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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2768명의 마음을 그리다 내면초상화의 시작 내면초상화의 추억 작업할 때의 마음가짐 2부 새싹처럼 돋아나는 마음들 파도에 흔들리는 마음들 길을 잃은 마음들 색색이 다르게 빛나는 마음들 행복알갱이로 빼곡한 마음들 아름답게 어우러진 마음들 열매처럼 익어가는 마음들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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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들여다본다는 것, 자신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 자신에 대해 더 알아가는 것, 그것은 치유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을 아름답게 가꿔 나갈 힘을 가지고 있다. 지금 주저앉아 있다면, 자신을 일으켜 세울 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은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과 친해지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내면초상화는 사람들이 자신과 마주앉는 과정을 돕고 있었다.--- p.29 모든 마법은 그 작은 테이블에 설명판을 걸어 놓으면서 시작된다. “안녕하세요, 저는 시를 그리는 사람 초선영입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한 단어’를 주세요. 내면초상화를 그려드리겠습니다.” …… 흔히들 묻는다. “내면초상화라니 사람들의 내면을 볼 줄 아시는 건가요?” 아쉽게도 내게 그런 능력은 없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표현하면, 그것을 글과 그림이라는 언어로 바꾸는. 내가 하는 일을 나는 ‘번역’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내면초상화를 통해 내가 다른 이들의 마음을 읽는 것 이 아니다. 사람들 스스로가 자신을 표현하고 들여다보도록 나는 그저 돕는 일을 하는 것이다. --- p.33~34 부족한 점이 있으면 그로 인해 다른 면이 발달한다. 달팽이는 귀가 없기 때문에 다른 면이 발달하였다. 그렇듯 모든 면에 뛰어난 사람도, 모든 면에 형편없는 사람도 없다. 어느 한쪽에서 부족하기도 하고 어느 한쪽에서는 좀 더 갖추고 있기도 하다. 똑같지 않은 그 삐죽빼죽함이 달팽이가 살아가는 방법이고, 또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이다. 나는 달팽이를 닮은 그녀를, 사람들을 생각하며 내면초상화를 그려 갔다. 왼쪽의 동그라미는 동글동글 온전해 보인다. 그 옆은 동그라미에서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 있는 모양이다. 떨어져 나간 부분 때문에 온전한 동그라미의 형태는 아니다. 하지만 그 떨어져 나간 부분은 동그라미였던 부분의 위에 올라가 뿔처럼 붙어 있다. 세 번째의 가장 오른쪽에 있는 모양은 그렇게 두 부분이 동그라미에서 떨어져 나가, 위에 더 높은 뿔처럼 붙었다. 온전함의 형태는 여러 가지다. 우리는 모두 다른 모습으로 온전하다. 부족한 그 부분만큼 다른 부분에서 빼어난, 그래서 하나밖에 없는 그녀는 지금 그대로 온전하다.--- p.104~105 마음이 파도처럼 일렁일 때가 있다. 그리고 그 파도가 떨어지는 폭이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때가 있다. 사람이 항상 즐겁고 기쁘기만 할 수는 없다. 기복이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럴 때 자신이 힘들다는 사실을 자각해야만 그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후에는 자신이 우울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해결책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자신의 마음을 자주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지금 즐겁구나’, ‘나는 지금 울적하구나’, ‘나는 이럴 때 행복하구나’, ‘나는 이럴 때 몸과 마음이 가라앉는구나’…. 내면초상화를 그리는 사람들이 치유받는다는 느낌이 든다고 하는 것도 내면초상화가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기 때문이다. 내면초상화를 그리는 나 또한 나 자신을 자주 들여다보고 살펴야 할 것이다. --- p.122 모든 일의 시작은 큰 포부나 계기가 아닌 ‘한 발자국’으로부터 시작된다. 그의 한 발자국, 그건 앞으로 나아갈 모든 발자국을 담고 있었다. 소년이 내딛은 한 발자국은 자신을 ‘괴로움’에서 ‘따뜻한 사람’으로 변화시켰다. 나도 어느새 소년의 내면초상화를 그리며, 사람들의 내면초상화를 그리며 훌쩍 커 있었다. 처음에 그저, 단순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한 단어를 받아 그것을 그려내던 ‘제멋대로 초상화’는 많은 소통을 거쳐 나를 성장하게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 내는 ‘내면초상화’가 되었다. 요즘은 얼굴에 절로 웃음꽃이 핀다. 거울을 보면 나 자신이 행복해 보인다. 사진 찍는 것을 본디 싫어하던 나는, 나의 행복한 모습을 남기고 싶어 이제 가장 환한 얼굴로 매일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다. --- p.2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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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그려드리지만,
