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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의 커다란 사이즈의 양장으로 제작된 190페이지의 만화 〈카닌 드 루(CANINE DE LOUP)〉가 출판되었다. 2014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글로벌 장편만화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이기도 한 〈카닌 드 루〉는 프랑스 크레아뽈(creapole)에 재학중인 YAKSU 작가의 신작이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창작과를 졸업한 YAKSU 작가는 프랑스에 유학해 현재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프랑스 현지에서 만화를 배우고, 그리며 “유럽에서도 웬만큼 만화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은 저 먼 나라의 ‘닌자’라는 용어를 알고, 흥미를 가진다는 것에 적지 않게 놀랐다. 프랑스 아이들이 ‘닌자’를 알게 된 것은 오롯이 프랑스에서 팔리는 일본만화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한국의 영웅을 소재로 한 만화를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카닌 드 루(CANINE DE LOUP)〉는 동서양의 만화 스타일을 혼합한 판타지 만화다. 풀 컬러로 작업된 작화는 흑백 중심의 동아시아 만화와는 다르지만 연출은 프랑스 만화보다 동아시아 만화와 닮아있다. 혼란스럽던 세상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절대자가 오고, 사람들은 이 절대자를 ‘치우천왕’이라 부른다. 어느 날 치우천왕이 갑자기 사라지고 유성비가 내린다. 유성이 떨어진 곳에 강력한 에너지를 내뿜는 암석이 발견되고, 사람들은 이 암석을 ‘치우’라 부르며 서로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벌인다. 사람들은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치우의 힘을 이용한 ‘마병’ 이라는 괴물을 만들어내고, 결국 자신들이 창조한 이 괴물에게 쫓겨 고립되고 만다. 사람들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지막 남은 치우들을 50조각으로 나눠 ‘케르베로스’라는 초인부대를 만든다. 이 ‘케르베로스’는 ‘마병’과 같은 인체실험의 산물이지만 사명감과 긍지를 가지고 목숨을 다해 나라와 인간들을 지켰다. 그러던 어느 날, 케르베로스 부대를 총괄하는 크라우스 장군의 배신으로 동료를 잃은 아란이 복수에 나선다. 만화 속 인물들의 상당수는 동양풍 복식을 하고 있다. 왕이 사는 곳도 서양의 성이 아닌 동양의 궁궐이다. 설정은 이렇지만 구체적인 역사가 개입되지는 않는다. 서양 독자들이라면 신비롭게 느낄 동양풍 스타일은 〈카닌 드 루〉의 독특함이라 할 수 있다. 〈전설의 주먹〉, 〈2024〉, 〈신사의 집〉 등의 스토리를 쓴 스토리 작가 이종규는 〈카닌 드 루〉를 “동양의 전형적인 판타지 만화와 유럽 판타지 만화가 가진 전통이 어떻게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오래된 고민에 대한 작가의 실험과 노력이 드러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만화평론가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는 “펼친 페이지나 풀 페이지 컷, 그리고 액션 시퀀스에서 사선으로 칸을 나누는 연출은 프랑스 만화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동아시아 만화의 스타일”이라고 평가하며, “만화의 스타일도 프랑스와 한국, 서양과 동양의 하이브리드”라고 평가했다. 작품의 제목인 〈카닌 드 루(CANINE DE LOUP)〉는 ‘늑대 송곳니’란 뜻이다. ‘늑대 송곳니’는 작품 속에서 여러 가지 상징으로 활용된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카닌 드 루〉가 프랑스 보다 한발 앞서 한국에 출간되었다. 동아시아 만화와 서구 만화를 혼성하려는 독특한 시도는 성공 여부를 넘어서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