 <페리선>은 그녀의 문학적 재능이 이미 오래전에 드러났음을 증명해주며 스물셋에 쓴 <천상과 지상>, <스핑크스의 미소>, <순례행렬과 부활>은 풋풋한 습작의 분위기와 우화적인 어조, 십대 후반, 이십대 초의 발랄함이 들어 있어 다른 작품들과는 또 다른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너, 행복한 눈이여>는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여주인공 미란다는 동화 속 여주인공처럼 사랑이라는 환상적인 온실 속에 안주하려 한다. 그래서 그녀는 인식의 통로인 안경을 거부하고 쓰지 않는다. 그녀에게 주변의 모든 것은 모호하게 인식될 뿐이다. 그녀는 애인인 요제프를 감각적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행복하기만 하다. 그녀는 자신의 주변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란다가 오직 특정대상, 즉 요제프만을 바라보고 사는 짙은 구름에 덮인 세상은, 그 모든 점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안락함을 느끼는 유일한 세계이다. 보다 정밀한 세계라니. 빈의 안경점들, 이를테면 외국계 회사들의 경쟁사인 죈게스Sohnges와 괴테Gotte가 마음을 써서 정밀한 안경을 만들어준다 해도, 그 재료가 납유리든 가벼운 유리나 플라스틱이든 또는 최신 콘택트렌즈이건 간에 ― 미란다는 그것을 받지 않을 참이다.
-<너, 행복한 눈이여> 중에서

잉에보르크 바흐만은 오스트리아 작가이면서 이탈리아 로마로 이주하여 거기서 살고, 또 거기서 죽었다. 독일어권 문학의 주요작가이면서도, 그래서 그녀의 글에서는 이방인의 냄새가 묻어난다. 그녀는 이탈리아에서 외국인으로 사는 삶을 선택했고, 그렇게 낯선 나라에서 자기만의 세계 안에 들어가 자기만의 언어로 글을 썼다. 유독 그녀의 소설 속에 외국에 사는 여자 주인공이라든지(<동시에>의 동시통역사 나드야, <호수로 난 세 길>의 사진가 엘리자베트) 이탈리아(<안나 마리아의 초상>, <동시에>), 있던 곳을 떠나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사령관>의 S, <또한 나도 아르카디아에 살았네>의 나)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바흐만의 언어에는 갓 여행을 마치고 온 사람, 혹은 긴 여행 중에 있는 사람의 기운이 들어 있다. 막 빨아들일 듯하면서도 언제나 거리를 유지하는 바흐만의 어조는 뜨거우면서도 차갑다.
동시통역사를 주인공으로 하여 언어와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엮어낸 단편 <동시에>는 바흐만의 개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낸 작품일 것이다. <동시에>는 제목이 시사해 주듯 찰나적인 공유의 시간만을 허용하는 사랑을 슬로비디오 식으로 좇아가며 전개된다. <개 짖는 소리>는 남녀간의 사랑을 떠나 근원적인 인간관계에서의 사랑의 부재를 파헤친 작품이다. <호수로 난 세 길>의 여류사진사 엘리자베트는 바흐만의 모든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행복한 세속적 결혼을 등지고 사는 여자이다.

있던 곳을 떠나 어디론가 간다는 그녀 작품의 한 모티프는 때로 ‘출생’과 ‘죽음’을 형상화한다.

“또한 나도 아르카디아에 살았네, 하지만 어느 날 내 시절이 다해, 나는 이별을 고하고 말았지. 그건 늦가을의 일이었어. [….] 밤중에 나는 국경에 이르렀어. 세관원은 내 배낭을 압수하더니, 내가 환전을 하려고 하니까, 이곳에서는 다른 통화가 유효하다는 설명을 하는 거야. 유감스럽게도 내 고향과 타국 사이에는 환율을 정해놓은 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았어. 당연히 내 수중의 돈 역시 휴지조각이 되었지.”
-<또한 나도 아르카디아에 살았네> 중에서

이 외에도
시간과 공간을 알 수 없는 어떤 곳의 순례행렬을 통해 사후의 세계를 그리는 <순례행렬과 부활>, <사령관> 모두 출생과 죽음을 은연중에 혹은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죽음은 올 것이다>는 한편으로 오스트리아의 대가족 내에서 출생과 죽음이 이야기되는 방식을 따뜻하면서도 냉소적인 어조로 의도적인 수다를 통해 보고한다.

나 그리고 우리. 종종 나는 우리라는 말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우리 여자들과 우리 남자들, 우리 영혼들, 우리 형편없는 놈들, 우리 선원들, 우리 장님들, 우리 장님 선원들, 우리 지식인들. 우리의 눈물, 고귀함, 소망, 희망과 절망을 지닌 우리.
나뉘지 않는 우리, 각 개인들로 나뉘지만, 그래도 존재하는 우리.
나는 죽음을 향해 걸어가면서 우리를 말하지 않을까. 죽음이 동행해주는 가운데, 우리 침잠해가는 이들, 우리 부질없는 이들이라고?
-<죽음은 올 것이다> 중에서



또한 외국인을 위한 빈 시내 관광버스를 쫓아가는 <어느 오래된 도시의 시찰>이나 캐른텐 지방의 고향집에 다니러 온 세계적 활동파 딸의 이야기 <호수로 난 세 길>과 같이, 쇠락한 제국 오스트리아에 대한 자조와 애정이 뒤섞인 작가의 성찰은 우리들에게는 조금 낯선 이야기이지만 매우 흥미로우며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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