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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 우리는 왜 스물여덟 글자 가운데 네 글자를 잃어버렸을까
1부 세종은 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었을까 1장 백성이 말하고 싶은 것을 쓰게 하라 한글이 없던 시대의 말과 글 한자를 빌려 우리말을 적어야 했던 사람들 세종이 느낀 답답함 누구나 쉽게 배우는 글자를 꿈꾸다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에 담긴 뜻 2장 스물여덟 글자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의 한글은 24자인데 왜 처음에는 28자였을까 자음 17자와 모음 11자 사람의 입과 혀를 보고 만든 글자 하늘·땅·사람에서 태어난 모음 소리를 눈으로 보이게 만든 문자 3장 훈민정음은 얼마나 과학적인 문자인가 ㄱ은 왜 ㄱ처럼 생겼을까 ㄴ·ㅁ·ㅅ·ㅇ에 숨어 있는 발음기관 획 하나를 더하면 소리가 달라진다 점 하나에서 시작된 모음의 세계 세계의 문자와 다른 한글의 독창성 2부 사라진 네 글자를 만나다 4장 첫 번째 글자, 아래아 ㆍ 가장 익숙하지만 가장 낯선 글자 아래아는 어떤 소리였을까 ‘하늘’을 상징했던 점 하나 제주말에 남아 있는 아래아의 흔적 아래아가 사라지면서 달라진 우리말 5장 두 번째 글자, 반치음 ㅿ 세모처럼 생긴 신기한 글자 ㅅ도 아니고 ㅈ도 아닌 소리 옛사람들은 반치음을 어떻게 발음했을까 어떤 단어에 반치음이 쓰였나 반치음은 왜 살아남지 못했을까 6장 세 번째 글자, 옛이응 ㆁ 지금의 이응과 무엇이 다른가 목구멍에서 울리던 소리 첫소리와 끝소리에서 만나는 옛이응 영어의 ‘ng’와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옛이응은 정말 사라진 소리일까 7장 네 번째 글자, 여린히읗 ㆆ 가장 먼저 잊힌 듯한 글자 여린히읗은 무슨 소리를 나타냈을까 왜 ‘여린’ 히읗이라고 불렀을까 한자음을 적기 위해 필요했던 글자 네 글자 가운데 가장 짧은 운명 3부 네 글자는 왜 사라졌을까 8장 문자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소리가 변했다 말은 살아 움직인다 세종 시대의 한국어와 오늘의 한국어 쓰지 않는 소리는 글자도 사라진다 발음이 합쳐지고 단순해지는 과정 한글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을까 9장 조선 사람들도 한글을 계속 바꾸었다 반포 이후 한글은 어떻게 쓰였나 백성들의 편지에 살아 있던 한글 왕실과 여성들이 한글을 사용한 방식 소설과 편지가 한글을 키웠다 생활 속에서 달라져 간 글자들 10장 28자가 24자가 되기까지 사라진 네 글자의 서로 다른 운명 아래아는 언제까지 사용됐을까 근대에 시작된 한글 표준화 학교와 인쇄가 글자를 바꾸다 오늘 우리가 쓰는 24자가 자리 잡기까지 4부 사라진 글자를 되살릴 수 있을까 11장 ‘되살린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옛날 맞춤법으로 돌아가자는 것인가 사라진 소리까지 되살려야 하는가 글자와 소리는 반드시 함께 있어야 할까 문자 복원과 문자 활용은 다르다 네 글자를 문화유산으로 되살리는 방법 12장 아래아를 다시 쓴다면 제주어를 더욱 정확하게 적을 수 있을까 외국어 발음을 적는 데 활용할 수 있을까 브랜드와 디자인 속의 아래아 디지털 시대에 다시 등장한 옛글자 점 하나가 보여주는 한글의 확장성 13장 ㅿ·ㆁ·ㆆ을 다시 쓴다면 지금 우리말에 필요한 새로운 소리가 있을까 외국 이름을 한글로 더 정확하게 적는 방법 사라진 자음들을 활용할 가능성 옛글자를 현대적으로 디자인한다면 새로운 쓰임은 누가 결정해야 할까 5부 한글은 아직 완성된 문자가 아니다 14장 세계의 모든 소리를 한글로 적을 수 있을까 영어·중국어·프랑스어의 낯선 소리 한글로 적기 어려운 외국어 발음 세종이라면 새로운 소리를 어떻게 적었을까 사라진 글자에서 찾는 해결책 한글의 확장 가능성 15장 디지털 시대, 옛글자가 돌아오다 컴퓨터는 ㆍ ㅿ ㆁ ㆆ을 알고 있다 유니코드 속에 살아 있는 옛한글 스마트폰에서 옛한글을 쓸 수 있을까 인공지능 시대와 한글 21세기에 다시 생각하는 28자 16장 한글은 문화이자 디자인이다 글자는 소리를 적는 도구만이 아니다 옛한글이 가진 조형적 아름다움 한글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 세계인이 만나는 한글의 모양 사라진 네 글자를 문화 콘텐츠로 6부 훈민정음 580년, 다시 스물여덟 글자를 생각하다 17장 한글의 역사는 ‘변화의 역사’였다 1443년 창제에서 1446년 반포까지 언문에서 국문으로 국문에서 한글로 금지와 억압을 넘어 살아남은 문자 580년 동안 한글이 지켜온 것 18장 네 글자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사라졌다고 쓸모없는 글자는 아니다 네 글자에 숨어 있는 세종의 생각 한글의 원리를 이해하는 열쇠 우리의 언어문화 유산 잊힌 글자를 기억하는 것이 미래를 만드는 일 19장 세종에게 다시 묻다 왜 글자를 만들었습니까 왜 그렇게 많은 소리를 구별했습니까 왜 누구나 쉽게 배우게 했습니까 오늘의 한글을 본다면 무엇이라 말할까 우리는 한글을 제대로 쓰고 있는가 20장 다시, 스물여덟 글자 24자만으로 충분한가 네 글자를 반드시 다시 써야 하는가 복원보다 중요한 것은 기억이다 한글은 필요하면 다시 확장될 수 있다 580년 뒤에도 세계의 언어로 살아 있을 한글 맺는말 | 글자 넷을 되살리는 것은 세종의 생각을 되살리는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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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에게 문자는 단순한 학문의 대상이 아니었다. 나라를 다스리는 현실적인 도구였다. 법과 명령을 백성에게 알리는 데 문자가 필요했고, 백성의 억울함을 듣는 데도 문자가 필요했다. 의학과 농업에 관한 지식을 퍼뜨리는 데도 글이 필요했다.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어도 백성이 이해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고, 아무리 유용한 지식이 있어도 읽을 수 없다면 널리 퍼질 수 없다.
