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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는 낭비가 없다
자연에서 배운 공존과 생명 이야기
송명규 저
정한책방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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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제1부

나도 본때를 보여?
길든 쏘가리
윤회: 자연에는 낭비가 없다
깨진 평화협정
이 씨와 수박
개구리 소동
참새
청개구리와 식충식물

제2부

가재와 배터리
산개구리
가재 선물

제3부

가창오리
단양팔경
부엉이와 비닐봉지
가을하늘과 뱀장어
미꾸라지와 추어탕
사탕과 다람쥐
오세암의 관음보살
모던 타임스: 성산일출봉의 단상
내성천
음성군과 황새
노랑할미새와 물까마귀
철쭉제
비룡폭포
동강할미꽃
따오기

제4부

괌의 두 얼굴
팔라우
구시로습원
오제
두 펭귄 이야기
여행비둘기에 대하여

저자 소개 1

서울대학교대학원 환경계획학과를 졸업하고(행정학박사) 단국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수로 37년간 일하다가 2025년에 은퇴했다. 재직 중 사회과학대학 학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단국대학교 명예교수이다. 환경과 생태 문제에 관한 현대 사조들을 아우른 환경철학 이론서 『현대 생태사상의 이해』와 일상생활에서의 관찰과 경험을 산문으로 엮은 생태수필집 『후투티를 기다리며』, 『금낭화를 심으며』, 『봄벌을 깨우며』를 저술했고, 알도 레오폴드의 산문집 『모래 군의 열두 달(A Sand County Almanac)』과 환경세계사 『숲의 서사시(A Forest Journey)』를 우리말로 옮겼다.
서울대학교대학원 환경계획학과를 졸업하고(행정학박사) 단국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수로 37년간 일하다가 2025년에 은퇴했다. 재직 중 사회과학대학 학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단국대학교 명예교수이다.
환경과 생태 문제에 관한 현대 사조들을 아우른 환경철학 이론서 『현대 생태사상의 이해』와 일상생활에서의 관찰과 경험을 산문으로 엮은 생태수필집 『후투티를 기다리며』, 『금낭화를 심으며』, 『봄벌을 깨우며』를 저술했고, 알도 레오폴드의 산문집 『모래 군의 열두 달(A Sand County Almanac)』과 환경세계사 『숲의 서사시(A Forest Journey)』를 우리말로 옮겼다. 은퇴를 즈음하여 미술에 입문한 후 대한민국수채화작가협회, 괴산미술협회, 차차동인회(충주) 등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개인전 2회와 단체전 10여 회가 있다.

* 수상 경력(수채화)
- 대한민국미술대전(2024 특선)
- 신사임당미술대전(2024 입선, 2025 우수상, 2026 특선)
- 겸재미술대전(2026 특선)
- 강남미술대전(2024·2025·2026 특선)
- 대한민국수채화공모대전(2023·2024 특선, 2025 최우수상)
- 국제현대미술대전(2026 동상·특선)
- Art-Korea국제미술대전(2025 특선)
- 세계평화미술대전(2024 우수상, 2025·2026 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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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49쪽 | 432g | 152*225*30mm
ISBN13
9791124919057

책 속으로

몇 달이 지난 지금, 그때의 일을 곰곰이 되짚어본다. 사실 평화협정은 처음부터 불공정했다. 왜냐하면 그 밭의 진정한 주인은 내가 아니라 그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곳을 일주일에 고작 한두 번 들를 뿐이지만 그는 한 시도 그곳을 떠난 적이 없다. 거기서 얻는 오이가 없어도 나는 굶주리지 않지만 그는 그곳을 잃으면 목숨을 잃는다. 그곳은 내게 객지지만 그에게는 고향이다. 내가 그였다면 나를 밭에 들여보내 주지도 않았을 거다.
--- p.37

