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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부터 열까지 다르지만
친구가 될 수 있으니까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이웃이 찾아온다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 책의 줄무늬 친구들은 비를 피해 마을로 찾아온 점박이들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점박이들은 오랫동안 내린 비로 살던 곳이 물에 잠겨 잠시 머물 곳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줄무늬 친구들은 자신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방해받는 것이 못마땅하다. 마을 구석에 머물도록 허락하면서도 땅이 마르면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점박이들의 낯선 생활 방식도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재난으로 살던 곳을 떠나 다른 공동체에 도움을 청하는 점박이들의 모습은 어쩐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반가운 마음보다 어색하고 불편한 마음이 앞설 때도 있다. 하물며 말도 행동도 나와 다른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생각보다 잘 맞는 구석이 있을지도 모른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같아질 필요는 없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각자의 모습을 지키면서도 얼마든지 즐겁게 어울릴 수 있다. 누군가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고 자신의 일상에 함께할 자리를 마련하는 것.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된다. 새로운 건 싫다고? 해 보면 좋아질지도 몰라 줄무늬 친구들의 마을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나무 파티를 열어 왔다. 멋진 옷을 차려입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 뒤에는 다 함께 나뭇잎을 먹는다. 나뭇잎은 퍽퍽하고 가끔 이 사이에 끼기도 하지만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무 파티에서는 원래 나뭇잎을 먹는 것이니까. 그런데 어느 날 점박이 친구들이 나타나 쿠키를 건넨다. 줄무늬 친구들은 처음에는 나무 파티에 쿠키가 어울리지 않는다며 거절하지만 하나둘 맛을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나뭇잎 대신 쿠키를 먹어도 파티는 여전히 즐겁고 쿠키는 나뭇잎보다 훨씬 맛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에게도 줄무늬 친구들의 나뭇잎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는 사실만으로 옳다고 믿거나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다른 방식을 거부하는 태도 말이다. 물론 익숙한 것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지만 그것이 유일한 정답일 수는 없다. 이 책은 줄무늬 친구들의 우스꽝스러운 고집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을 돌아보게 한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지금까지 지켜 온 것을 부정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익숙한 세계의 경계를 조금 넓혀 보는 일에 가깝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 너머에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즐거움과 가능성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 번의 경험으로 모든 것이 달라지지는 않으니까 누구에게나 쉽게 바뀌지 않는 생각이나 습관이 있다. 이 책의 줄무늬 친구도 마찬가지다. 낯선 것을 마주할 때마다 불평부터 늘어놓고 자신에게 익숙한 것만 고집한다. 하지만 그렇게 싫다던 점박이 친구들의 쿠키를 맛있게 먹고 함께 파티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하루아침에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다.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된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체크무늬 친구들이 나타난 것이다. 주인공은 또다시 투덜거리기 시작하고 독자는 앞서 벌어진 일을 떠올리며 웃음을 짓게 된다. 우리도 새로운 경험을 통해 생각을 바꾸지만 또 다른 낯선 상황에서는 다시 망설이곤 한다. 한 번의 경험으로 모든 것이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이 꼭 우리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줄무늬 친구가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작가는 주인공의 변화를 섣불리 완성하지 않음으로써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줄무늬 친구가 앞으로 어떤 친구들을 만나고 또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지는 그림책이다. |