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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못다 그린 그리움」
제2부 「겨울, 자작나무 숲」 제3부 「이소의 시간」 제4부 「달항아리가 있는 정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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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강, 작은 이야기」
겨울이 종일토록 강물 곁을 서성였어 젖은 채 흐르던 물안개가 부풀며 부르튼 갈대 줄기에 울먹임을 부려놨지 겨울이 마른 가지에 눈꽃으로 앉았어 허공을 휘달리는 눈송이에 놀란 새가 반쯤 언 물살의 팔에 매달려서 울고 갔지 「겨울, 자작나무 숲」 바람이 벗겨낸 자작나무 수피(樹皮)에 무젖은 햇살이 기우뚱 흘러들어 숨 고른 옹이의 시간 다시 꺼내 읽고 있다 폭설에 마른 가지 뚝! 부러질 때마다 매조진 소리의 흔적 나이테에 새겨지고 눈 향기 스며든 자리 거뭇거뭇 빛이 난다 한지 같은 살얼음이 가지 끝에 맺혔다가 차운 땅 가슴골 열고 모아둔 눈물 덧댄다 사늘한 나무 냄새가 또 한 계절 넘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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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구성
삶의 편력이 빚어낸 네 개의 시간 『이소의 시간』은 삶의 아픔과 성숙, 떠남과 귀환의 과정을 네 개의 부로 나누어 보여준다. 제1부 「못다 그린 그리움」 이별과 상실 이후 남겨진 기억의 흔적을 더듬는다. 지나간 사람과 시간에 대한 그리움은 신체적인 감각과 구체적인 이미지로 되살아나며, 애틋한 회고의 정서를 만들어낸다. 제2부 「겨울, 자작나무 숲」 혹독한 추위와 상처의 시간을 견디며 깊어지는 자아의 성숙을 그린다. 자작나무의 옹이와 나이테처럼 상처와 인고의 시간은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깊이로 새겨진다. 제3부 「이소의 시간」 템플스테이와 구도의 길을 배경으로 분별심을 내려놓고 참된 홀로서기를 모색한다. 둥지를 떠나는 ‘이소’는 외부를 향한 도피가 아니라 자기 내면으로 돌아가기 위한 움직임이 된다. 제4부 「달항아리가 있는 정물」 일상의 구체적인 풍경과 자연의 섭리를 바라보며 삶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달항아리와 정물, 자연의 이미지 속에서 존재와 생명의 순환을 유현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글과 그림이 하나가 되는 ‘서화동원(書畵同源)’의 미학 고정선 시인의 『이소의 시간』은 시조의 언어와 서예, 회화가 어우러져 하나의 미학적 공간을 만들어낸다. 담헌 전명옥 서예가의 깊이 있는 발묵과 여백, 박주하 화백의 섬세한 회화적 감성이 시와 함께 어우러져 ‘서화동원(書畵同源)’의 아름다운 지평을 보여준다. 시의 결을 시각적으로 확장하는 글씨와 그림은 작품의 정서와 여운을 더욱 깊게 한다. 염창권 시인은 해설에서 이 시집의 상상력이 “생명성의 한계를 인식한 분리된 자아 간의 내적 대화의 과정에서 발화된 것”이라고 바라보며, 구체적인 삶의 은유가 시조 형식과 맞물려 새로운 경지에 이른 작품이라고 평한다. 