가창오리가 제일 잘 보이는 포인트는 전망대가 아니라 그것과 대각선 방향에 있는 북동쪽의 작은 동산이었다. 거기에 올라서니 호수 위에 흩어진 놈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제는 육안으로도 그 이무기가 실은 어마어마한 새들의 모자이크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만 놈들은 물가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인디언 추장같이 알록달록한 수컷 가창오리의 화려한 모습은 쌍안경으로도 식별할 수가 없다. 좀 더 가까이에서 보려고 호수로 내려왔다.
--- p.96

모르는 소리다. 생각해보라! 감히 법당 정문을 흙 묻은 발로 지나다니고, 기라성같이 도열한 불상들의 머리를 짓밟고, 관음상의 무릎과 손바닥 위를 종횡무진 뛰어다니고, 무엇보다도 관음께 올리는 밤을 주저 없이 덥석 주워 삼킬 수 있는 존재가 이 세상에서 관음 그 자신이 아니고 누가 있겠는가! 다만 오늘 공양은 석가모니불을 위한 것이었으므로 관음은 어쩔 수 없이 군침만 삼킨 거다.
--- p.143

크고 동그란 눈에 곱고 투명한 피부가 자랑인 게코들도 엄청난 희생을 치르기는 마찬가지였다. 뱀은 크고 화려한 게코부터 삼켰다. 아름다움에는 관심이 없는 냉혈동물인 놈들에게는 알록달록할수록 더욱 맛있게 보였을 뿐이다. 섬게코와 미크로네시아게코는 그렇게 절멸됐고 어디서나 눈에 띄던 꼬리자르는게코도 지금은 몇몇 고립된 은신처에 숨어서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 p.208

엘데이섬에서 1844년에 죽은 마지막 큰바다오리 표본들은 그후 어떻게 됐을까? 내장은 덴마크 자연사박물관이 보관해왔지만, 박제의 행방은 170여 년 동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그러다가 DNA 분석을 통해 2017년에 브뤼셀에 있는 벨기에 자연과학박물관에 소장된 박제가 마지막 수컷으로, 2025년에 미국 신시내티 자연사박물관에 소장된 박제가 마지막 암컷으로 판명됐다.
--- p.306

출판사 리뷰

까치에게 땅콩을 털리고, 참새에게 방을 내주던 날들!
환경학자의 체면을 내려놓은 자리에서 시작되는 가장 정직한 생태 이야기!

왕초보 농사꾼 시절, 저자는 땅콩을 심고 한 달을 기다렸지만 싹은 트지 않았다. 땅을 파 보니 씨앗은 껍질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져 있었다. 고참 농부들은 꿩의 짓이라 했지만, 이듬해 비닐하우스에서 허둥지둥 빠져나오는 진범과 마주친다. 길조라는 명성을 등에 업은 까치였다. 이 책은 이렇게 ‘당하는’ 이야기로 문을 연다. 저자는 생태학을 가르쳐 온 학자이지만, 책 속의 그는 까치에게 골탕 먹고, 뱀과의 악연을 걱정하고, 어항 속 쏘가리 새끼가 몇 센티까지 자랐는지 들여다보며 하루를 보내는 이웃 아저씨에 가깝다.

그래서 이 책의 글들은 무겁지 않다. 신혼여행 둘째 날, 똑같은 진남색과 분홍색 정장 차림으로 한 시간 간격을 두고 성산일출봉을 오르는 신혼부부들을 바라보며, 저자는 자신들도 컨베이어 벨트 위의 ‘생산품’이었다고 웃는다. 어린 시절 사촌들과 횃불을 들고 내성천에 ‘밤고기’를 잡으러 가던 밤도 손에 잡힐 듯 그려진다. 모래뿐인 냇바닥에 무슨 고기가 있으랴 싶었던 아이는 웅덩이마다 가득한 물고기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지금은 쉽게 볼 수 없는 강의 풍요가 그렇게 기억 속에 살아 있다.