여기에서 세종의 문제 해결 방식이 흥미롭다. 그는 기존의 불편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래 글이란 배우기 어려운 것이다”라고 생각했다면 훈민정음은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대신 질문했다. 왜 글은 어려워야 하는가? 말은 누구나 하는데 왜 글은 일부 사람만 쓸 수 있어야 하는가? 우리가 사용하는 말에 맞는 문자를 새로 만들 수는 없는가? --- p.26 우리는 전화번호 열한 자리를 외우는 것도 힘들어한다. 만약 한글의 모든 글자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복잡한 그림이었다면 배우기가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ㄱ을 알면 ㅋ과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고, ㄴ에서 ㄷ과 ㅌ으로 이어지는 관계도 살펴볼 수 있다. 모음 역시 기본 요소가 결합하면서 여러 글자가 만들어진다. 훈민정음의 천재성은 글자 수가 적다는 데만 있지 않다. 적은 원리로 많은 소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데 있다. 마치 몇 종류의 블록을 결합해 수많은 모양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 pp.36-37 오늘날 우리는 ㅏ를 보면 그냥 ‘아’라고 읽는다. ㅓ를 보면 ‘어’, ㅗ를 보면 ‘오’, ㅜ를 보면 ‘우’라고 읽는다. 그러나 훈민정음의 처음 원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 글자들은 서로 고립된 기호가 아니다. 기본 요소가 만나고 결합하면서 만들어진 하나의 가족이다. 그 가족의 중요한 출발점에 아래아가 있었다. 그래서 아래아의 소멸은 흥미로운 역설을 만든다. 소리의 변화 속에서 ㆍ라는 독립된 글자의 실용적인 필요성은 약해졌지만,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를 설명할 때는 여전히 빼놓을 수 없다. 현재의 한글 생활에서는 사라졌지만 한글의 ‘탄생 이야기’에서는 살아 있는 것이다. --- pp.64-65 중요한 것은 훈민정음이 소리를 한 덩어리로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어디에서 소리가 만들어지는지, 공기가 어떻게 흐르는지, 소리의 세기가 어떻게 다른지를 구별하려 했다. 우리는 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하기 때문에 발음이 얼마나 복잡한 행동인지 잊고 산다. “안녕하세요”라는 다섯 음절 남짓한 말을 하는 순간에도 혀와 입술과 턱과 목구멍과 성대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움직인다. 세종은 바로 그 움직임을 들여다봤다. 소리를 듣는 데서 끝나지 않고 “왜 이런 소리가 나는가?”를 물었다. 여린히읗은 그 집요한 관찰의 결과 가운데 하나였다. --- pp.100-101 옛이응 ㆁ은 더욱 재미있다. 관련된 소리는 현대 한국어의 받침 ㅇ에서 여전히 살아 있다. 그런데 별도의 글자는 사라졌다. 오늘날의 ㅇ이 여러 기능을 맡게 되면서 옛이응을 따로 적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네 글자가 사라진 이유를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소리가 변해서 사라진 글자도 있고, 기능이 합쳐져 사라진 글자도 있으며, 사용 범위가 좁아 사라진 글자도 있다. --- pp.114-115 한글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왕과 학자만 바라보면 중요한 절반을 놓치게 된다. 한글을 실제로 살아 있게 만든 사람들은 이름조차 남지 않은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편지를 썼다.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집안일을 의논하고, 억울한 사정을 호소했다. 오늘날 우리가 문자메시지를 보내듯 당시 사람들도 자신의 생활과 감정을 글에 담았다. 옛 한글 편지를 읽다 보면 역사책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생생한 사람이 나타난다. 왕조와 전쟁과 정치가 아니라 “보고 싶다”, “건강하라”, “왜 소식이 없느냐”, “아이들은 잘 있느냐” 같은 인간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기에서 한글의 진짜 힘이 드러난다. --- pp.124-125 문자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학교는 엄청난 힘을 가진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느냐에 따라 다음 세대의 문자생활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인쇄 역시 마찬가지다. 