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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에 부쳐
시작하며 제1부 공공성: 이념과 현실 제1장 ‘공공성’의 위치 1. ‘공공성’을 둘러싼 최근의 담론 2. 공공성과 공동체 제2장 공공성과 배제 1. 공공성에의 접근 2. 대항적 공공권과 고독 제2부 공공성의 재정의 제3장 시민사회와 공공성 1. 계몽=공공성의 프로젝트 2. 시민적 공공성 3. 합의 형성의 공간 제4장 복수성과 공공성 1. ‘현상’의 공간 2. 공통세계와 의견의 교환 3. 사회적인 것에 대한 비판의 함정 제5장 생명의 보장을 둘러싼 공공성 1. 욕구를 해석하는 정치 2. 공공적 가치와 사회국가 3. 사회국가의 변용 4. 사회적 연대의 재생을 둘러싸고 제6장 친밀권과 공공권 1. 친밀권의 발현 2. 친밀권과 공공권, 그리고 가족 3. 친밀권의 정치적 잠재성 제7장 주체와 공공성: 삶/생명의 복수적 위상과 공공성의 복수적 차원 기본 문헌 안내 저자 후기 옮긴이의 후기 |
Junichi Saito,さいとう じゅんいち,齋藤 純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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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공성, 누구의 것인가?
한국에서 시민들이 ‘공공성’(公共性, publicness)이란 말을 적극적으로 사용해본 적이 있었던가? 오히려 ‘공공성’은 시민의 권리 주장이나 이의 제기를 거부하기 위하여 국가가 사용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에 변화가 오고 있다. 국가는 ‘공공성’을 독점할 수 없고 공공성의 한 부분일 뿐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이러한 인식 변화의 가운데 서 있고 이 화두에 대한 개념적, 실제적 혼란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공공성’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국가와 서로 다른 사회 영역들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효율성이 강조되면서 ‘공공성’을 내세우던 사회 조직들이 경쟁의 장(場)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경쟁의 심화로 공공성이 훼손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지금, 이 땅에서 언론·교육·경제·의료를 비롯한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는 첨예한 대립의 밑바닥에는 ‘공공성’을 둘러싼 시각의 차이가 깔려 있다. 2. ‘공공성’과 민주주의 지금, 한국 사람들은 사회 현상에 대한 풀 길 없는 불만과 울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사회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인지에 대해 합리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구조는 희박하다. 그 결과가 2008년에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집회였다. 민주주의의 위기이기도 하고 건강한 사회의 위기이도 한 이 시점에서 ‘공공성’에 관한 논의는 올바른 정치체제와 사회구조를 다시 세우기 위한 좋은 시작점이다.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조직적인 배제가 없고 그 의사결정이 공공적 이유에 의해서 정당화될 수 있어야 이견을 가진 소수자도 승복할 수 있다. 따라서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은 민주적 정통성을 세우고 민주적 통제의 틀을 만드는 데 중요하다. 3. 민주적 공공성을 위하여 1990년대 중반 버블 붕괴 이후 일본에서 신자유주의 담론과 민족주의 담론이 동시에 팽창하면서 우경화가 진행된다. IMF 사태 이후의 한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존재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 사이토 준이치는 공공성을 후퇴시키는 신자유주의적 흐름에 저항하면서 동시에 공공성을 횡령하려는 공동체주의, 민족주의적 공공성 담론과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저자는 칸트와 합리적 의사소통을 주창했던 하버마스의 이론을 공공성 회복의 시작으로 삼는다. 그리고 아렌트의 이론을 원용해 공공성이 강조되면서 인간의 개별성이 무시되는 상황을 극복하고자 한다. 또한 저자는 정교한 이론적인 논의를 진행하면서 신자유주의 아래서 효율성과 경쟁, 자기 책임의 강조 때문에 타자로부터 고립시켜 무한 경쟁의 장에 빠지게 된 개인을 구하려는 실천적 함의를 끌어내고 있다. 공공성이 후퇴함에 따라 인간관계는 박탈되고 빈부 격차는 커지고 사회보장(social security)은 축소된다. 반면에 공권력 중심으로 이동하는 치안보장(public security)에 대한 관심은 커진다. 하지만 그러한 사회에서의 인간은 효율성의 논리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기에 민족주의나 공동체주의에 몰입하거나 자기애에서 비롯된 자기 가족, 혹은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에 대한 열광으로만 삶을 몰아간다. 그래서 저자는 사회적 안전망을 복원하는 것 못지않게 구체적인 타자에의 관심과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 독자들은 ‘공공성’의 이념과 철학을 자세히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더 큰 의미는 ‘공공성’의 이론적 작업에만 멈춘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깊이 있고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성’을 시민의 것으로 돌리고 그를 통해 민주주의와 민주정치를 회복하는 길, 그리고 사회보장과 인간성 회복에 이르는 길에 대해 궁금한 독자들이여, 여기에 그 실마리가 놓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