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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어떠한 접촉 없이 나에게 닿는 것이다. 어떠한 접촉 없이 나에게 닿는 것이다, 그녀가. 다 채운 담배 개비를 양 손바닥 사이에서 층층이 비빈다. 녹색 옷 사이로 드러난 육중한 갈색 팔. 그녀의 몸은 더욱 육체적이다. 탁자 또한 침대에서 멀리 있는 듯하다. 다가갈 수 없을 정도로 멀리 있다. 그녀가 여기로 온다면, 내 살갗에서 그녀의 살갗을 느낄 것이다. 기다림은 멋진 차원이다. 그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과 무언가가 가능한 어떤 것을 동시에 찾을 수 있다. 상상할 수 없는 것과 상상할 수 있는 것. 이후 우리는 사랑을 나눈다. --- pp.12~13
모든 것이 확장되고, 넓게 열린다. 만약 내가 허락한다면 무한히 넓어질 것이다. 아직은 무한이 아니지만, 무한으로 넓어질 것이다. “당신!” 무언가에 대해 나는 웃어야만 한다. 모든 것을 채울 것 같은, 그칠 수 없는 이 웃음은 뭘까? 어떤 이유에선지 웃음을 그칠 수 없다. 머리 위에서 번쩍인 것이 내 안에서 확장되고, 나 자신의 원초적이고 격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쫙 펴지고 벌려진 나의 입, 그리고 거기서 터져 나오는 포복절도. 그 안에 이미 모든 것을 제압하는, 내 모든 것을 제압하는 힘. 다른 것은 말하고 싶지 않고, 나 자신의 이런 이유 없는 폭소로 인해 내가 얼마나 혐오스럽고 바보 같은지. 이것은 내가 뭔가를 말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런 것. 너에게 하지만 그새 잊어버렸다. 내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이미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바로 나와 동일해져버렸다. --- pp.18~19 내가 원하지는, 전혀 그렇지는 않지만 그녀가 멀어지고 나면 나는 다시 그녀에게 오고 싶을 것이기에, 이런 생각을 하면, 그녀의 몸도, 그녀의 무게도 나는 느끼지 못하지만, 어쨌든 여기에 그녀가 있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옳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말, 그리고 나는 다시 나 자신의 심연으로 추락했고, 나 자신을 잃었으나, 나는 그녀를 원한다. --- p.23 장면이 펼쳐진다. 우리는 방 가운데에서 서로를 껴안고 있다. 방, 다시 그 방이다. 그녀의 머리가 내 어깨 위에 있지만, 나는 느끼지 못한다. 우리가 누웠던 침대. 열린 발코니 문, 그 앞에는 카펫. 밤의 불빛. 밖은 어둡다. 밤. 방 안 침대 위에 불빛이 비친다. 그러면 이 불빛과 이 어둠은 우리가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었던 그 밤과 동일한가? 그렇다. 나는 기억한다. 이 밤은 낮게 윙윙거리는 소리로, 무거운 부유(浮遊)로 시작되었고, 볼 수 있는 것을 다시 보기 위해 나는 지금 여기에 되돌아왔다. 그사이에 시간이 흘렀지만, 그 시간은 나의 내면에서 경과한 것이고, 실제로는 동일한 밤이므로 아마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밤, 변하지 않는 그 불빛과 함께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고 믿었지만,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것들을 나는 믿었던가! 움직이지 않는 무위 속에서, 웃음에서 죽음까지. --- pp.70~71 상상의 진실들. 나는 이것을 기억한다. 여기, 이 공간의 모든 것에 대해 나는 안다. 우리는 그걸 피웠다. 어쩌면 너무 많은 양을. 너무 많은 양을 피웠다는 것 또한 나는 알고 있다. 우리가 그걸 피웠을 때, 이는 아직 실제였다. 그때 시작되었다, 그랬던 그때에. 순환의 입구는 성(性)이다. 그녀가 느끼지 못하고, 그녀에게 닿지 못한 나의 성이다. 또는 그녀에게 나의 성이 닿지 않았다고 그녀가 거짓을 말하는 것인데, 왜냐하면 그녀는 그 순환의 더욱 안쪽으로 나를 끌어당기려 하기에, 최종적으로 그녀는 내가 출구를 찾는 것을 원하지 않고, 마침내는 나를 삼키려 하기 때문에, 그래서 그녀는 내가 그녀와 함께 여기 있기를 원한다. --- pp.84~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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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영원의 가능성에 대한 불온하고도 낭만적인 탐색전!