손으로 글을 쓸 때는 개인마다 글씨가 달라도 괜찮다. 하지만 활자를 만들어 수많은 책과 신문을 찍어내려면 사용할 글자의 종류와 모양을 정리해야 한다. 근대 이후 교육과 인쇄가 확대되면서 한글의 표준화는 더욱 중요해졌다.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글자는 살아남았고 이미 소리의 구별이나 실용적인 기능을 잃은 글자는 교육과 인쇄의 중심에서 자연스럽게 밀려났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오늘 ㆍ, ㅿ, ㆁ, ㆆ을 낯설어하는 가장 큰 이유도 간단하다.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배우지 않기 때문이다. --- pp.140-141 만약 한글날 행사장에서 ㆍ, ㅿ, ㆁ, ㆆ 네 글자를 커다랗게 전시하고 각각의 이야기를 쉽게 보여준다면 어떨까? 아이들에게 “사라진 한글 네 글자를 찾아라”라는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이다. 박물관과 도서관에서 네 글자를 이용한 글꼴 만들기, 문자 디자인, 옛한글 읽기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렵게 가르치지 않는 것이다. “중세국어의 음운체계를 공부합시다”라고 시작하면 많은 사람이 부담을 느낀다. 그러나 “세종이 만든 훈민정음에는 지금보다 네 글자가 더 있었습니다. 그 네 글자는 어디로 갔을까요?”라고 물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람은 질문에 끌린다. 그리고 네 글자에는 이미 좋은 이야기가 들어 있다. --- pp.158-159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을 기념해 네 글자를 활용한 포스터를 만든다고 상상해보자. 티셔츠와 가방, 컵, 책갈피, 엽서, 달력 같은 문화상품에도 활용할 수 있고, 네 글자를 각각 캐릭터처럼 만들어 어린이에게 소개하는 방법도 있다. ㆍ는 하늘을 품은 글자, ㅿ은 잃어버린 소리를 품은 글자, ㆁ은 오늘의 소리와 이어지는 글자, ㆆ은 비교적 일찍 일상의 무대에서 내려온 글자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이야기를 붙이는 순간 오래된 문자가 현대의 콘텐츠가 된다. 문화유산은 유리관 안에만 놓아두면 사람과 멀어진다. 사람들이 보고 읽고 즐기고 새롭게 해석할 때 다시 살아난다. 옛글자도 마찬가지다. --- pp.178-179 문자는 존재하는 것만으로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쉽게 사용할 수 있을 때 살아난다. 아무리 훌륭한 글자라도 입력하는 데 몇 분씩 걸린다면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반대로 스마트폰에서 손가락 한두 번으로 입력할 수 있다면 새로운 문화적 활용이 생길 수도 있다. 580년 전에는 붓을 든 손이 문자의 운명을 결정했다면 오늘날에는 화면을 누르는 손가락이 문자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 p.203 한국의 음악과 영화, 드라마와 음식이 세계로 퍼지면서 한글을 접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한국어를 읽지 못해도 한글의 형태 자체에 관심을 갖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외국인이 한글 이름을 써보거나 한글이 들어간 옷과 상품을 선택하는 모습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런 현상은 한글이 한국어를 기록하는 실용문자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이미지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사라진 네 글자도 세계에 소개할 수 있다. “한글에는 원래 지금보다 네 글자가 더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된다. 더구나 각각의 글자가 사라진 이유가 다르다는 점까지 설명하면 한글의 역사를 훨씬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 pp.216-217 세종이 오늘날 서울 거리를 걷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건물마다 한글 간판이 있고 지하철 안내판에도 한글이 있으며 사람들이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으로 끊임없이 글을 주고받는다. 어린아이가 한글로 메시지를 보내고 외국인이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본다. 한국의 노래와 영화 속 한글이 세계 곳곳의 화면에 나타난다. 세종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물론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상상할 수 있다. 자신이 살던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문자가 끊임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까. 종이와 붓을 위해 만들어진 글자가 컴퓨터 코드가 되고 스마트폰 자판이 되어 전 세계로 전달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에게도 낯선 광경일 것이다. 그런데 세종이 사라진 네 글자를 발견한다면 어떤 질문을 할까? “왜 없앴느냐”고 묻기보다 “사람들의 말이 어떻게 변했느냐”고 먼저 묻지 않을까 상상해볼 수 있다. --- pp.256-2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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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4글자를 복원하면 외국어 발음의 표현이 훨씬 쉬워진다
