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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책방
무빙룸 운칠기삼 얼굴없이말하기 엄마의 아름다움 산책의 시간들 내안에 짓는 집 광부의 딸 공동집필 길을 잃는 다섯 가지 방법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낯가리는 독서모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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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를 들고 기억 속 공간들의 문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너무나 많은 열쇠가 이미 내 삶에 도착해 있었다는 사실을. 공포로 얼룩진 자취방에, 꿈에서도 그리운 할머니 집에, 수치심과 죄책감으로 얼룩진 고향집에, 길을 잃고 잘못 들어선 골목길에.” ---p.6 「「서문」 중에서
“그렇다면 책방의 공간은 거대한 서가와 장서량으로 이목을 끄는 게 아니라 우리의 무의식에 지문처럼 새겨져 있는 책의 형식을 닮아야 하는 게 아닐까. 책방은 책과 공간이 처음부터 서로를 은유하며 존재해왔다는 걸 말하는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p.22 「어쩌다, 책방」 중에서 “지옥철을 타고 지옥에 도착한 걸까. 하루 10시간 넘게 주 5일을 성실하게 보내도 더 나은 방을 갖는 일은 요원해보였다. 취업을 하면 안정될 줄 알았지만 여전히 까마득한 미래, 다르게 살겠다고 전공과 다른 일을 선택했지만 뭔가 틀린 것 같다는 생각, 내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불안까지. 나는 저녁도 먹지 않은 채 방을 바꾸기 시작했다. 방을 정리하는 동안만큼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을 잊어버릴 수 있었다. 오늘 입은 옷을 걸어둘 곳, 내일 입을 옷을 꺼내둘 곳, 샤워하러 들어가며 깨끗한 새 속옷을 올려둘 곳처럼 구체적인 장소를 세세하게 정하다 보면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될 것처럼 안심이 됐다.” ---p.33 「무빙룸」 중에서 “어쩌다 책방 운영 매뉴얼의 표지에는 네 글자가 적혀 있다. 운칠기삼. 모든 일의 성패는 운이 7이고 노력이 3라는 원래의 뜻과는 달리 책방에서는 운영이 7이고 기획이 3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20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에서 무슨 운영? 그런 게 왜 필요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좋아하는 책 꽂아 두고 파는 거 아니냐고. 쉬엄쉬엄 책 읽다가 손님 오면 계산만 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나도 책방이 그렇게 쉽게 굴러가면 좋겠다. (…) 이곳은 책방이고 책을 잘 다루는 게 내 일이다. 결국 책방의 일은 책을 큐레이션 한 그 이후부터가 진짜다. 그리고 그게 바로 운영이다.” ---p.41 「운칠기삼」 중에서 “말과 달리 글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 글은 어딘가에 놓여야만 한다. 일기장과 편지지, 포스트잇과 워드 문서, 신문과 책, 심지어 샴푸 뒷면까지도. 책방의 글은 공간의 어느 위치에 놓일지에 따라 분량, 내용, 성격이 모두 달라야 했다. 손님이 책방에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곳에는 이곳을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친절한 뉘앙스의 글을 놓았다. 통로에는 걸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읽히는 글을 배치했다. 서서 읽는 곳에는 짧은 길이의 글을, 앉아서 읽는 곳에는 조금 더 긴 분량의 글을 두었다. 손에 쥐고 읽는 종이에는 강렬한 내용보다는 조금 더 내밀하고 사적인 이야기를 써두었다. 글이 어디에 어떻게 놓여 있는지에 따라 손님들은 다르게 머문다. ” ---p.55 「얼굴 없이 말하기」 중에서 “나는 궁금했다. 엄마가 왜 평생 자신의 삶에 생채기를 내는 그 이름을 바꾸지 않는지, 서러운 유년의 공간을 떠올리게 하는 문을 왜 내다버리지 않는지. 문으로 만든 식탁 앞에 앉은 오늘에야 엄마가 보인다. 엄마는 쓸모없어진 물건에서 기어코 쓸모를 찾아내는 사람, 지우는 대신 기억하는 법을 택하는 사람. 나는 이제야 엄마의 아름다움을 알 것 같다.” ---p.91 「엄마의 아름다움」 중에서 “시골의 밤은 일찍 시작됐다. 자고 싶지 않아도 할아버지가 누우면 그때부터 밤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냥갑 속의 성냥들처럼 한 방에 나란히 누웠다. 할머니는 누운 상태로 천장에서 가지런히 내려와 있는 끈을 딸깍 당겨 불을 껐다. 하루 종일 감자를 깎느라 피곤하긴 했어도 여덟 시는 자기 이른 시간이었다. 누운 채로 멀뚱히 눈을 떠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알 수 없을 정도의 암흑이었다. 산꼭대기에 있는 집에는 한 점의 빛도 닿지 않았다. 