하지만 웃음 뒤에는 늘 작은 통증이 따라온다. 안방 천장에 둥지를 튼 참새를 내보내려고 새끼들을 짚 둥지에 옮겨 환기창에 걸어 두었지만, 어미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새끼들은 모두 죽어 있었다. 괴산의 맑은 계곡에서 가재가 사라진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은 더 충격적이다. 겨울잠을 자러 모여든 산개구리를 잡으려고 외지 사람들이 자동차 배터리로 물속을 지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장면 앞에서 학자의 분석보다 먼저 한 사람의 분노와 슬픔을 꺼내 놓는다. 그리고 연못을 파서 어떤 배터리도 넘볼 수 없는 가재의 안식처를 만들어준다.

이 책에서 자연은 멀리서 감상하는 풍경이 아니라 매일 부딪히고 다투고 화해하는 이웃이다. 그 관계에는 실수와 후회가 있고, 그래서 더 진실하다. 거창한 구호 대신 한 사람이 겪은 작은 사건들이 쌓여 독자에게 조용히 묻는다. 당신 곁의 생명들과는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고.

“그것들이 봄의 눈부심에 무엇을 보태는가?”
50억 마리의 비둘기가 사라진 뒤, 어느 생태학자가 우리에게 남기는 질문!

책장을 넘길수록 이야기는 마당과 밭을 지나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간다. 겨울 천수만의 텅 빈 논에서 저자는 외톨이 황새 한 마리를 쫓는다. 짝도, 곁을 지키는 백로나 기러기도 없이 혼자 논바닥을 뒤지던 황새는 이내 검은 날개깃을 망토처럼 펼치고 날아가 버린다. 이 짧은 만남은 한반도에서 사라졌다가 어렵게 되돌아오고 있는 생명들의 처지를 말없이 보여준다. 창녕 우포늪의 따오기 복원 이야기에서도 저자는 국제 협력이 이룬 성과에 박수를 보내면서, 근친교배와 서식지 파괴라는 두 가지 그림자를 놓치지 않는다.

시선이 바다 건너로 향하면 이야기는 더 서늘해진다. 우리가 펭귄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 새는 원래 북대서양의 큰바다오리를 부르던 이름이었다. 40만 년을 살아온 이 새는 1844년 무렵 인간의 손에 마지막 개체를 잃었다. 한때 50억 마리로 하늘을 뒤덮었던 여행비둘기도 개척과 상업적 사냥 앞에서 불과 수십 년 만에 사라졌다. 저자는 이 사건들을 연대기처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술의 발전, 시장의 팽창, 뒤늦은 보호 정책이 어떻게 맞물려 한 종을 지워 버렸는지 차근차근 짚어 간다. 종이 살아남으려면 최소한의 개체 수가 필요하다는 ‘최소 개체 수’의 교훈은 지금 멸종위기종 앞에 선 우리에게 그대로 돌아온다.

이 책은 저자가 우리말로 옮긴 알도 레오폴드의 『모래 군(郡)의 열두 달』과 같은 자리에 서 있다. 마지막 글에서 저자는 레오폴드가 여행비둘기 기념탑에 바친 헌사를 옮겨 적는다. “산업 도구들은 우리에게 비둘기가 주었던 것보다 더 많은 안락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그것들이 봄의 눈부심에 무엇을 보태는가?” 70여 년 전의 이 물음은 편리함을 얻는 대가로 무엇을 잃고 있는지 돌아보지 않는 오늘의 우리에게 더 아프게 와닿는다. 일본 구시로습원에서 두루미를 지켜 온 주민들, 단원 김홍도가 현감으로 머물렀던 괴산 연풍의 산과 들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보여주는 자리마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온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다.

책의 갈피마다 실린 수채화도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든다. 오래 들여다본 사람만 그릴 수 있는 새의 깃털과 물고기의 비늘, 계절마다 색을 바꾸는 들판이 글과 나란히 놓여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저자는 서문에서 출세와도 무관하고 독자층도 얇은 분야의 책을 써 왔다고 담담히 고백하면서, 소수라도 공감하는 독자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록적인 더위가 해마다 갱신되는 지금, 이 책은 결코 소수만의 책이 아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깊은 공감을, 자연을 잊고 지내던 독자에게는 다시 창밖을 내다볼 이유를 건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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