한글의 창조성과 K-POP에 이어 세계로 확장하는 한글을 읽는다 우리는 왜 스물여덟 글자 가운데 네 글자를 잃어버렸을까 우리는 한글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매일 한글을 읽고 쓰고, 학교에서 자음과 모음을 배웠으며, 한글날이면 세종대왕과 훈민정음의 이야기를 듣는다. 한글은 세계에서 창제자와 창제 시기, 창제 목적이 비교적 명확하게 알려진 독창적인 문자라는 사실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한글의 출발점으로 돌아가면 우리가 알고 있는 한글과 조금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세종이 창제한 훈민정음은 지금의 스물네 글자가 아니라 스물여덟 글자였다. 그리고 그 스물여덟 글자 가운데 네 글자가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라졌다. 바로 ㆍ, ㅿ, ㆁ, ㆆ, 아래아·반치음·옛이응·여린히읗이다. 이 네 글자를 떠올리는 순간 한글은 갑자기 낯설어진다. ㆍ는 점 하나처럼 보이고, ㅿ은 세모 모양이며, ㆁ은 지금의 ㅇ과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ㆆ은 오늘날의 ㅎ과 닮았지만 같은 글자가 아니다. 우리는 왜 이 글자들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을까. 처음부터 필요 없는 글자였던 것일까. 아니면 당시에는 꼭 필요한 글자였지만 우리말과 문자 생활의 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일까. 『K-팝 다음은 한글이다』는 바로 이 단순하면서도 흥미로운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 유정민은 사라진 네 글자의 이야기를 어렵고 전문적인 국어학의 영역에 가두지 않는다.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 했을 법한 질문을 하나씩 던지고, 그 질문을 따라가며 훈민정음의 탄생과 원리를 알기 쉽게 풀어낸다. 한글이 없던 시대에는 우리말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말을 쉽게 적을 수 있는 우리 문자가 없었다. 사람들은 우리말로 말하면서도 글을 쓸 때는 한자를 이용해야 했다. 한자를 알고 있어도 우리말의 소리와 문법을 정확하게 표현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글을 배우는 일은 오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했고, 결국 문자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세종이 문제로 바라본 것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 백성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돌리지 않고,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문자가 없다는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질문을 바꾸었다. 어려운 글자를 백성에게 더 열심히 배우게 할 것이 아니라, 백성이 쉽게 배울 수 있는 새로운 문자를 만들면 어떨까. 훈민정음은 이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되었다. 세종은 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었을까 훈민정음의 위대함은 단순히 배우기 쉬운 글자를 만들었다는 데 있지 않다. 소리를 관찰하고 분석해 그것을 글자의 구조에 담았다는 데 있다. 세종과 학자들은 사람이 소리를 낼 때 혀가 어디에 닿는지, 입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목구멍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살폈다. ㄱ·ㄴ·ㅁ·ㅅ·ㅇ이라는 기본 자음의 모양에는 발음기관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 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리를 만들어내는 기관의 움직임은 관찰할 수 있다. 훈민정음은 바로 그 관찰에서 출발해 보이지 않는 소리를 보이는 문자로 바꾸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글자들이 서로 관계를 갖도록 설계되었다는 사실이다. 기본 글자를 만들고 여기에 획을 더해 관련된 소리를 나타내는 방식은 단순한 암기보다 원리를 이해하도록 만든다. 오늘날 우리가 ㄱ·ㅋ·ㄲ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도 이런 구조 덕분이다. 한글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기호를 무작정 늘어놓은 문자가 아니라 소리의 관계를 글자의 관계로 표현한 체계적인 문자였다. 