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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서문
한국어판 서문 이끄는 글 시국을 걱정한 투사와 서재에 은거한 학자 루쉰과 전현동 무쇠로 만든 방 / 쌍황신 대전투 / 한자를 폐기하라 / 세 글자 이름과 네 글자 이름 / 살진 머리통과 변증법 / 세 가지 장점과 세 가지 단점 북경여대소동과 과부주의 루쉰과 양음유 소동의 발단 / 루쉰의 분노 / 여총장의 남녀몽 / 과부주의 / 장렬한 죽음 맹수와 양, 폭군과 노예 루쉰과 장사소 종이호랑이 잡지 / 두 가지 물건 / 3.18참사의 원흉 / 루쉰이 살아 있었다면 ‘주장’과 ‘모범’ 루쉰과 호적 혁명의 선구자들 / 호적의 무기고 / 낡은 두루마기 / 나는 그를 주석이라 불렀다 / 중국 민족의 마음을 정복하라 / 이른바 ‘광명’ 선생 / 신청년 시대의 대장 / 위대한 철학자의 죽음 태양, 달, 암흑의 삼각관계 루쉰과 고장홍 새로운 세계 / 원고보류사건 / 종이로 만든 왕관 / 반백의 연인 / 정신병자의 말로 ‘청년필독서’와 ‘중국을 떠나라’ 루쉰과 헛소리 선생 여장한 남자 매란방 루쉰과 매란방 각자의 길을 가다 루쉰과 주작인 팔도만을 떠나다 / 하네타 노부코 / 쓴 차를 마시다 / 자잘한 장식품과 큰 장식품 / 안드레에프의 음산함 폐물과 기생충의 문학관 루쉰과 풍문병 페어플레이는 뒤로 미루어야 한다 루쉰과 임어당 개패기운동 / 신사와 깡패 / 서양 똘마니의 몰골 / 사후의 평가 볼품 없는 개와 비쩍 마른 소 루쉰과 양실추 여인의 땀과 노동자의 땀 / 상가집 자본가의 볼품 없는 개 / 아이만 낳을 줄 아는 계급 / 항전과 무관한 것 가짜양놈, 공자를 신봉한 기독교도 루쉰과 임문경 호사지도가 되자 / 내게도 돈이 있소이다 북경여대소동에서 3.18참사까지 루쉰과 진원 구린내 나는 뒷간 / 나라를 훔친 자 / 이에는 이, 퉤에는 퉤!! / 죽음의 땅 대전투는 동일한 목표를 위한 것이었다 루쉰과 곽말약 처녀와 중매쟁이 / 하나의 전선 / 이중적 반혁명 인물 / 국방문학과 대중문학 / 민족의 걸작 우임금은 한 마리 벌레이다? 루쉰과 고힐강 새대가리 선생 / 개 같은 성미 / 제기랄! 그러면 어떤가 루쉰 무덤 앞의 한 마리 개 미주 주석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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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20~30년대는 ‘욕’이 난무하는 시대였다. 좋게 말하면 백가쟁명 시대이고, 나쁘게 말하면 서로 헐뜯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이상한 현상이 아니었으며, 루쉰은 단지 백 마리 새 중에서 비교적 목소리가 우렁찬 한 마리 새에 불과했다. 당시에 ‘욕’은 루쉰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루쉰의 잡문이 일반적인 ‘욕’ 문장과 차이가 있다면, 그가 보통의 작가들에 비해 좀더 깊은 안목을 가지고 있었고, 문장을 통해 사회의 전형을 부각시켰으며, 형이상의 문화적 의미를 ‘욕’해낼 수 있었다는 점일 것이다.
