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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_ 유회숙 · 5
해설_ 김종회 문학평론가, 한국디지털문인협회 회장 · 104 1부 나무 이야기 · 12 문학인의 숲 나무요일 · 14 명심산 숲의 문장 · 16 바람의 말 · 18 눈 내리는 청주역 · 20 연 · 21 불씨, 꽃씨 · 22 나무의 시선 · 24 배롱나무 편지 · 25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여자 · 26 이야기가 있는 저녁 · 28 항아리 · 30 거미줄 빗발 · 32 꽃의 기도 · 34 입속에서 새가 운다 · 35 파랑새 경로당 · 36 나팔꽃 랩소디 · 38 2부 무심천에서 달을 줍다 · 40 무심천 봄날 · 42 기쁨을 심는다 · 43 물탑 · 44 바다를 풀어놓는다 · 46 발신인표시제한 · 48 버드나무새나비 · 50 봄은 소리로부터 온다 · 51 빗소리 지문 · 52 수목원을 걷다 · 53 숨 · 54 시인은 위험한 여백이다 · 55 아무리 하여도 아무래도 · 56 숲편지 초록우편함 · 57 편지꽃 · 58 약속 없이 봄비가 오네 · 59 해돋이 · 60 3부 여름 보고서 · 62 멋진 애인 · 64 11월 · 66 다도해 · 67 느린 풍경을 읽다 · 68 꽃단장 · 70 응시 · 71 낙상홍落霜紅 · 72 단풍나무 종이학 · 73 달개비꽃나비 · 74 가을밤 · 75 따뜻한 번지 · 76 모과 모과 다른가요 · 77 같은 말 · 78 꽃 지는 무심천에서 · 79 어시장 · 80 몸시 · 81 4부 무명 항아리 · 82 냉이꽃이고 싶다 · 연밥 · 86 용문사 은행나무 · 87 우리는 선약이 있다 · 88 자목련 · 89 윤동주 시인의 언덕 소나무 · 90 작은 새 · 92 9988요양원 · 93 질경이 · 94 찢어진 페이지가 있는 국어사전 · 96 틈새 · 97 초록우편함 · 98 터미널 의자 · 99 이야기꽃 · 100 풀밭에서 글밭에서 · 101 시 읽는 동안 · 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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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
발걸음도 아름다운 길입니다 곱게 뻗은 은행나무 잎잎이 팔작지붕 처마로 이어지고 한옥마을 그림자 퍼 나릅니다 가지에 새를 앉히듯 그대 기다리면 느티나무 근처입니다 수많은 소원을 담은 보름달도 바라보기에 따라서 한 그루 나무 산비둘기 꾸욱 꾹 소인을 찍으며 안으로 페이지를 넘기며 우듬지 가까이 둥지는 원을 그리고 낮과 밤이 감겼다 풀립니다 그만그만한 키들의 빌딩 사이 우리네 모습 같다는 생각 때로는 상처와 연민으로 꽃잎을 셉니다 은행나무길 이팝나무길 백합나무길 나무 이야기는 마침표가 없습니다 배롱나무 편지 해종일 배롱나무 한 그루 그늘을 밀어 올립니다 초록에 겨워 눈이 부신 계절은 붉은 입술이 닿은 듯 꽃 핀 자리 나무와 나무 사이 낯익은 필기체 그리움을 꾹꾹 눌러쓴 편지는 때 묻지 않은 꽃말 숲의 내밀한 소통입니다 가지 끝에 붉은 꽃 지는 날까지 아미산 아름다운 메아리 돌돌 말린 달빛 펴보다가 바람의 행간으로 글월 띄웁니다 입속에서 새가 운다 수식어 없이 쓴 문장 덩굴손이 허공을 감아올리는 창가 환하게 소란스럽다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소리에 귀를 묻으니 바람으로 흩어지고 마음의 경계 끝 간 데 없이 고요해지고 지문처럼 허공 저 어디쯤 찍혀있을 푸른 문장 입속에서 새가 운다 내 말로 내 모국어로 한 번은 꼭 받아 적고 싶다 자꾸 만져본다 수목원을 걷다 가을엔 약속 없이 씨앗도서관 나무계단을 오른다 조용히 눈을 감고 마음으로 꽃나무를 보고 느끼면서 지나온 계절에서 본 적 있는 꽃의 배열과 순서를 옮겨 쓴다 어느새 꽃들은 입술 사이로 오랜 침묵을 들춘다 언어의 옷을 입은 겹겹의 이미지 맨발로 걸어 나올 때 나무와 새가 아이들을 부를 때 가을비 그친 미동산 수목원 중앙광장을 가로지르고 머리 희끗희끗한 막내아들이 노모의 꽃사진을 찍는다 배경이 되어 주는 시월 풍경이 물든다 시 읽는 동안 몸이 발을 본다 누워 있는 발일까 묻는다 발이 몸을 본다 누워 있는 몸일까 묻는다 나를 지우고 바라보니 달 아래 집 한 채 꽃부리에 기대어 설핏 잠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