모음의 원리 역시 놀랍다. 하늘·땅·사람을 뜻하는 천지인을 바탕으로 기본 모음을 만들고 그 관계를 확장했다. 여기에서 아래아 ㆍ가 등장한다. 오늘날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점 하나지만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모음 체계를 이루는 중요한 기본 요소였다. 아래아가 단순히 옛날 사람들이 쓰던 특이한 글자가 아니라 훈민정음의 설계 원리를 이해하는 열쇠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우리가 알고 있던 한글의 모습도 달라진다. 따라서 스물여덟 글자에서 네 글자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단순히 글자 네 개가 줄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말의 소리와 문자 체계가 580년 동안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다. 글자가 먼저 사라지고 말이 변한 것이 아니라 말의 소리가 변화하면서 그 소리를 표현하던 글자의 쓰임도 점차 줄어든 경우가 많았다. 언어는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잊힌 글자, 아래아 ㆍ 네 글자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아래아다. 옛 문헌이나 제주어와 관련된 자료에서 아래아를 본 경험이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작 아래아가 어떤 소리를 나타냈는지, 왜 점 하나로 표현되었는지, 훈민정음의 전체 체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래아는 훈민정음의 모음 체계에서 하늘을 상징하는 기본 요소였다. ㅡ가 땅을, ㅣ가 사람을 나타냈다면 ㆍ는 하늘을 나타냈다. 이 세 가지 기본 요소가 결합하면서 여러 모음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사라진 글자가 처음에는 문자 체계의 중심적인 원리를 이루고 있었다는 뜻이다. 아래아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언어가 얼마나 역동적으로 변하는지도 알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래아가 나타내던 소리가 다른 모음과 합쳐지거나 변화했고, 표기에서도 그 쓰임이 줄어들었다. 결국 현대 한글의 기본 자모에서는 사라졌다. 하지만 사라졌다고 해서 그 글자가 아무 의미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래아는 한글이 처음 어떤 철학과 원리로 설계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되었다. 저자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오늘날 아래아를 다시 일상적인 글자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새로운 소리를 표현하고 다양한 언어를 받아들이는 데 활용할 가능성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제주어를 더욱 정확하게 표현하거나 외국어의 특정한 소리를 구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 브랜드와 디자인, 문화 콘텐츠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과거의 글자가 미래의 자원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이다. ㅿ·ㆁ·ㆆ, 사라진 자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반치음 ㅿ은 오늘날 우리에게 매우 낯선 글자다. 모양부터 일반적인 자음과 다르다. 그러나 훈민정음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분명한 소리를 표현하기 위한 글자로 사용되었다. 옛이응 ㆁ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ㅇ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역할과 쓰임에서 차이가 있었다. 특히 오늘날 영어의 ‘ng’ 소리를 떠올리면 그 특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린히읗 ㆆ은 더욱 짧은 운명을 살았다. 당시의 특정한 소리와 한자음을 표현하기 위해 필요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쓰임이 빠르게 줄었다. 이 세 글자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중요한 사실 하나가 드러난다. 한글은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으로 고정되어 있던 문자가 아니었다. 당시의 언어생활에 필요한 소리를 구별하기 위해 글자를 만들었고, 언어가 변하면서 그 글자의 쓰임도 달라졌다. 글자가 사라진 것은 한글의 실패가 아니라 언어가 변화한 결과였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책의 핵심 질문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한글은 앞으로도 새로운 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오늘날 우리는 한국어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영어·중국어·프랑스어·아랍어 등 세계의 수많은 언어가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람 이름과 지명, 음식 이름, 과학기술 용어, 문화 콘텐츠의 제목과 표현이 끊임없이 국경을 넘는다. 