몸에 밴 옅은 장작 냄새만이 여기가 어디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p.115 「내 안에 짓는 집」 중에서 “최신 트렌드로 무장한 매장들을 볼 때마다 과연 작은 책방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 이 작은 책이 사람들 눈에 띄기는 할까 걱정만 늘었다. 비슷한 연차의 패션 브랜드들은 사옥을 짓거나 해외로 진출했다. 변함없이 한 자리를 지키며 성실하게 책을 소개하는 것이 책방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자꾸만 책방의 모습에 나를 대입했다. 나만 제자리인가. 나만 정체되어 있나. 주말이 되면 여유로워진 시간 사이로 불안이 스몄고 나는 그 불안을 감당하지 못해 동동거리며 서울 곳곳을 쏘다녔다. 하지만 책방보다 넓고 심지어 앉아서 책을 읽어도 될 만큼 분위기가 좋은 화장실에 들어선 그날 나는 모든 의지를 상실했다. 화장실에 놓인 도톰하고 부드러운 고급 티슈로 눈물을 닦으며 생각했다. 이제 이런 짓은 그만두자고.” ---p.157 「길을 잃는 다섯 가지 방법」 중에서 “전문직으로 공인받지 못하는 일에는 매진하면 안 되는 걸까. 전문직이 아니면 전문적으로 일하면 안 되는 걸까. 나는 직장이 아니라 직업이 갖고 싶었다. 회의에서는 아이디어를 내고 싶었고 할 수 있는 일을 맡고 싶었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지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동료의 약점을 무기로 삼는 게 아니라 어떻게 팀을 이룰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 ---p.179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내가 책을 하나의 공간으로 상상하는 습관이 있는 건 낯가리는 독서모임 때문일지도 모른다. 책의 여백은 내가 아는 장소 중 누군가를 만나고, 알아가기에 가장 좋은 장소였다. 이곳에는 기다림이 있다. 어쩌면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은 기약 없는 답장을 기다릴 수 있을 때, 그의 얼굴이 아니라 등을 바라볼 수 있을 때가 아닐까.” ---p.199 「낯가리는 독서모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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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머문 장소는 어떻게 삶이 되는가
우리는 스스로 공간을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곳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될지까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일 같은 문을 열고 닫고, 책 한 권의 위치를 바꾸고, 익숙한 방의 가구를 이리저리 옮기는 일은 좀처럼 특별한 사건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공간을 사용하는 동안 공간 역시 우리의 행동과 습관을 바꾸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예기치 않은 사건들은 애초에 계획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삶을 이끌기도 한다. 『우연과 상상의 장소』는 우리가 머문 장소를 돌아보며, 그곳에서의 경험이 어떻게 지금의 우리를 이루고 있는지 묻는 책이다. ‘어쩌다 책방’과 ‘작정한 책방’ 사이, 김수진의 유머와 다정함 김수진의 글에는 일상의 사소한 장면을 놓치지 않는 관찰력과 그 장면을 조금 비스듬히 바라보는 유머가 있다. 책의 서문을 쓰면서 가장 먼저 ‘서문은 뭘까. 서쪽에 있는 문? 앞서 있는 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오랜 시간 공들여 서점을 운영하는 모습을 본 친구들에게 ‘어쩌다 책방’이 아니라 ‘작정한 책방’이 더 어울린다는 농담을 듣는 사람. 그에게 유머는 대단한 사건이나 기발한 반전에서 비롯되기보다 익숙한 말의 뜻을 엉뚱한 방향으로 열어보거나, 자신이 진지하게 매달려온 일에서 뜻밖의 우스운 면모를 발견하는 순간에 생겨난다. 그런 문장들을 읽다 보면 저자가 사물을 관찰하는 방식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 사이에 그리 먼 거리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유머의 곁에는 사람과 장소를 오래 바라보는 다정함이 있다. 김수진은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사소한 사건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며, 고향과 가족, 관계와 상실을 이야기할 때에도 감정을 앞세워 독자를 설득하기보다 그곳에 있었던 사물과 풍경, 일상의 구체적인 장면들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때로는 자신의 서투름을 인정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웃어넘기면서도, 그 순간에 느꼈던 감정이나 누군가가 건네준 마음을 쉽게 지나치지 않는다. 