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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나 어렸을 때 돈벌이에 나서다 지워진 벽화 화가가 되다 둘째 날 판화를 새기다 한열이를 살려내라! 그는 혼자다 죽음의 행렬 셋째 날 피라미드에 무너지다 리우의 쓰레기들 펭귄이 녹고 있다 지구반지, 주인을 찾습니다 넷째 날 새만금, 해창 갯벌의 망둥어 초심불심 그리고 예수의 십자가 사패산 망루에서 요하네스버그의 칵테일파티 구름에 실어 보낸 평화의 솟대 다섯째 날 이라크, 너의 넋이 꽃이 되어 병 그리고 그 후 뒷이야기 목수화가 최병수 연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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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보다는 화가라고 말하는 게 더 그럴듯하고 기분 좋은 거 아니냐고? 그런 건 없었어. 나도 세상 물 먹은 사람인데 그런 게 별거 아니라는 건 알지. 그래서 둘이서 30분을 버티고 앉아 있었어. 그 형사도 이상한 고집을 피우대. 나를 화가로 적지 못하면 자기도 못 나가고 나도 못 나간다는 거지. 그렇게 서로 버티다가 우스운 생각이 들었어. 저쪽에서 친구들이 담배를 피우며 기다리고 있기도 했고. 그래서 어차피 별것 아니니까 “그럼 마음대로 하시오.” 그랬더니 형사가 조서에 ‘화가’ 이렇게 찍었지. 그래서 사람들이 농담을 섞어서 나보고 관제화가라고들 했지. 나를 화가로 만든 건 경찰서야. 난 정부가 인증한 공식화가라고.”
--- p.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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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게 너무 많았고 배우는 것도 많았지. 내가 언제 이런 작업 할 줄 알았겠어? 내 나름대로 점점 시야가 트이는 희열이 있었어. 그런 것 하나 없이 “나는 투사다” 이런 생각으로만 사는 건 아니란 말이지. 그렇게 살면 죽어, 살 수가 없어. 농사꾼이라고 만날 허리 휘게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벼이삭 패고 나서 바람이 휘익 부는 걸 즐길 줄도 안다는 거지. 어느 순간 들판에 불어오는 바람처럼 나의 시야가 더 넓어지는 희열이 있지. 그런 건 누구한테나 있다고 생각해. 노동일을 하든 보일러일을 하든 전기일을 하든 누구나 자기의 삶이 있잖아? 나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때로 사람들이 힘들고 고된 노동을 하는 사람들보고 저런 거나 하다가 죽을 인간이지 하고 말해. 잔인하지. 적어도 나는 그들처럼 바라보지는 않는다고. 그런 사람이 있어서 내가 지금 옷도 입고 밥도 먹고 따뜻한 집에서 살잖아? 그러는 거 아냐?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거잖아? 나는 그걸로 그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고 싶은 거였지.”
--- p.2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