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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며_드라마에게, 내 삶의 사람들에게
I. 살다 보면 입맛이 쓰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 그들이 사는 세상 정의를 위하여 살아서, 물으라 | 추적자 사랑보다 일을 사랑하는 그녀들에게 | 캐시미어 마피아 그럼에도 계속 경기를 뛰어야 할 이유 | 그레이 아나토미 솔직해서 비겁한 | 뉴스룸, 골든타임 누구의 잘못이 없어도 연애는 끝난다 | 달콤한 나의 도시 이별의 진실과 마주하는 순간 | 고맙습니다 그가 남긴 이별의 쪽지 한 장 | 앨리 맥빌 두려움 때문에, 후진 사랑 | 그저 바라보다가 II. 때로는 괜찮다 싶을 때도 있고 내 방식대로의 사랑 | 신사의 품격 가장 낯선 이의 위로 | 아내의 자격 사랑의 역사는 함께한 끼니의 역사 | 발리에서 생긴 일 사촌오빠처럼 안전한 남자들 | 천일의 약속 우리는 정말 친할까? | 보스턴 리걸 말이 안 되는 걸 되게 할 만큼 힘센 사랑 | 거짓말 사랑과 우정의 경계 | 9회말 2아웃 퍼즐처럼 성실하게 맞춰나가는 부부 관계 | 굿 와이프 동전들의 기억 | 시크릿 가든 III. 어쩌면 장밋빛일지도 몰라 여자들의 우정 키워드, ‘카페’와 ‘칭찬’ | 섹스 앤 더 시티 비굴하지 않게 행복해지기 | 여인의 향기 운명의 짝은 어딘가에 있다 | 내 이름은 김삼순 네가 남자건 외계인이건 | 커피프린스 1호점 좀 더 나은 사랑을 위해 | 연애시대 사흘만큼 허락된 사랑 | 지붕 뚫고 하이킥 결과적으로 운명 | 최고의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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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가볍게 살고 싶지만 아무렇게나 살고 싶지는 않은’ 나의 소망에 부합하는 장르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드라마는 삶과 비슷했으니까. 드라마는 삶의 결을 가장 섬세하게 잡아낼 수 있는 형식이라고 나는 믿었다. …… 나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드라마는 삶과 비슷했지만 또한 삶이 아니었다. 드라마 PD의 삶이 멋지고 자유로울 것이라는 예상도 틀렸다. …… 드라마가 삶을 다룬다고 해서 삶을 살아내는 데 더 능숙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드라마 PD가 된 후에도 여전히 삶이 던져주는 숙제에 허덕였고, 감정적인 문제에 서툴렀다.
_「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에서 그래서 오늘처럼, 지나온 시간이 아득해지고, 이 진흙투성이 경기장에서 여전히 뛰고 있는 내 모습이 의아하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게임의 룰’에는 여전히 무지한 내가 한심해지는 시간에, 「그레이 아나토미」 속 전쟁 같은 경기장에 막 투입된 초보 인턴들을 떠올리는 것이다. 게임은 적어도 내가 뛰는 동안에는 끝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경기를 멈출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그러므로 끝낼 생각이 아니라면, 경기를 뛰는 거다. 경기 중에도 쉴 수 있고, 생각할 수 있고, 고약한 룰을 바꾸어낼 수도 있다. 그의 말대로 ‘어쨌든 나는 계속할 것’이다. 그 모든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망한 거나 다름없더라도. _「그럼에도 계속 경기를 뛰어야 할 이유」에서 지민은 죽음이라는 피치 못할 조건 속에서 이별을 준비해야 했지만, 현실 속의 우리는 스스로 이별을 결심해야 한다. 살아 있는 우리가 이별을 선택하는 일도 죽을 만큼 힘들 수 있다. 또한 마찬가지로 이별을 선택하는 일은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므로, 헤어짐의 순간 우리는 이를 악물고 ‘제1의 진실’이 마음속에서 툭, 튀어나오는 것을 목격한다. 그래서 인정하기 두려웠던 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음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이별을 결심하는 것이다. _「누구의 잘못 없이도 연애는 끝난다」에서 ‘어차피 혼자 사는 인생’이라며 잘난 척해왔지만, 결국 나는 그들이 쥐여준 택시비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 모퉁이를 돌 때, 갈 곳 몰라 헤맬 때,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가고 싶을 때…… 그럴 때마다 밥을 사주고 술을 따라주고 택시를 잡아주고 택시비를 쥐여주는 그들이 있었다. 때로는 만 원짜리 두 장이 100만 원, 1,000만 원에 비할 바 없이 큰 힘이 되었다. 사는 일이 참 녹록지 않구나 싶은 날에는 택시를 타고 집까지만 갈 수 있다면, 집에 들어가 몸을 누이고 한잠 잘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말이다. 집까지 갈 수 있는 택시비, 그것이 그 순간 필요한 전부가 아닌가. _「사촌오빠처럼 안전한 남자들」 인욱이 수정에게 ‘밥’을 대접하겠다고 했을 때 나는 감동해버렸다. 볶음밥? 스파게티? 인욱이 수정에게 그렇게 물은 것은 그 어떤 프러포즈보다도 확실한 고백이었다고 느꼈다. 저 차갑고 무뚝뚝한 남자가 스파게티를 만들 줄 안다는 사실도, 저 좁은 부엌에 스파게티 재료가 구비되어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인욱이 눈가에 웃음기를 띠고 일어나 싱크대 쪽으로 걸어가려 한다는 것이 사랑의 증거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_「사랑의 역사는 함께한 끼니의 역사」에서 나는 안다. 