그의 글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지나간 시간을 아름다운 이야기로 바꾸기 때문이 아니라, 그 시간을 함께 통과한 사람들의 말과 표정, 사소한 몸짓까지 자신의 기억 속에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열두 편의 산문 곁에 놓인 사진과 날짜가 만드는 또 다른 이야기 『우연과 상상의 장소』는 열두 편의 산문 사이사이에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과 날짜가 적힌 일상의 짧은 기록들을 함께 엮었다. 이 기록들은 본문에 등장하는 장소를 설명하거나 이미 지나간 장면을 재현하기 위한 자료가 아니라, 긴 이야기가 잠시 멈춘 자리에서 다른 시간의 조각을 불러오고 독자가 자신의 속도로 책장을 넘길 수 있도록 작은 틈을 만든다. 어떤 사진은 글에 적히지 않은 풍경을 보여주고, 짧게 남겨둔 문장은 그날의 감정이나 생각을 온전히 설명하지 않은 채 독자 앞에 놓인다. 산문이 지나온 장소를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바라보는 글이라면, 사진과 날짜가 적힌 기록은 그 시간의 한가운데에서 남겨진 흔적에 가깝다. 서로 다른 시점과 형식이 교차하면서 책에는 하나의 연속적인 이야기로 정리되지 않는 시간들이 공존하고, 독자는 글을 따라 읽다가 사진 앞에서 걸음을 늦추거나 짧은 기록을 통해 앞서 읽은 문장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편집 구성은 이 책이 장소를 이해하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우리가 어떤 장소를 하나의 풍경으로만 기억하지 않듯, 이 책 역시 서로 다른 순간에 남겨진 글과 이미지가 느슨하게 연결되면서 한 사람의 시간을 조금씩 드러낸다. 우연을 기다리지 않고, 상상을 실행하는 사람 『우연과 상상의 장소』는 지나온 시간을 하나의 일관된 성장 서사로 정리하지 않는다. 어떤 장소는 떠난 뒤에야 비로소 의미를 얻고, 어떤 기억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으며,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일이 뜻밖의 순간에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김수진은 지나온 시간을 회고하는 데 오래 머무는 사람이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공간이 있으면 가구를 옮기고, 새로운 장소가 필요하면 직접 만들며,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을 조금씩 현실로 옮겨놓는다. 그에게 상상은 머릿속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 손과 발을 움직이게 하는 구체적인 동력이다. 이 책에서 우연은 그저 기다리다 맞닥뜨리는 행운이 아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주어진 조건을 다른 방향으로 밀어보는 사람에게 우연은 새로운 선택의 계기가 된다. 김수진은 모든 일이 뜻대로 되리라 낙관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단념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것을 다시 고치고, 익숙해진 자리를 떠나 새로운 곳에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책은 삶이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돌아보는 기록인 동시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해온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연이 삶에 예기치 않은 변수를 가져온다면, 김수진은 그 변수를 자신의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재료로 삼는다. 그가 만드는 장소들은 그렇게 기다림보다 선택으로, 막연한 바람보다 구체적인 실천으로 조금씩 현실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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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있으면, 흔들리며 나아가는 오늘의 내가 어제와 내일의 나를 가만히 안아줄 수 있을 것만 같다.” - 이제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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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글을 옮기고 집에서는 가구를 옮기는 사람. 김수진에게 왜 무언가를 자꾸만 옮기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도 두서없이 먼 곳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 한승재 (푸하하하프렌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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