힐링은 셀프입니다 파란색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젊은 여자가 길거리에 앉아 있다. 간이 테이블을 앞에 두고 색연필로 무언가를 그리고 있다. 이게 뭐죠? 지나가다가 궁금해 묻는 사람에게 여자가 대답한다. 자신을 표현하는 단어를 말씀해 주시면 제가 내면초상화를 그려드려요. 자신을 표현하는 단어라니. 질문한 이는 잠시 멈춰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생각 끝에 내놓은 단어로 둘은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 끝에 여자가 완성한 그림을 건넨다. 초상화를 건네받은 사람이 돌아선다. 길을 간다. 얼마 후 테이블로 달려와 고맙다는 말과 함께 마실 것을 전한다. 이것은 7년 넘게 각지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선물해 온 내면초상화가 초선영의 거의 매일의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을 이 테이블 앞에서 보내며 종이 위에 그려진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고서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인다. 그리고 이 순간, 익숙하지만 새로운 행위가 우리 삶으로 들어온다. 마음을 보고, 그것을 그리는 일이다. 우리는 모두 자기 스스로에게 기지(旣知)인 동시에 끝없는 미지(未知)다. 나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이유다. 나를 표현하라고? 내 마음이 어떠하냐고? 내 안에 있으므로 나 자신밖에 답할 수 없는 그 질문들에 우리는 비로소 방향을 바꾸게 된다. 늘 바깥으로만 향하던 시선과 감정을 나에게로 돌린다. 그리고 바로 지금 이 순간 내 머릿속을 지나가는 것을 포착한다. 지금 내 마음을 흔들고 있는 것을 꺼내놓는다. 이제 힘이 생긴다. 나를 들여다보는 힘, 나를 돌볼 수 있는 힘. 나에게 오지 않던 것들이 이제야 나에게 온다. 슈테판 츠바이크도 말한바, “자신에게 한번 솔직했던 사람은 영원히 솔직하며, 자신의 비밀을 알아낸 사람은 모든 사람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으므로 앞으로 영원히, 나의 시간은 내가 인식하는 삶으로 꽉 채워진다. 여덟 살의 무지개 자신을 표현하는 단어를 물었을 때 여덟 살 꼬마 휘가 내놓은 단어는 무지개였다. 작가가 넘겨 짐작하기를 예쁘다거나 신기하다거나 하는 이유를 댈 줄 알았는데 아이의 대답은 달랐다. “무지개는 비 오고 난 다음에만 보이잖아요.” “그럼 휘도 무지개처럼 항상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는 말인가요?” (본문 196쪽) 그렇다고 하고 덧붙인 한마디는 “내 마음”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내 마음이 보인다”는 말. 이 말은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저암 유한준 선생의 말과 과연 다른가. 자신을 들여다보고 생각을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모두 철학자가, 시인이, 문장가가 된다. 나이나 성별, 직업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차원에서 저마다의 삶을 산다. 거리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림을 그리면서 내면초상화가 초선영은 그만의 방식으로 철학을 전파하고 있다. 한 발자국, 그것은 모든 발자국 사는 게 괴롭다는 청년. 고민이 많고 잠도 잘 수 없어 매일매일이 끔찍했던 청년. (본문 291쪽) 자신을 표현하는 단어로 ‘괴로움’ ‘방황’을 내놓던 청년이 열 번째로 내면초상화가를 찾아와 내놓은 단어는 마침내 ‘한 발자국’이었다. 이는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 필요한 발자국이 아니다. 자신에게로 가기 위한 발자국이다. 정기적으로 내면초상화를 그리며 점점 밝고 긍정적인 단어로 바뀌어감과 동시에 청년은,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은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괴로움이라는 단어에서 따뜻함, 좋은 사람…으로의 이 변화는 그러나 내면초상화가 이루어낸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해낸 것이다. 자신은 “내면초상화 그림보다는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것이다”라고 하는 초선영 작가의 말처럼,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고 들여다보는 오로지 본인, 자신만이 스스로를 치유하고 구원할 수 있다. 초선영 작가가 사람들의 마음은 그려 주지만, 그후에 힐링은 어디까지나 셀프다. 왜 그러고 사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좋은 대학 나와서, 남들 따라가지 않고 왜 굳이 힘든 길을 가느냐. 무섭지 않느냐. 후회하지 않느냐. 앞으로의 미래가 두렵지 않느냐. 왜 그러고 사느냐.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는 초선영 작가가 이상해 보이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그때마다 작가는 대답했다.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면 굶진 않을 거”라고. “받을 것보다는 줄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며 살다 보면 다 되겠지 싶다. 먼저 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쓰임받는 사람이 된다면 어떻게든 주고받으며 살아가게 될 것이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비현실적인 사람은 비현실적으로 살아가기 마련이니까.”(본문 78쪽) 작가가 말하는 비현실적이라는 말은 ‘허무맹랑’과는 다르다. 삶에 반드시 따라야 할 룰이 있고, 현실적인 조건이 있고, 우리 모두 ‘진짜’라고 생각하는 어떤 진실이 있다고 우리는 암묵적으로 생각하지만 초선영은 다르다. 삶에는 반드시 따라야 할 룰 같은 건 없고, 현실적인 조건은 환상이며, 진실은 찾기보다는 각자의 영역에서 만들어 내는 것임을 믿는다. 사람은 변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세상은 좋은 곳이 될 수 있음을 믿는다. 나아진다면, 수치는 0.00001밀리리터여도 상관없음을 믿는다. 그 믿음이 바로 작가가 7년 동안 남들이 보기에 ‘비현실적’인 삶을 살게 한 동력이다. 그러나 안정된 직장과 높은 연봉은 우리의 행복을 담보해 주지 못하는 이 ‘현실’에서 아무리 승진해도 부족하고, 아무리 많이 벌어도 부족한 이 ‘현실적’ 틀에서 왜 그러고 사느냐는 질문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 건 당연하다는 ‘비현실적’인 대답을 하는 그는 어떤 면에서 지극히 현실적이지 않은가. 이민, 헬조선 탈출을 부르짖으면서도 영원히 ‘안정’과 ‘직장’과 ‘연봉’으로 불안하고 불행한 삶을 지속하는 것이 남들이 가는 길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