그 과정에서 한글로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소리도 만나게 된다. 현재의 스물네 글자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소리가 있는 반면, 비슷하지만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소리를 만날 때도 있다. 물론 모든 외국어를 한글로 완벽하게 표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소리가 필요하다면 새로운 표현 방법을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세종이 보여준 창조적인 문자 정신과 맞닿아 있다. ‘네 글자를 되살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 책에서 말하는 ‘되살리기’는 과거로 돌아가자는 복고주의가 아니다. 오늘부터 모든 사람이 옛날 발음을 사용하고, 학교에서 네 글자를 추가로 배워야 한다는 주장도 아니다. 이미 사라진 언어의 변화를 억지로 되돌리는 것도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되살리기는 먼저 기억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잊고 있던 네 글자를 다시 살펴보고, 그 글자가 왜 만들어졌으며 어떤 소리를 표현했고 왜 사라졌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해를 미래의 가능성과 연결하는 것이다. 문자에는 과거의 흔적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어떤 소리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결정하는 가능성도 들어 있다. 훈민정음의 진정한 창조성은 세종이 정해놓은 스물여덟 글자를 영원히 그대로 지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소리를 분석하고 원리를 찾아 새로운 표현 방법을 만들어내는 정신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라진 네 글자는 한글의 약점이 아니라 한글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한글은 변화할 수 있었고, 실제로 변화해왔다. 28자에서 24자가 된 것도 그 변화의 결과다. 그렇다면 앞으로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소리와 표현이 등장했을 때 한글이 다시 확장되지 못할 이유도 없다. K-POP 다음은 한글이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질문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K-POP이 세계로 나갔다면 다음에는 한글이 세계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오늘날 세계인은 한글을 단순히 한국어를 적는 문자로만 만나지 않는다. K-POP 가사를 통해 한글을 접하고,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한글 자막을 읽으며, 한국 음식과 패션, 화장품과 브랜드를 통해 한글의 독특한 모양을 경험한다. 한글은 이미 한국 문화의 중요한 얼굴이 되었다. 한글의 조형적 아름다움은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의 영역에서도 새로운 문화적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한글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한글을 단지 ‘한국인이 사용하는 문자’라고 정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의 다양한 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는 확장 가능한 문자로 바라보는 것이다. 세종이 처음 훈민정음을 만들 때도 그 출발점은 기존의 문자에 우리말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말의 소리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 소리에 맞는 문자를 설계하는 것이었다. 오늘날에도 원리는 같다. 새로운 소리를 만나면 먼저 그 소리를 관찰하고, 기존 글자로 표현할 수 있는지 살피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조합이나 새로운 글자의 가능성을 고민하면 된다. 사라진 네 글자는 그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는 과거의 문자와 새로운 기술이 만날 수 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이미 옛한글을 처리할 수 있고, 유니코드에는 ㆍ·ㅿ·ㆁ·ㆆ을 비롯한 옛한글 관련 문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말을 듣고 글로 옮기고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시대에는 문자와 소리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사라진 글자였던 것이 디지털 기술을 만나 새로운 문화적 자원이 될 수도 있다. 