특히 그는 영혼이 헤맴을 멈추고 자기 몸을 집으로 삼을 때 인간은 ‘낙원에의 노스탤지어’에 도달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소의 시간』은 상실과 인고의 시간을 지나온 한 사람이 마침내 자기 자신을 삶의 집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한 개인의 이야기에서 멈추지 않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을 건넨다. ■ 해설 — 염창권 시인 지상적인 삶은 나에게 허락된 환경과의 지속적인 만남 속에 진행되는 순례자의 행적이나 다름없다. 순례에는 흔히 목적지를 향한 ‘지향’과 방향을 잃고 떠도는 ‘헤맴’이라는 양가적 상황이 필연적으로 개입된다. 「겨울 강, 작은 이야기」에서 의인화된 ‘겨울’은 상실의 지점이자 지상적 순례와 그 이후의 상태까지 함축하는 능동적 주체이다. 시의 지배소인 ‘겨울’이라는 엄혹한 환경은 생명과 비생명 간의 조응을 통해 현존의 상태를 비극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하강의 정동은 「겨울, 자작나무 숲」에서도 이어진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자작나무 숲이 지닌 순환적 생명성을 토대로 상실과 상처의 시간이 ‘옹이’와 ‘나이테’처럼 자아 성숙의 계기로 전환된다. 허무적 감성 속에서도 이 시집의 형상이 깊게 다가오는 것은 생의 편력이 인고를 동반하여 나이테에 새겨지기 때문이다. 나그네가 길 위에서 멈추어 휴식의 집을 얻듯, 영혼이 헤맴을 멈추고 자기 몸을 집으로 삼을 때 인간은 지상 최대의 ‘낙원에의 노스탤지어’에 도달하게 된다. — 염창권 시인 해설 일부 ■ 책의 주요 특징 * 반백 년의 삶의 편력을 바탕으로 한 현대 시조 * 상실과 기억, 인고와 성숙을 다룬 존재론적 성찰 ‘* 이소(離巢)’를 중심으로 한 떠남과 홀로서기의 서사 * 겨울, 숲, 강, 나무, 달항아리 등 자연과 일상의 구체적 이미지 * 시조와 서예, 회화가 어우러진 ‘서화동원’의 미학 * 담헌 전명옥 서예가의 발묵과 여백 * 박주하 화백의 회화적 감성 * 염창권 시인의 해설수록 ■ 해설 - 일부 지상적인 삶은, 나에게 허락된 환경과의 지속적인 만남 속에 진행되는 순례자의 행적이나 다름없다. 순례에는 흔히 목적지를 향한 ‘지향’과 방향을 잃고 떠도는 ‘헤맴’이라는 양가적 상황이 필연적으로 개입된다. 겨울이 종일토록 강물 곁을 서성였어 젖은 채 흐르던 물안개가 부풀며 부르튼 갈대 줄기에 울먹임을 부려놨지 겨울이 마른 가지에 눈꽃으로 앉았어 허공을 휘달리는 눈송이에 놀란 새가 반쯤 언 물살의 팔에 매달려서 울고 갔지 — 「겨울 강, 작은 이야기」 전문 여기서 의인화된 “겨울”은 상실의 지점이자 지상적 순례와 그 이후의 상태까지 함축하는 능동적 주체이다. 이 시의 지배소인 “겨울”이라는 엄혹한 환경은, 생명과 비생명 간의 물활론적 조응을 통해 현존의 상태를 비극적으로 제시한다. 이와 같이 하강하는 심리적 정동은 「겨울, 자작나무 숲」에서도 이어진다. 다만 이 시에서는 “자작나무 숲”이 가진 순환적 생명성을 토대로, 상실과 상처의 시간이 “옹이”와 “나이테”처럼 자아 성숙의 계기로 역전된다는 점이 깊은 울림을 준다. 바람이 벗겨낸 자작나무 수피(樹皮)에 무젖은 햇살이 기우뚱 흘러들어 숨 고른 옹이의 시간 다시 꺼내 읽고 있다 폭설에 마른 가지 뚝! 부러질 때마다 매조진 소리의 흔적 나이테에 새겨지고 눈 향기 스며든 자리 거뭇거뭇 빛이 난다 한지 같은 살얼음이 가지 끝에 맺혔다가 차운 땅 가슴골 열고 모아둔 눈물 덧댄다 사늘한 나무 냄새가 또 한 계절 넘는다 — 「겨울, 자작나무 숲」 전문 허무적 감성 속에서도 이 시의 형상이 만만치 않게 느껴지는 것은 생의 편력이 인고를 동반하여 나이테에 새겨지기 때문이다. 나그네가 길 위에서 멈춰 서서 휴식의 집을 얻듯, 영혼이 헤맴을 멈추고 자기 몸을 집으로 삼을 때 인간은 지상 최대의 ‘낙원에의 노스탤지어’에 도달하게 된다. — 염창권 시인 해설 일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