--- p.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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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오랫동안 루쉰은 모택동의 높은 평가와 후광을 입고 신격화되었는데, 그 영향으로 그가 ‘욕’했던 사람들은 대체로 액운을 면치 못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오조상(吳組?)은 “내가 듣기로 그의 가족은 홍군(紅軍)을 피해 상해로 도주했다”는 루쉰의 한 마디 때문에 오랫동안 고초를 겪었고, 서무용(徐懋庸)은 “루쉰을 반대했다”는 죄명으로 여러 차례 끌려가 비판투쟁을 당했다. 심지어 고장홍(高長虹)은 루쉰과 빚었던 갈등 때문에 자식에게까지 화가 미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것이 루쉰이 그들을 잘못 ‘욕’했다거나 그들을 모함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다만 특정 시기 중국정치의 암울한 자화상을 대변할 뿐이다. 루쉰이 공자를 비판했다고 해서 공자의 위대함이 부정되지는 않듯이, 신격화된 루쉰이 정치적 곤장으로 악용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루쉰의 위대함을 부정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 p.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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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은 “스스로를 무슨 실 무슨 전당에 가두는”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속히 그곳에서 자신을 해방시키기를 바랐다. “그래도 진정 살아보겠다는 사람이 아직 이 세상에 남아 있다면 대담하게 말하고 대담하게 웃으며 대담하게 울고 대담하게 화내고 대담하게 욕하고 대담하게 싸워 이 저주스러운 곳에서 저주스러운 시대를 물리쳐야 한다.”
--- p.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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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 욕을 하다』는 중국 근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작가 루쉰(魯迅, 1881~1936)이 전현동, 임어당, 호적, 곽말약, 고힐강 등 당대의 쟁쟁한 지식인 15인과 벌였던 ‘설전’을 다룬 책이다. 그동안 국내에도 루쉰과 관련된 책들이 적지 않게 소개되어왔지만 이처럼 하나의 주제를 통해 루쉰을 읽으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저자에 따르면 루쉰이 글 속에서 드러내 놓고 ‘욕’을 퍼부은 사람만도 100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처럼 많은 인물들과 논란을 벌인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이다. 저자인 팡시앙뚱은 “루쉰은 다른 무엇이기에 앞서 한 명의 ‘전사’였고, 그 다음이 작가, 학자였다”는 관점에서 예리한 필봉을 거침없이 휘두른 ‘문학투사’ 루쉰의 면모를 진지하게 살피고 있다.
중국에서 루쉰은 오랫동안 신중국 제일의 성인, 민족의 영웅,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문학가 등의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교조적’으로 숭앙되어 왔으며, 이런 상황은 루쉰이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90년대 이후 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 루쉰이 살아 생전에는 봉건 유물, 허무주의자, 타락 문인, 변절자라며 ‘욕’을 먹었고 심지어 사후에까지 비굴하고 낯짝 두꺼운 소인배라며 ‘욕’을 먹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게다가 그 역시 상가집 자본가의 볼품없는 개, 서구의 똘마니, 폐물과 기생충, 살진 머리통, 새대가리 운운하며 상대에게 ‘욕’을 퍼부었다니 좀처럼 믿기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의 역자는 그처럼 우아하지 못한 ‘욕’이야말로 루쉰의 수많은 잡문들을 하나로 꿰뚫는 ‘키워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통상 ‘위대한 문학가’라면 고상하고 아름다운 작품만을 연상하지만, 루쉰의 경우는 쌍시옷의 걸쭉한 ‘욕설’을 거침없이 내뱉는 ‘위대한 문학가’를 상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그처럼 ‘욕’을 전면에 내세워 루쉰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 자칫하면 유명인에 대한 ‘가십 거리’를 제공하는 것에 그칠 수도 있는 주제이지만 그것을 다루는 저자의 태도가 범상치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루쉰이 살아 생전에 논적들과 주고받았던 ‘욕’을 중심으로 그가 어째서 ‘욕’을 했는지, 어떤 사람들을 ‘욕’했는지, 어떤 내용의 ‘욕’을 했는지 등 배경 자료를 충실히 제시하면서 루쉰의 ‘욕’이 지니는 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진지하게 조명하고 있다. 나아가 ‘욕’이라는 특수한 주제로부터 당시의 시대와 역사를 읽는 보편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말했듯이 루쉰이 활동했던 중국의 20~30년대는 ‘욕’이 난무하는 시대였다. 세상이 어디를 향할지 모르는 암흑과 혼돈, 갈등과 모색의 시기. 그런 시대에는 누구든 격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욕’은 한 사회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거울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가짜 지식인’, ‘젠틀맨’, ‘정인군자’를 향해 루쉰이 던졌던 비판의 칼날은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도 좋은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