한글은 아직 끝난 문자가 아니다 우리는 한글을 완성된 문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 표현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완성되었다는 것은 더 이상 변할 수 없다는 뜻일까. 아니다. 한글의 역사를 보면 오히려 정반대의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한글은 580년 동안 끊임없이 변했다. 창제에서 반포까지 변화했고, 언문에서 국문으로, 국문에서 한글로 이름과 위상이 달라졌다. 글자의 형태와 표기법도 변했고, 일부 글자는 사라졌다. 그러면서도 한글은 살아남았다. 살아 있는 문자는 변한다. 사람들이 사용하고 필요로 하는 만큼 변화한다. 영어도 시대에 따라 어휘와 표현이 변했고, 세계 여러 문자도 언어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모습을 바꾸었다. 한글 역시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사라진 네 글자를 바라보는 것은 한글을 과거에 묶어두는 일이 아니라 한글이 어떻게 살아남고 발전해왔는지를 이해하는 일이다. 2026년은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이다. 580년 전 세종이 백성에게 자신의 말을 자신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생각해야 할 질문은 조금 달라졌다. 세계의 사람들이 한글을 배우고, 한국어를 말하고, 한글로 한국 문화를 접하는 시대에 한글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K-POP이 음악의 언어를 넘어 세계인의 문화가 되었듯이, 한글도 한국어를 넘어 세계인이 배우고 활용하고 사랑하는 문자로 성장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단번에 증명할 수는 없다. 네 글자를 되살린다고 당장 한글이 세계 공용문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가능성을 닫지 않는 것이다. 세종은 당시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자를 만들었다. 그 문자에는 소리를 관찰하고 원리를 발견하며 필요하면 새로운 표현 방법을 만들어내는 창조적 정신이 담겨 있었다. 우리가 오늘 되살려야 할 것은 어쩌면 바로 그 정신이다. 사라진 네 글자에서 한글의 미래를 찾다 『K-팝 다음은 한글이다』는 옛글자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문자에 관한 책이다. ㆍ·ㅿ·ㆁ·ㆆ이라는 낯선 네 글자를 따라가다 보면 훈민정음이 어떻게 탄생했고, 왜 스물여덟 글자였으며, 왜 네 글자가 사라졌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사용해온 한글의 원리와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우리에게 한글을 더 사랑하라고만 말하지 않는다. 한글을 다시 생각하라고 말한다. 한글이 왜 위대한지, 무엇 때문에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한글은 박물관 속에 보관된 완성품이 아니다. 사람들이 사용하고, 시대가 변화하고, 새로운 필요가 생기는 동안 계속 살아 움직이는 문자다. 그렇다면 사라진 네 글자는 한글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의 시작일 수 있다. 24자만으로 충분한가. 새로운 소리가 등장하면 어떻게 적을 것인가. 세계의 언어를 한글로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디까지 열려 있는가. 그리고 세종이 오늘날 살아 있다면 세계의 수많은 언어와 새로운 소리를 만났을 때 어떤 글자를 만들었을까. K-POP이 세계의 무대에서 한국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면, 한글은 그 문화를 담아내는 문자 자체가 세계로 향하는 새로운 길이 될 수 있다. 한글의 세계화는 단순히 한글을 많이 알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한글이 가진 과학성, 창조성, 확장성을 세계와 공유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래서 이 책이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가 되살려야 할 것은 글자 네 개만이 아니다. 그 네 글자를 만들었던 세종의 생각이다. 소리를 관찰하고, 필요를 발견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창조의 정신이다. 580년 전 세종이 백성을 위해 열었던 문자 혁명의 문이 이제 세계를 향해 다시 열릴 수 있다. 사라진 네 글자를 기억하는 일은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한글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묻는 미래의 출발점이다. K-팝 다음은 한글이다. 스물여덟 글자로 시작한 한글은 스물네 글자에 머물러야 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한글의 미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