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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이게 다 엄마, 아빠 때문이라 생각했다
1장 어떤 날은 울고, 어떤 날은 웃으며 엄마, 아빠 공부 기억 말하기 연습 언어가 빈곤한 집 가정환경 조사서 꿈의 크기 부부싸움 동생들과 나 1 동생들과 나 2 가장 열렬한 응원자 엄마가 울면 아이는 슬프다 2장 그렇게 지지고 볶으면서 35년째 엄마 밥 왜 우리집만 이럴까? 병원 이야기 다 엄마, 아빠 탓 너는 나를 미워하지 감정 쓰레기통 우리가 무시해온 것들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외식하는 날 기억이 자라는 시간 기억의 역사 내 어머니 이야기 배우지 못한 설움 3장 우리는 이해와 원망 사이를 부단히 오간다 수치심의 뿌리 아빠의 자부심 기억은 글이 되어야 한다 자기 고고학 말은 언제나 실패한다 어긋나는 아빠와 딸 우리는 서로의 행복을 바라면서도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잖아 4장 누구나 부모는 처음이라서 너는 또 다른 나 자체 필터링 시스템 자기연민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 우리 방식의 언어 사랑받고 자란 사람 아기의 탄생 순환의 고리 좋은 것만 주고 싶지만 과거와 화해하기 장례식장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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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와 멀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그들이 나를 낳아준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도 같이 상기되었다. 나는 안 될 거야, 라는 마음은 어쩌면 그런 기억들 속에서 탄생한 부정이 아니었을까 한다. 멀어지고 싶은 사람들의 일부인 나,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유전자가 복사되어 태어난 나. 엄마, 아빠를 미워하는 딱 그만큼 나는 나를 미워했다.
--- p.17 그런데 나는 왜 나를 미워했던 것일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오랫동안 고민하면서 나는 부모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모든 ‘앎’에 대한 열망은 ‘나’를 알고 싶다는 열망으로부터 비롯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나는 나를 왜 스스로 사랑할 수 없었는지, 그리고 나의 훌륭한 면을 왜 제대로 보아주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 훌륭함은 무엇인지 알기 위해 내가 선택한 것은 나에 대한 공부,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공부다. --- p.19 기억할 수 없는 그리움의 대상은 아빠의 상상 속에서 재생된다. 아빠는 ‘이제 막내가 네 살인데 떠나야 하는 어머니 마음은 어땠을까’를 떠올렸고, ‘비 오는 날이면 유난히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했다. 예순을 목전에 둔 아빠의 얼굴은 젊은 시절로, 더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억나지 않는 엄마를 상상으로 그리워하는 어떤 열일곱 살을 떠올려본다. 아빠가 종종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를 들을 때 비로소 아빠를 나의 아빠가 아닌 한 인간으로 다시 보게 된다. 놀랍게도 아빠가 타인이 되었을 때 오히려 아빠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기분이 들었다. --- p.92 거실을 떠나는 아이들에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나 역시 나이를 먹으면서 갈팡질팡했다. 그때 아빠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상상했고, 결국 어떤 부분들은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어린 시절 기억들이 한순간 삭제되어 하드에서 말끔히 사라지는 파일 같지는 않다. 우리는 이해와 원망 사이를 부단히 오간다. --- p.179 부모라는 낯선 타인을 그래서 난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무한한 사랑을 주더라도 나는 그것을 미움으로 받아들이곤 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내가 무언가 착각하고 오해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그들의 말과 행동을 내 세계의 법칙대로 이해하는 대신, 그들이 살았을 세계를 떠올리며 이해해보려고 했다. 그제야 엄마, 아빠가 내 부모만이 아닌 어떤 남자와 여자로, 나와 같지는 않지만 제법 비슷한 세계를 사는 하나의 인격체로 다가왔다. --- p.197 물론 이 아름다운 세상을 선물해준 부모는 그 자체로 감사한 존재다. 하지만 부모와 자녀 관계는 말끔하게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더 많다. 가족만큼 ‘애증’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관계는 없다. 사랑하면서도 미워하고, 서로의 필요를 느끼고 인정을 갈구하면서도 오히려 모질고 매정해지기도 한다. 남들에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상처 주는 말을 퍼붓고, 다음 날 아무렇지 않게 마주앉아 밥 먹을 수 있는 사람들. 상처 주고 봉합하고 다시 할퀴고, 그리고 치유를 받는, 가족은 정말 기묘한 존재다. 그러니 부모를 향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스스로를 다그치고 꾸짖지 않아도 괜찮다. 모든 사람이 부모로 태어난 것은 아니기에, 누구나 부모가 처음이라, 모든 엄마, 아빠는 완벽한 부모가 아니었다. 그러니 그들이 실수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 p.2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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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그토록 사랑하면서도 미워했을까?