사랑은 왜 그 안에서 사랑 그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가 나더쉬 피테르의 『세렐렘』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작품이다. 소설의 전통적인 형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이 작품은,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는 주인공의 의식을 따라가는 단일 구조의 파격적인 소설이다. 그런데 그 단순한 구조가 품고 있는 감각의 갈래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환각 상태 속에서 주인공 ‘나’는 온전한 정신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동시에 환각으로 인해 엉켜가는 생각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곱씹는다. 헤어지자는 말을 전하기 위해 연인의 아파트를 찾은 남자. 그러나 그녀의 얼굴을 본 남자는 절대 그녀에게 이 말을 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가 건넨 마리화나를 피우며 남자는 존재와 무, 삶과 상상, 생과 사의 경계에 접근한다. 깊은 수렁 속에서도 의식의 끈을 붙잡으려 애쓰던 남자는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얼마나 치명적으로 허약한가’ 하는 깨달음에 도달한다. 방 안과 발코니에 이르는 한정된 실제 공간 속에서 때로는 마리화나에 취해 나른하게 가라앉은 듯, 때로는 차원을 넘어 이동하는 듯 비정형의 의식 공간을 넘나드는 이 소설은, 사랑과 존재, 시간, 죽음에 이르는 사유를 마치 추상적인 점묘화처럼 펼쳐 보인다. 분절된 시간 속에서 전율하는 사랑의 언어 이 소설에서 줄거리를 파악하려는 노력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작가가 이끄는 대로 의식의 흐름을 충실히 따라감으로써 소설을 읽는 희열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나더쉬 피테르는 의식에서 무의식으로 흐르는 길을 친절하게 안내하지 않는다. 때때로 불협화음 같은 분절과 반복이 되풀이되는데, 그러한 불친절한 안내는 주인공이 느끼는 환각의 감각을 정확하게 묘사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써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애달프다. 몸과 몸, 시간과 시간, 공간과 공간 사이의 간격을 메우고 싶은, 이해하고 싶은 몸짓이기 때문이다. ‘나’는 연인 에바와 아주 조금의 간격도 없이 밀착되고 싶어 하는 동시에 그녀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고, 실제의 시간과 인지하는 시간을 혼동하며,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공간과 바라보는 공간, 상상하는 공간을 혼동한다. 나더쉬 피테르는 이렇듯 몽환적인 의식 상태를 시각적이고 의도적인 행갈이와 단어 배열을 통해서 극대화시킨다. 이 장치는 마치 작가의 머릿속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 같은 효과를 준다. 끊기고 이어지는 단어의 배열은 의식의 공간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낸다. 화자의 환각 상태를 정확하게 그려내기 위해 작가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 셈이다.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상상인지 모호해지는 경계 속에서 실제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마치 주인공의 의식 속에 빨려들어간 듯 ‘다음 문장에서 무엇을 느낄 것인가’, 그래서 ‘이 소설은 결국 어디에 이를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책장을 넘기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완벽하게 몰입시키는 소설이다. “최면에 걸린 듯이 아름다운 소설.” ― 데일리 텔레그래프 “로맨틱하면서도 고뇌에 가득 찬 실험적인 작품.” ― 선데이 타임스 “어느 틈엔가 시에서 산문으로 미끄러진다. 나더쉬는 사랑과 두려움이 뒤섞인 강력한 공기를 창조해냈다.” ― 스코틀랜드 온 선데이 “놀라운 작품.” ― 슈투트가르터 차이퉁 “나더쉬 소설에서 자기 분석과 분열의 과정은 매우 역동적이며, 이런 경향은 『세렐렘』에서 그 정점을 찍고 있다. 시간을 찾아 헤매는 화자는 『돈키호테』의 다음 진술을 연상시킨다. ‘광기란 곧 계속된 시간과의 불화이다.’” ― 벌러서 피테르 “서정적인 관능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 더 부다페스트 선 “나더쉬 피테르가 단단하게 꼬아놓은 문장을 푸는 일은 독자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보상을 제공할 것이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세렐렘』은 첫 줄부터 소설 속 세계에 깊이 몰입할 것을 요구한다.” ― 지오그래피 오브 리딩 “나더쉬 피테르는 톨스토이에게 당혹감을 안길 소설 쓰기 방식을 보여준다. 그러나 톨스토이는 이미 죽었고, 지금 우리는 나더쉬의 시대에 살고 있다.” ― 더 슬레이트 “공간, 시대, 순간이 이토록 생생히 나타나도록 만드는 일은 최고의 문학만이 해낼 수 있는 과업이다. 나더쉬 피테르는 바로 그것을 완수했다.” ― 월드 리터러쳐 투데이 “나더쉬는 전통적인 스토리텔링 법칙을 거부하고 실험적인 형식을 도입함으로써 소설의 진정한 목표를 추구할 자유를 획득했다.” ― 더 시카고 리뷰 “나더쉬의 소설을 가장 급진적으로 만드는 것은 성(性)적인 것이다.” ― 텔레그래프 “나더쉬 피테르의 매력적인 작품은 종종 독자의 체력을 방전시켜버린다.” ― 뉴욕 리뷰 오브 북스 “블로흐와 무질의 슬로모션에 매료된 독자들이라면 분명 이 소설에 열광할 것이다.” ― 가디언 “관건은 약에 취한 이 여행을 얼마나 느낄 수 있느냐이다.” ― 뉴욕타임스 “죄책감과 불안증이라는 경험.” ― 뉴요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