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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 뿜는 화산
2. 야규의 뿌리 3. 떨어지는 벼락 4. 음모 이상 5. 거성이 부르는 소리 6. 심야회의 |
Shohachi Yamaoka,やまおか そうはち,山岡 莊八,본명:야마노우치 쇼조(山內庄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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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쵸 18년(1613) 봄에 이르러 오쿠보 나가야스는 문득 자신의 건강에 위기를 느끼게 되었다. 지난해의 사건과 잇따른 주위 사람들의 죽음으로 어지간히 자신만만한 나가야스도 숙취와는 다른 구토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오카모토 다이하치를 아베 강변에서 화형에 처했을 무렵만 해도 나가야스는 아직 생명의 위기 같은 것과는 전혀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며 기고만장했다. 그런데 자신에게 맡겨진 아리마 하로노부에게 할복명령이 내려진 무렵부터 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흔들렸다. 아리마 하루노부는 아직 46세였다. 나가야스는 일단 자기가 맡아 놓았다가 기회를 보아 다시 한 번 세상에 내보낼 작정이었다. 세상에서 누가 뭐라고 하든 오쿠보 타다치카는 아직 막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결코 혼다 부자의 전횡에 밀려 사라질 존재가 아니었다…… 물론 그 밖에 나가야스 자신에 대한 이에야스의 신임…… 이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p.1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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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노부는 장군님의 중신, 너의 부하가 아니다. 무례를 범하면 용서치 않겠다.' 이 꾸중에 다다떼루의 이마에는 지렁이 같은 힘줄이 불끈 솟았다. 오랜만인 부자의 대면에 다다떼루는 지나치게 달콤한 기대를 걸고 있었다. 적어도 자기의 희망이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라면 그 사정을 다정스레 설명해 줄 아버지를 상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태는 정반대가 되어 버렸다. 실은 아버지쪽이 마음의 무거운 짐에 짓눌려서 다다떼루의 위로를 필요로 할 만큼 극심한 피로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 p.2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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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대작『도쿠가와 이에야스』
출간되자 일본열도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야마오카 소하치의『도쿠가와 이에야스』는 1950년 3월부터 1967년 4월까지 무려 17년 동안 4,725회에 걸쳐 일본의 대표적 언론인「츄니치 신문」「홋카이도 신문」「코베 신문」에 동시 연재된 경이로운 기록을 가진 작품이다. 이것은 200자 원고지로 계산할 경우 5만 매 가량으로 일본 문학사상 전무후무한 대기록일 뿐 아니라 동양의『삼국지연의』나 서양의『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등의 대하소설을 능가하는 대작이다.
단일 작품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이 작품엔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기초해서 독자의 의표를 찌르며 자유자재하는 광활한 상상력이 종횡무진, 시종일관 관통하고 있다. 작가는 이 걸작을 통해 분열과 싸움으로 뒤덮인 센고쿠 시대를 마침내 평정하고 "평화의 시대"를 열 수 있었던 여러 인간성의 조건과 역사의 조건들을 깊이 있게 파헤쳐 이를 정갈하면서도 무게 있는 문체로 탁월하게 그리고 있다. 역사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인간성의 이상과 평화에의 꿈을 집요하게 추구해간, 그래서 저자 스스로 "이상 소설"이라 부른 이 작품은 전후 일본 국민들에게 전쟁과 평화, 이상적인 인간상 등등에 대한 문제 의식을 불러일으킨 '국민적인 문제작'이기도 하다. 또한 신문 연재 중인, 완간도 되기 전에 3,000만 부가 팔렸고 이후 문고판 등을 합칠 경우, 이 책을 출간한 코단샤에서도 정확한 발행 부수를 계산하지 못해 약 1억 수천만 부로 추정할 뿐인 이 작품은, 일본 출판계의 전후 최대 발행 부수를 자랑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일본인이 가장 애독하고 있는 이 책은 일본의 정신, 문화, 역사, 심지어는 그들의 국민성까지도 가장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는, 일본 소설사상 최고의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라는 인물을 일본의 가장 본받을 만한 지도자로, 난세를 평화의 시대로 이끈 일본 최대의 영웅으로 부각시킨 이 소설로 인하여 일본에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한 관심이 폭증, 언론과 학계에서 일대 붐을 이루었다. 또한 일본 문화계에서는『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저본으로 한 여러 장르의 수많은 작품들이 배출되었다. 드라마로 만들어져 일본 NHK에서 방영되어 최고의 시청률을 올렸고, 또한 한국에도 상영된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 쿠로사와 아키라의 대표적인 영화 <카케무샤>는 바로『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부 내용(5~7권)을 시나리오화, 영화화한 것이다. 그러면 왜 지금 한국에서『도쿠가와 이에야스』인가. 야마오카 소하치의 이 책이 한국 독자들에게 잘못 인식되고 있는 이유는 대강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이 책은 출간 직후부터 일본의 우익 국가주의자들에 의해 숱하게 인용되고 자의적으로 해석되어 적잖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이력을 갖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이 작품이 지닌 핵심 사상인 반전평화, 인간주의 등은 일본의 식민지 경험이 있던 우리에게 있는 그대로 소개되지 않고 굴절, 왜곡되어 전해졌다고 할 수 있다. 즉 일본 극우 국가주의자들의 이데올로기 교본 정도로 치부되었다. 이 잘못이 한국의 강한 민족주의적, 반일주의적 경향과 맞물려 오해를 확산시킨 감이 없지 않다. 둘째, 이 책은 70년대 초『대망』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어 공전의 판매 부수를 올리며 한국 독자들을 사로잡았으나, 졸역, 축역, 오역, 누락 등에 의해 원문이 지닌 문화적 문학적 내용과 의미가 축소 왜곡 퇴색되었다. 더욱이 출판사의 올바른 홍보 및 작품에 대한 평가의 부재로 인해 이 작품이 지닌 진면목이 사라지고 오히려 통속화됨으로써 올바른 이해를 가로막은 결과를 낳았다. 우리는 국내에 만연해 있는 이런 그릇된 평가에 맞서 이 책 자체가 지닌 보편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주제 의식, 그리고 놀라우리 만치 독자 의식과 감각을 사로잡는 이야기, 단문 위주의 산뜻하면서도 깊은 시선이 느껴지는 문체, 그리고 인간성의 깊은 이면을 파헤치며 역사와 우주에 대해 질문하는 수준 높은 작품성 등을 선정 기준으로 삼아 출간을 결정했으며, 그런 만큼 편집상의 책임감을 갖고 온 정성을 다해 이 책을 만들었다. 더욱이 이 책은 한일간의 문화 교류가 비로소 물꼬가 터지기 시작한 2000년 마지막을 장식하며 한일간 출판계의 최대 이벤트로서 한국의 솔출판사와 일본의 대표적 출판사인 코단샤가 서로 협력 관계 속에서 출간된 점이 또 하나의 출판 문화사적 의의라고 할 수 있다(코단샤는『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일본의 종전 후 폐허 속에서 자신을 일본 출판계의 정상의 자리에 서게끔 만든 대표적 출판물로 기념하고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일본 제국주의 시절로의 환원에서 비롯되는 민족주의적 편견은 한일간의 올바른 과거 극복을 위해서라도, 미래의 한일 두 나라간의 관계 개선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또한 타자인 일본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에도 결정적인 장애가 될 뿐이다. 이번『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한국어 출판이 이러한 과거지향적 왜곡과 민족주의적 편견으로부터 탈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야마오카 소하치의 간절한 기원대로 평화의 철학이 활발한 지적 논의의 장 속에서 새로이 부활되길 바라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