『부모라는 낯선 타인』은 서른을 훌쩍 넘겨서까지 내적 갈등과 삶의 곤란을 성장 과정과 부모의 양육방식 탓으로 돌리던 ‘나에 대한 공부’이자 ‘부모 공부’다. 나는 61년생 동갑내기 부모의 장녀로 태어나 부모와 집안 분위기에 온갖 불만을 내면 깊숙이 간직하며 30대 중반이 되기까지 결혼도 취직도 하지 않고 공부만 하고 있다. 자존감은 갈수록 떨어지고 매일 우울하기만 한데 이게 다 ‘엄마, 아빠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심리상담도 받고…. 결론은 나를 알고, 정서적 독립도 하고, 제대로 된 어른이 되려면 부모 공부를 해야겠다는 것. 부모를 알아야 나를 알 것 같다. 껴안을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부모와 나, 회복될 수 있을까? 엄마, 아빠는 공부도 제대로 못 마치고 10대 어린 나이에 상경해 온갖 고생을 해가며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부모 도움 없이 배를 곯아가며 근면성실 하나로 버티고 버티면서 가정도 꾸리고 자식들도 낳아 길렀다. 무시당하고, 자격지심에 화나는 일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래서인지 엄마, 아빠는 늘 바빴고 차가웠다. 소리 지르고, 싸우고, 집을 나가고…. 예민한 장녀는 그런 엄마, 아빠가 싫었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집에 놀러 가면 부드럽고 교양 있는 친구 엄마가 너무나도 부러웠다. ‘그때 아빠는 왜 그런 식으로 행동했을까’, ‘엄마는 왜 그렇게 말을 했을까’를 곱씹으며 청소년기를 보냈고, 대학 입학과 취직과 연애가 내 맘대로 안 된 것이 다 부모 탓으로 느껴졌다. 언젠가부터 그런 생각이 스스로를 좀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 모습에서 내가 싫어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보일 때, 나도 부모님처럼 될까봐 무서웠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이대로 계속 살아가는 걸까?’ “과거를 탓하고, 부모를 원망하는 동안 나는 다름 아닌 자신을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열등감과 수치심의 원인을 내가 아닌 주변 상황과 타인에게 돌리고 있는 나는 내가 봐도 볼품없었다. 그러니 무엇보다 나를 바로잡아야 했다. 그리고 ‘나’를 알기 위해서는 엄마, 아빠와 얽힌 유년의 기억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때부터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5쪽) 뒤늦게 철이 든 걸까? 나를 알기 위해 엄마, 아빠를 알아보기로 했다.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은 어땠고, 어떻게 10대를 보냈으며, 내 나이보다 열 살이나 젊은 나이에 결혼을 해서 아이들을 키우고 생계를 꾸려가면서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졌을까? “엄마, 아빠, 오해해서 미안해!” “과거의 기억을 추적하면서 나는 두 사람과 분리되려 할수록 오히려 밀착됨을 느꼈다. 나의 얼굴, 말투, 행동, 식성, 온갖 습관, 그리고 내가 가진 추억과 기억은 두 사람의 과거와 기억의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가족이 품고 있는 과거의 형체 없는 기억들을 발굴해내고 그것들에 하나씩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기억에 언어를 입히는 일, 내가 기억하는 미움과 사랑을 쓰는 일. 가족을 주제로 이 작업을 시작했다.”(6쪽) 엄마, 아빠와 대화하면서, 놀랍게도 그들을 나의 엄마, 아빠가 아니라 10대, 20대 청춘 남녀로, 낯선 타인으로 바라봤을 때,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아빠는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었을까? 서울로 올라와 남의 집 아이를 돌보던 열다섯 엄마는 고향이 그리워 매일밤 울었다는데…. 공장일로 바빠서 자식들에게 맛있는 요리도 못 해주고, 머리도 못 땋아주고…. 이해가 되고, 연민이 생기고, 그러면서 부모를 미워하던 감정과 죄책감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게 되었다. 『부모라는 낯선 타인』은 저자 개인, 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을 이 지난한 과정을 담담한 문체와 섬세한 내면 묘사로 전달하고 있다. 어쩌면 이 글은 껴안을 수도, 도망칠 수도 없었던 부모를, 최선을 다해 사랑한 저자의 내적 분투기이자 ‘어른 되기 셀프 솔루션’이라 할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