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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탈출
2. 현해탄은 말이 없다 3. 사랑과 상실 4. 도쿄의 빛과 그림자 5. 옴마니반메훔 6. 여럿이서 혼자서 7. 못다한 정 8. 어머니의 길을 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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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서는 기구하다고 할 만큼,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었던 어머니는, 타락이냐 자살이냐의 기로에서 해탈을 향해 나아갔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화기에 신여성들은 자유연애의 시행착오에 따라 정신적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윤심덕이나 나혜석, 김명순 같은 사람들이 그랬다, 그들은 끝내 그 수레에서 헤어나지 못했지만, 어머니는 불문에 귀의하여 새로운 정신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비장한 각오로 머리를 깎았기에, 나의 존재를 정진에 방해가 되는 <라울라>로 여길 수밖에 없었으리라. 어머니의 작은 나를 버리고 큰 나를 찾게 되는 과정을, 성인이 되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나는 어머니가 내게 어떤 모진 아픔을 강요했어도, 나에게 예술적인 재능의 피를 물려준 것만으로도 감사를 드려야 하리라. 어머니는 입산할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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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이 책은 제목과 일당스님의 사모(思母)의 마음 때문에 소설이라기보다 에세이집처럼 생각할 우려가 있다. 물론 책의 전반에 흐르는 사모의 마음은 절대적인 것이나, 이 책이 자전소설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른 말로 소설로서의 읽는 재미를 충분히 살리고 있다는 뜻이다. 제1장 ‘못 이룬 사랑의 애물 라훌라’는 어머니인 일엽스님과 아버지 오다 세이조의 만남과 이별의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자식으로서의 입장을 배제한 채 3인칭시점으로 기술되어 국경과 신분을 뛰어넘는 한 편의 멜로물을 보는 듯이 낭만적이고 재미있다. 2장부터는 1인칭시점으로 전환되어 스님의 일대기가 펼쳐진다. 스님의 이야기는 크게 출생의 비밀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지새우던 유년기, 그리고 해방 이후 이념의 대립 속에 겪게 되는 모진 수난의 청년기, 마지막, 어머니 나라에 대한 그리움을 버리지 못해 이 땅을 밟기 위해 노력한 장년기로 나눌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을 만큼 하나하나의 사건들이 굵직굵직하고 흥미롭다. 또 만해 한용운, 서재필 박사, 운보 김기창 등 이야기 중간 중간마다 등장하는 누구나 알 법한 유명인사들의 이야기도 읽을거리다.
한마디로 이 책은 역사의 비극이 어떻게 한 개인의 운명을 좌우하는가를 보여주는 일대기인 동시에 장대한 역사소설이다. 일제 치하에서 시작하여 해방 직후의 이념논쟁, 6.25의 비극이 광복절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우리의 눈시울을 적시며 민족의식과 역사의식을 환기시킨다. “대한민국~”을 부르짖던 전국민의 함성이 귀에 쟁쟁한 지금, 진정한 내 나라와 내 민족에 대한 자각을 일깨운다 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삶의 질곡마다 행하고 생각해온 팔십 노스님의 소박한 인생담론이 담긴 불서(佛書)라고도 볼 수 있다. 팔십을 맞아 회고하는 스님의 어투 속에는 참다운 인생살이에 대한 깨우침과 달관된 인생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 한때 스님은 조총련계로 몰려 근 20년 동안 한국 땅을 밟지 못했었다. 지금은 우리 나라 미술협회의 여러 곳에서 고문을 맡고 있을 만큼 적극적으로 어머니 나라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그것도 참으로 오랜 세월의 기다림 끝에 이루어진 일이다. 어찌 됐든 사모(思母)의 향기를 담고 있는 이 책 속에는 어머니의 나라에서 한국인으로 살기를 소망하던 한 개인의 일생이, 일본에서 위대한 화가로 거듭나기까지의 한 한국인의 위대한 영혼이 녹아 있다. 스님이 일본에서 화가로 활동하면서도 김태신(金泰伸)이라는 한국 이름을 사용하여 활동해온 점이야말로 이에 대한 가장 큰 증거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