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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0. 내가낸데 1. 사랑 2. 선택 3. 확신 4. 좌우명 5. 이별 6. 통증 7. 눈치 8. 배운 게 도둑질 9. 엄마 개구리 10. 귀천 11. 반대 12. 렛 뎀 이론 13. 믿음 14. 다정함이 이긴다 15. 평범함에 관하여 16. 이유 17. 테세우스의 배 18.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 19. 연애 20. 백신 21. 일기 22. 술 23. 끈기 24. 모르는 게 약 25. 나의 일일 26.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27. 인정 28. 서당 개 29. 바운더리 30. 3분 카레 31. 웃긴 놈 00. 내가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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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낸데』는 서른세 편의 글로 이루어진, 정리되지 않은 한 사람의 기록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선언한다. 내가 그렇게 보았다는데, 그 누구도 손가락질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 책은 그 당당함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아버지에 대한 오랜 원망 끝에, 여자 친구에게 사준 헤어드라이기 소음 앞에서 자신이 그토록 미워하던 아버지를 닮아 있다는 걸 문득 발견하고(「배운 게 도둑질」), 사랑한다는 말을 끝내 건네지 못한 채 이별을 맞으며 그 미완의 말을 오래도록 곱씹고(「사랑」), 친구를 질투하면서도 그의 인정을 갈구하는 자신의 옹졸함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인정」). 이 책은 완성된 어른의 목소리가 아니라, 여전히 흔들리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로 쓰였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저자가 자신을 다루는 방식이다. 힐링 문구나 정돈된 교훈 대신, 3분 만에 익는 카레처럼 성급하게 감정을 쏟아내고 후회하는 자신을(「3분 카레」), 술을 즐기면서도 그 빈도로만 판단당하는 억울함과 동시에 자신도 남을 그렇게 판단해왔다는 사실을(「술」), 하나의 하루를 그저 담담하게 나열하며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삶의 결을(「나의 일일」) 있는 그대로 펼쳐 보인다. 어느 편에서는 세 개의 다른 모순을 나란히 늘어놓으며 “참 웃긴 놈이다”라고 자조하고(「웃긴 놈」), 어느 편에서는 자신이 상상한 옛 연인의 목소리를 빌려 스스로의 진지한 분석을 유쾌하게 무너뜨린다(「서당 개」). 이 책은 하나의 정답으로 수렴하지 않는다. 대신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진 한 사람을, 그 모순 그대로 끌어안는다. 33편의 글은 저자가 실제로 겪은 다이슨 헤어드라이기의 굉음, 오답 노트에 그어지던 붉은 X 표시, 안개 속에서 손에 쥔 들꽃 한 다발 같은 구체적인 순간들로 채워져 있다. 뜬구름 잡는 위로 대신, 만져질 듯 생생한 삶의 디테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그리고 어떤 편도 깔끔한 결론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모르겠지만” “쉽진 않겠지만”이라는 유보의 언어로, 저자는 매번 자신이 방금 도달한 통찰조차 다시 의심한다. 책의 끝, 에필로그에 이르러 저자는 고백한다. “이렇게 한 권 분량의 글을 쏟아내고도 나는 여전히 나를 다 알지 못하겠다.” 그럼에도 그 못나고 예쁜 모든 자신을 끌어안기로 한다. 나를 사랑해 주자, 말만 하지 말고 진짜로. 이 책은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자신을 속이지 않고 들여다본 한 사람의 시간을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그 정직함이, 어쩌면 지금 이 책을 펼친 당신에게도 낯설지 않은 얼굴로 다가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