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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집에 가서 죽는다
결혼 게임 세 갈래 길에서 엄마의 당부 달리는 아늑한 가짜 작가의 가짜 이야기 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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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원래 온순하고 견고하다.
그 사랑을 지탱해 줄 것들이 우아할 때만. --- p.9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닿지 않는다. 나 역시 그랬다. 우리 사랑이 다했고 어느 날 동났음을 알게 되어 놀랐을 뿐이며, 그냥 다 끝났던 것이다. 사랑이 다해서 끝난 순간, 그 순간이 나에게 처음일 뿐이었다. --- p.40 어쩌면 그녀는 마음의 바닥에서 기대했던 것 같다. 가까운 나중에 전화 올 사람을, 그녀의 안부를 묻고 소소한 궁금증을 전할, 저녁을 뭘 먹을지, ‘그건 싫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좋더라’고 말할 평범하고 잔잔한 무언가를, 굳이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도 그 필요성을 곱씹고 있었나 보다. --- p.71 - 악수라도 할까. 이렇게 마주 보는 건 마지막일 텐데. 푹 꺼진 시선으로 최소한의 입술만 움직이는 나를, 연수는 아주 잠시 빤히 바라보고는 그대로 돌아섰다. 그 순간 연수의 손가락 모양을, 그 끝에 매끈하게 깎여 있는 동그란 손톱을 한 번 더 볼 수 있길 바랐던 건 미련이 남아서였을까. 5년을 함께 살았고 우리는 헤어졌다. --- p.89 가게 안에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여름에 들을 법한 시원한 음악이 흘러나왔고, 나는 전혀, 연수 생각이 나지도 않았다. 대화의 텀이 생길 때는 눈앞의 한나를 바라보았고 눈이 마주칠 때마다 손을 뻗어 한나를 안고 싶었다. --- p.112 그런데 있잖아. 한 집에서 오랫동안 함께한 가족이, 그러니까 가까운 사람일수록 사람을 향한 마음은 희한한 것 같아. 가족이라지만, 그러하지만 서로 다른 세월이 흘러서겠지. --- p.125 엄만 마치 자랑스러운 역사를 말하듯 속삭였다. 그때 아빠 월급이 얼마였고 월세가 얼마였으며 콩나물이 얼마였는지를 설명했다. 살면서 몇 번이나 들었던 이야기라 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월세와 반찬값, 정작 당신의 삶이 없는 시간들이 추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어떤 여인을 가엽게 여기면서. 가족이 전부라고, 희생의 뜻도 모른 채 우리 가족이 최고라고 말하는 그 갸날픈 억척스러움에 대하여 생각해 보면서. --- p.160 어쩌면 이때부터인지도 모르겠다.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한 갈구, 표현할 수 없는 마음 아래의 어떤 감각, 좁은 다리 너머의 그것들을 보고 싶은 욕망, 완벽한 평화를 벗어나 정방향을 거스르고 싶다는 불안을 향한 질주가 시작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 p.173 우연이라면 그러하겠지만, 그 후로 아주 오랫동안 옥희와의 연락이 끊겼다. 모임을 나가지 않으면 바로 끊어지는 인연, 언제부터 연락하지 않았는지 정확히 짚어볼 수 없는 사이, 우린 그런 사이쯤이었다. --- p.239 하지만 굳이 발톱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진심도 진심이라면 기어코 전해지리라 나는 믿는다. 진심에 발톱 같은 건 없으리. 이것이 오만이라도 편견이라도, 멍청한 열정이라도 어쩔 수 없다. --- p.2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