삼순이가 했던 짓, 그러니까 상대방의 휴대폰을 뒤지고, 미행하고, 불쑥 그의 회사 앞으로 찾아가는 것 같은 일이, 겉보기에 멀쩡한 사람에게도 충분히 가능할 일이라는 것을. 어느 순간 혼자됨을 예감할 때 우리를 압도하는 그 두려움의 존재를. 외로움에 대한 공포를. 사랑이 변했음을 인정하는 냉정함에 앞서, 또 혼자가 될까봐, 기껏 찾아낸 이 남자가 또 나의 짝이 아님이 판명이 날까봐, 저 남자가 내 반쪽일까 그 남자가 내 반쪽일까 쉴 새 없이 눈과 머리를 굴려야 하는 그 지난한 나날이 또 시작될까봐, 그냥 겁이 나버리는 상황 말이다. 혼자됨에 대한 두려움이 순식간에 이성을 마비시키는 그런 순간 말이다. _「운명의 짝은 어딘가에 있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니, 그들의 연애가 독고진의 심장 수술대 위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어졌다. 사실 진짜 사랑은 현실 속에서 싹트는 것이니까. 그러니 그들의 연애가 시작된 곳은 아마 주유소였을 것이다. 지독하게 현실적인 장소에서 ‘저 오만하고 독선적인 재수탱이는 누구야?’라고 구애정이 의식한 순간부터, ‘허락도 없이 내 차에 기대는 저 허접한 여자애는 누구야?’라고 독고진이 의식한 순간부터, 진짜 살아 있는 현실로서 상대가 내 마음속에 각인된 순간부터. …… 그러니, ‘우리는 운명일까?’라고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운명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니까. 운명이기 때문에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운명이 되는 것이다. _「결과적으로, 운명」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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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드라마로 꿈꾼다
일과 연애 모두 서툰 당신에게 드라마가 주는 위로와 격려 “드라마가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글을 쓴다.” 노희경 작가가 한 말이다. 그녀의 말이 아니라도 많은 시청자들은, 아니 많은 여성 독자들은 드라마의 치유력을 믿으며 드라마에 홀릭한다. 월화 미니시리즈, 수목 특별극, 주말드라마로도 모자라서 각종 미드와 일드에 영국드라마까지 섭렵하며 챙겨보는 ‘드라마’와 친한 우리 세대, 우리 여성들. 이 책은 드라마와 함께 호흡하고 공감하며 성장하는 우리 시대 20~30대 젊은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우리 모습과 닮은 드라마 속 캐릭터를 통해 위로받고 치유했던 삶의 상처 조각들을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보듬어주고, 감싸안아준다. 우리 중 열에 아홉은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며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사회가 정해놓은 나이 별 코스에 맞춰 더 나가지도, 뒤처지지도 않게 적당히 균형을 맞춰가며 하루하루, 한 해 한 해 삶을 꾸려가는 참으로 평범한 인생이다. 하지만 가끔은 우리도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지 않은가? 꿈 속, 동화 속 세상이야기 같은 드라마를 보며 박수치며 공감하고, 같이 웃고, 함께 울며 자신 혹은 자신의 친구의 모습을 발견하곤 하지 않는가? 혹은 ‘한때 나도 그랬었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어쩜 저렇게 내 얘기 같지?’ 하고 흠칫 놀랐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아니면,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드라마를 통해 간접 경험하며 대리만족해본 기억이나, 좋아하는 드라마에 마음을 뺏겨 한참을 보고나니 우울했던 마음이 싹 가셨던 경험은 누구나 다 갖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모든 이들을 위한, 드라마로 비춰보는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지은이는 「살아가는 동안 후회할 줄 알면서 저지르는 일들」 등의 드라마를 연출한 드라마 PD이지만, 이 책을 쓰면서는 드라마 시청자, 즉 평범한 우리의 입장에 섰다. 그녀 또한 드라마의 애청자로서, 드라마와 함께 울고 웃고 살아가는 한 사람이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겪은 일들을 자신이 사랑한 드라마를 통해 풀어놓은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저 드라마의 줄거리를 소개하고 따라가는 형식으로 이뤄져 있지 않다. 그보다는 드라마의 장면들에서 건져낸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시크릿 가든」을 다룬 글에서는 주인공 길라임과 김주원의 사랑이야기보다는 라임과 문분홍 여사의 대화를 통해 지은이의 어머니를 떠올리고, 「천일의 약속」에서도 역시 두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보다 여주인공과 그녀의 사촌오빠의 관계를 통해 지은이에게 편안한 사촌오빠 같은 남자들을 떠올리는 식이다. 드라마 속에서 찾아낸, ‘살다 보면 입맛이 쓰지만’ ‘때로는 괜찮다 싶을 때도 있고’ ‘어쩌면 장밋빛일지도’ 모르는 20?30대 여성들의 삶, 그 속에 담긴 좌절과 희망, 우정과 사랑, 위로와 격려가 모두 이 책 속에 들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